• "개혁과 진보 힘 합쳐도 부족하다"
        2011년 07월 19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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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노원구청장 측이 <레디앙>에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을 해온 것이 이달 초다. 뜻밖의 ‘콜’이었다. 김 구청장도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의외였죠?”라고 말을 건넸다. 김 구청장은 “우리 사회의 왼쪽과도 대화하고 싶었다.”라며 인터뷰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노원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시민사회와의 야권연대를 통해 김성한 민주당 후보를 구청장으로 당선시켰다. 이후 김 구청장은 SSM 규제를 강화하고, 노원구 산하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진보진영의 관심을 받았다. 김 구청장은 “야권연대의 정책적 약속과 개인적 부채감”을 그와 같은 정책의 시행 배경으로 밝혔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있었던 김 구청장은 한미FTA 등 통상정책에 대해 “생각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통상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 대책수립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분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FTA 찬반논쟁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국민참여당의 최근 조직적 반성과 이에 대해 일부 친노진영이 유 대표를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반성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독자정당 건설을 반대했고 민주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나온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구청장과의 인터뷰는 18일 오후 노원구청 구청장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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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협 1기 때 학생운동 시작

    – 구청장께서 인터뷰를 원하셨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그리고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체로 <레디앙>과 <민중의 소리>가 정치적으로 보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과 가까우면서도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진보의 입장을 상당하게 대변해왔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매체는 오프라인 매체나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정도의 온라인 매체인데, <레디앙>이나 <민중의 소리>와도 한 번쯤 얼굴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소개를 하자면 83년에 대학에 들어갔고, 중간에 14개월짜리 방위를 다녀와서 84년에 입학한 학생들과 학생운동을 같이 했다. 그때가 6월 항쟁 시기이자 전대협 1기 때다. 지하 담당 학생운동 대표를 했었고, 이후 넥타이 부대를 조직하기 위해 이범영과 청년단체 만드는 일을 했다. 이후 먹고사는 일로 고민하다가 신계륜 의원 비서관을 3년 했다.

       
      ▲김성한 구청장(사진=노원구청)

    그 기간 동안 국회에서 입법과정을 배웠고 이후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노원에서 구의원을 하고, 최연소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되었다. 이후 선거에서 낙선했는데, 마침 당시 민주당 정책위원회 복지 담당 전문위원이 비어 있어 전문위원을 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복지 담당 정책보좌를 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인수위 때 복지담당 전문위원을 했고, 참여정부 전 기간 동안 청와대 정책실에 있었다. 그리고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후 만들었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2년 정도 있다가 지난 지방선거 때 노원구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 구청장이 되었다.

    – 당선 이후 SSM과 ‘선전포고’에 나섰고, 당선인 시절부터 SSM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까지 내렸다. 지역 영세 상인들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었지만, 대기업 측은 물론 주민들의 이해관계와는 좀 다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게 된 배경, 과정, 현재 상황, 평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기 바란다.

    = 야권연합을 할 때 후보 연합 과정에서는 대체로 정책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선거 날까지만 연합을 하고 당선되면 ‘땡’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인수위 과정에서부터 민주당, 민주노동당, 시민사회의 3인을 대표로 인수위를 구성했다. 그 무렵 인수위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노원 위원장이 우리 지역에서 SSM 문제로 영세상인들 고충이 심해 면담해보자고 주선했다.

    그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정을 들어보니 마음이 짠하더라. 구청장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별로 없어 그 분들에게 직접적인 약속을 할 권한은 없지만 취임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취임 첫 지시 정책도 SSM관련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안타까워했던 문제

    구청장이 권한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보자는 생각으로 구청이 가진 권한이 무엇이 있는지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SSM을 규제할 직접적 권한은 없고, 원산지 표시 규정, 청소년 주류 판매 여부 등에 대해 단속할 수 있는 권한 정도였다. 그 권한으로 우리는 더 이상 SSM을 추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SSM 때문에 고민하시는 작은 가게, 서민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단체장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 마침 당시 SSM이 전국적 이슈였고 또 야권연대의 상징적 표현이기도 했던 것에 심리적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SSM이 입점 예정인)건물 내 다른 상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건물 내 다른 상인들이 다 어려움에 처했으니 SSM 입점을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내 한 편으로는 내가 청와대에 있었을 당시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SSM 문제는 그 전단계로 보면 대형마트 입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마트가 포화가 되니 SSM 형태로 동네 유통망을 장악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늘 이 부분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옛 산업자원부에 여러 차례 대책을 요청했는데 당시에도 산업자원부 장관도 이를 규제하는 것이 WTO 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 했다.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때문에 법률 문제는 별건으로 두더라도 나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겠다 싶었다.

    지방정부 장악하면 정규직 전환 가능

    – 당선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진보정당은 민주당이 집권 시기 경제사회 정책의 보수적, 친자본적인 정책을 편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의정 활동 속에서 그런 사실을 너무 절감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기초 자치단체 차원에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으로서 진보정당에게 성과를 얘기해주고 싶은 정책 집행 내용은 무엇인가.

    = 연말에 구청 산하기관의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 했다. 사실 그것도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 때부터 이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결정했었다. 그런데 지방정부를 한나라당이 장악하면서 일선의 행정기관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 반대로 중앙은 한나라당 지역은 이제 일부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노원구에서부터 2013년까지 169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계약기간이 도래한 50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금 노원구뿐 아니라 광주 광산, 성남시 등이 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구청이 총액 인건비 내에서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나라당 단체장, 일부 민주당 단체장들은 산하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에 대해 예산문제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예산문제는 없는가?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용역업체와 용역계약을 한 분들이다. 대체로 용역 회사가 가져가는 인건비의 비중은 30% 정도다. 그 비용만 절약하고 그 절약비용의 절반을 해당 노동자에게 추가로 인건비로 주면 당장은 구 차원에서도 절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점차 수당이 올라가니 추가 인건비 부담이 되는데 단기적으로는 절감 효과가 있다.

    기존의 우리 사회는 노동비를 절감하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막기 위해 외주를 주었던 것 아닌가? 하지만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근로의 대가를 줘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총 인건비는 대부분 지자체가 여유분을 가지고 있다. 노원만 해도 상당히 여유가 있다. 충분히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며 어려운 곳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단체장의 의지와 관점의 문제다.

    구정 정책협의회 운영

    -노원구 구의원 중에는 진보정당 소속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민주당 11명, 한나라당 10명) 일상적 구정활동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모인 구정 정책협의회를 열고 있다.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효과는 어떤지 평가를 해달라.

    = 야권 단일후보를 정할 때 11인의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그 초안을 민주노동당이 작성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격월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의회에서 권한침해 소지가 있지 않냐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집행부의 의사를 결정하는 협의기구의 성격이다. 여기서는 대체로 우리 지역사회 현안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마침 최근 당선 1년이 되어 단일후보 만들려고 합의했던 정책들을 점검했는데 약간의 거품을 감안해도 다른 어느 것 보다 충실하게 수행해 온 편이다. (정책협의회 내에서)특별한 불만이 없는데, 최근 노점상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는 고민이 있다.

    –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 노원역이 노원에서 가장 노점상이 많은 지역인데, 그곳에서 전노련이 노점을 하고 있다. 구청 입장은 가급적 현재의 노점을 인정하고, 다른 곳으로 나가라고 할 생각은 없다. 불법이지만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보행을 일부 제한하고, 보도를 일정하게 점유하고 있다. 구청 입장에서는 이게 원칙적으로 옳으냐의 문제가 있다.

    사실 이 분들이 어디 살고 계시는지, 꼭 노점을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 그 분들이 그런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노점의 신규 발생은 억제하고 있는데, 노점상 중 아주 일부라고 보지만 노점을 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도 있는데 신원 파악이 안 된다.

    일단 그들에 대해 재산 파악을 하고, 일정 기준 이상은 가게를 개업하든지 하고, 정말로 어렵게 살지만 자활의지 있는 분들이 노점을 들어오는게 맞다 싶다. 그런데 전노련 입장에서는 신원이 공개되면 결과적으로 전노련 소속 노점상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공개를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노련이 또 진보적 시민단체와 가까우니 진보정당들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세계화, 추구해야 할 것과 견제해야 할 것

    –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내부에서 과거 민주정권 시절의 경제, 사회정책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정성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국민들의 열망 또는 분노의 반영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한나라당도 복지 얘기하고, 민주당이 비정규직에 대한 ‘사유제한’을 당론으로 삼고, 국민참여당은 ‘한미FTA’에 대해 오류가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이런 말들을 어느 정도 믿나?

    =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전반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고비길에 접어들자 "내가 시작한 일이긴 하지만 내가 당시에 확인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얘기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계화와 견제해야 할 세계화를 구분해야 한다. 인간의 얼굴을 하는 세계화의 참된 모습이 무엇이냐를 봤을 때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FTA는 그 문제를 정밀하게 봤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에 대해 노 전 대통령도 반성했고, 나로서도 당시 책임자는 아니나 예측 못했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만약 FTA를 추진한다면 FTA에 상응하는 복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포괄적으로 노동시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한미FTA가 되면 농업뿐 아니라 2차 산업에서도 타격을 받을 부분이 있다. 때문에 개별적 대책도 필요하나 산업구조가 바뀌어 나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생기는 실업자 대책을 만들어야 했다.

    우리는 대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부분은 쉽게 개방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할 피해계층에 대한 노동과 복지 정책이 갖춰지지 않은, 그 갭이 너무 큰 것 같다. 그래서 개방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최근 제기되는 복지국가 논쟁인데, 특히 노동 분야 대책을 빨리 확대하는 것이 FTA 찬반논쟁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다.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 아쉬움 있다

    – 통상정책도 그렇지만 민주정부 10년의 노동정책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도 컸다.

    = 조금 더 과감하게 갔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 연구소에 있으면서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내려 했던  책 『진보의 미래』 발간 총괄책임을 맡았다. 그 책을 보면 알겠지만 노 전 대통령이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밑줄 좍 그었어야 하는데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참여정부는 예를 들어 지금까지 세들어 있었던 고용안정센터들에게 자기 건물을 갖게 해주고 비정규직이었던 센터 상담가들을 정규직으로 바꾸었으나, 그냥 거기까지 한 것이다. 그건 기본이다. 우리나라가 실업급여 수준도 낮고, 새로운 직종으로 전환할 때 드는 직업훈련 과정에서 고용안정성도 낮다.

    그런 부분을 정부 재원을 들여 대폭 확대해야 했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문제와 이에 따르는 4대 보험 비용 증가에 대한 기업가들의 반발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했었다.

    – 통상정책이나 노동정책에 대해 자유주의-개혁 세력의 일부가 어느 정도 ‘반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진보진영의 반응은 엇갈리는 것 같다. "한 번 두고 보자"는 기류 속에 일각에서는 ‘환영’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식’이라 한다. 이런 반응들에 대해 어떻게 보나?

    = 과거는 과거대로 그 시기에는 그 입장일 수밖에 없는 대목을 한편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지만 새롭게 전진해 가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한국사회는 그 파고가 97년 외환위기 거치면서 확대되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확대되면서 한국사회에 몰아치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 민주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세계적 신자유주의 물결과 강해진 재벌들의 사회적 영향력 속에서 소위 진보진영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가 대목에서 정책결정의 수위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2008년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고, 보수진영의 판단과 정책수렴 과정을 거치다보니 진보진영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어려웠고 때문에 진보진영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당시의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이 있었고, 지금 입장에서 보면 보다 과감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있는데, 그게 전체적으로 우리 진영의 국가운영능력 부족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너희들은 반성해야 하니 가만 있으라 한다면, 오히려 우리 진영의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본다. 좋든 싫든 당시의 경험을 포함해서 이후 진보진영이 집권한다면 어떻게 할지 교훈과 반성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진보적 자유주의 진영과 사민주의 진영을 총괄해도 총량이 부족하다.

    (개혁과 진보를 포괄하는)우리 진영은 향후 새롭게 전진해 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반성이 진정한 참회냐 악어의 눈물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논쟁할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다.

    친노 인사들의 참여당 비판 속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요 측근 참모들 가운데 핵심적인 인사들이 이번에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한미FTA를 오류라고 인정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발하고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아무도 유시민에게 친노 그룹의 대표성을 주지 않았으며, 자신이 대표해서 한미FTA 정책을 평가하거나 사과할 수 없다는 논리다. 개인적인 오류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이런 발언이나 행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본인이 판단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유시민 대표가 얘기하는 건 그 자체로 존중해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친노진영 일부가 그렇게 지적하는 것은 그 정책에 대한 반성에 대한 문제보다는, 국민참여당이 대체로 뿌리가 민주당에 있고 노 전 대통령은 참여당 창당을 반대했다는 데부터 나오는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호남색이 강하더라도 지역주의를 탈각하면서 민주당 중심으로 가기를 희망했다. 독자적 창당보다는 민주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기원했었다. 그래서 많은 친노인사들이 민주당과 통합하려 하지 않고 다른 진보정당과 통합하려는 그 흐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다. 참여당에 대한 비판은 이것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에게 통합을 위해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을 싫다고 한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도 통합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고 있다. 야권의 통합 논의와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어떤 식으로든 통합하면 좋고, 통합이 안 되면 연대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연대를 하더라도 흩어져 있지 않고, 파트너가 적으면 효율적인만큼 희망을 말하자면 통합 수준까지, 문성근 백만송이 대표가 말하듯 방은 따로 써도 한 지붕으로 가면 좋겠다.

       
      ▲김성환 구청장(사진=노원구청) 

    그게 적절치 않으면 가까운 곳에 아래윗집 하면 좋은 것 아닌가? 지금 같아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쪼개져 있기보다 가까운 곳끼리 먼저 합치고 크게 합치면 좋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주요 지도부의 정책적 노선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의 정책적 노선이 지금 상황에서 실제로 얼마나 다른가?

    따져보면 나는 차이가 전혀 없진 않지만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보수진영과의 관계를 보면 그 내부 격차는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면 최대한 집을 크게 짓는 것이 좋다. 그동안의 관성이 있고 정책적 지향의 차이가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하되, 지금처럼 지리멸렬할 정도로 쪼개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원, 야권 연대 긍정적

    –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보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이런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야권이 후보를 한 명으로 확정하는 과정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원구 경우는, 총선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그 경우 승산이 있다고 보나?

    = 결국 모든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그 속에서 쌓이는 신뢰, 이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원구는 100점이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지난 1년은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구청간의 신뢰를 상당히 확인해 온 과정이라고 본다. 그것은 장차 총선과 대선에도 노원구에서 만큼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야권연대를 해봤더니 안 좋더라 하면 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노원에는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참고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할 때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독자노선으로 가면서 우리 지역도 후보 단일화에 진보신당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보신당도 최근에 함께 논의 테이블에 들어오고 있다.

    – 구의원, 시의원,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후 지난 18대 총선에 출마했는데, 노회찬이라는 복명을 만나 16.3%를 얻고 3위에 그쳤다. 노원으로 온 노회찬 후보가 원망스럽지 않았나?

    = 나는 지역에서 구의원, 시의원을 하면서 꽤 뿌리가 있었다고 봤고, 노회찬 대표나 홍정욱 후보는 그 시기에 다들 새롭게 지역에 출마를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유감스럽게도 후보 공천을 선거 개시 2일 전에 했고 그러다보니 나를 제외한 노회찬-홍정욱 후보 중심으로 여론조사 하게 되면서 프레임이 이미 짜여져 있었다.

    그러면서 단일화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동네에서는 그런 공식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언론에서는 그런 제안이 몇 차례 제기되었기에 내부에서 그 문제를 고민 안할 수 없었는데 정작 중앙당에서 얘기도 없고, 지역에서도 공식 제안이 없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 때 야권 단일화 제안 못받았다

    그러다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후보를 포기 안 한 나쁜 놈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게 결과적으로 홍정욱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생겼고, 3등을 한 후보의 책임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앞으로도 중앙당 차원에서 최대한 교통정리를 안 하면 동네에서 잘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순천의 경우에 중앙에서 일단 정리를 해도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무소속 형식으로 튀어나오지 않나? 그런 상황인데, 최대한 중앙 차원에서 정리하고 지역에서도 사회적 연대 의식을 높여야 한다. 이런 과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일정한 후보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민주당이 갖는 고정표들이 있어 이를 개인의 결단에 맡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쨌건 당시의 선택이 최선이었냐 묻는다면, 판단하기 어렵다.

    – 노원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삼성사건과 관련해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판결에 대해 이해하기도 어렵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가는데,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된 것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우리로서도 초미의 관심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구청장이 판단할 성질은 아니다. 각 정당에 지도부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다만 어쨌건 나로서는 안타깝다.

    –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 지방선거에 나오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지역 토호세력’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지역에,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에 의존하는 일부 사람들과 관변단체 대표자들을 통칭해 하는 표현인 것 같다. 내가 구의원부터 청와대까지 있으면서 토호라는 분들을 통칭해서 얘기하는 것이 진보진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취지는 수용해야 하지만 진보진영 분들도 대중적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각종 사회단체들이 있는 것이다. 학부모 모임, 교회, 성당, 조기축구회, 상가번영회 모임도 있고, 여러 종류의 공동체들이 있는데 제1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들과 교류하면서 어려운 점을 살피고 일부는 당원으로 받기도 하는 과정이 있다.

    진보진영, 대중적 토대 구축해야

    그것에 비하면 진보진영의 대중적 토대는 노조가 강한 지역을 제외하고 굉장히 취약하다. 진보진영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각각의 대중 단체들과의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신뢰가 있어야 하며, 그 속에서의 함께 어울리기 위한 폭넓은 대중적 활동이 있어야 한다. 노조 조직을 근간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자생적 단체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집권은 이런 단체들을 포함해 행정을 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보면 이들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선거 이전에 충분하게 될 필요가 있다. 선거라는 것이 단순한 선전선동의 장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며 그것까지 고려해 충분히 준비한다면 앞으로 진보진영의 범위는 넓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한국사회가 전체적으로 외환위기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후 14년이 흘렀다. 노원구에도 그 영향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산 파업이고 자살을 통해 자기 생명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결정적 변수는 빈곤 문제다. 그러므로 이는 사회적 문제다. 그것은 최종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원인은 사회적 문제다.

    서민들의 고통이 크고 사회 상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엄청난 사교육을 하고, 강남 진입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 노원도 중계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있다. 그것이 진보진영의 책임이다. 사회를 어떻게, 보다 많은 구민들이 정의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이 변하고, 그 말단인 지방행정을 통해 주민 삶이 연계된다. 국민들이 그 과정을 여실히 지켜볼 것이라 본다. 노원구도 마찬가지다. 개혁진보진영이 국민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그 속에서 삶의 변화 줄 수 있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곳곳에서 그런 흐름이 퍼지면 한국사회가 훨씬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노원구에도 어려운 분들이 많다.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구로 갔으면 좋겠다. 함께 노력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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