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쟁 바이러스'를 전국 사업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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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19일 04: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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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딱지 좀 떼고 살아보자”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이 울산에 울렸다.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없는 공장 만들기’를 내건 비정규직 희망버스 순회투쟁 첫 날인 18일. 울산 현대모비스 앞에는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 아산, 전주 세 지회 조합원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지난 해 파업투쟁을 이유로 세 지회 조합원에게 대규모 징계가 단행됐고, 이 자리에는 각 지회 해고자와 정직자들이 모여 다시 투쟁을 결의했다. 이날은 기륭전자, 동희오토, 한국지엠, 현대하이스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7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전국 순회투쟁의 힘찬 시작을 알렸다.

       
      ▲7월 18일 불법파견 정규직화, 비정규직없는 공장 만들기 순회투쟁 참가자들이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앞에서 열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강정주)

    비정규직 평균 87% 회사 앞에서 시작하다

    이들이 순회투쟁 선포 기자회견 및 발대식을 연 장소는 울산 현대모비스 공장 앞. 현대모비스는 전국 열 두 개 공장 중에서 울산, 경기, 충남 등 여덟 곳의 생산직 노동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최소 74%에서 최대 95%에 이르는 회사다. 전체 평균 1백 명 중 87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정규직은 관리자뿐이며 말 그대로 비정규직 공장”이라며 “이 곳에 금속노조 조합원은 한 명도 없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순회투쟁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김형우 노조 부위원장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950만을 넘는 사회가 됐다”며 “전국을 순회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고 모든 차별과 불안정노동을 깨부수는 투쟁을 펼치자”고 이번 순회투쟁의 의미를 강조했다.

    오지환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의 탄압 상황을 설명했다. 오 사무장은 “근무시간에 커피 먹고 출근시간 10분 전까지 안 왔다는 이유를 든 징계까지 진행되고 있을 정도”라면서도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년, 3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대식을 마친 순회투쟁단은 현대차 울산공장 앞으로 이동했다. 지난 해 11월 25일간의 점거파업이 있었던 현장. 이날 현대차는 정문 앞에 버스로 차벽을 세워 투쟁단의 접근을 막고, 관리자들이 출입구에 서서 특근 때문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신분증까지 이례적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하이스코도 비정규직 급증

    투쟁단은 이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는 등 시민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결의대회도 진행하면서 향후 엿새 동안 진행할 순회투쟁에 대한 결의를 모으기도 했다. 조봉환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차벽 세우고 안에서 관리자들이 사진찍고 녹음하는 것도 다 우리가 모이니 현대차가 겁을 먹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사무장은 “23일 전체 조합원이 특근을 거부하고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고 여름 휴가 이후에는 더 강력한 투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세 지회는 순회투쟁 기간 전국에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는 한편, 전 조합원이 23일 상경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순회투쟁 참가자들이 출근하는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사진=강정주)

    박종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장은 “2004년 까지만 해도 정규직이 60%였지만 이제는 70%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은 30%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업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정규직이 정년퇴직한 자리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현대차도 곧 정규직이 더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지회장은 “현대차비정규직 해고자보다도 적은 숫자인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이지만 우리는 당당히 노조 깃발을 꽂고 교섭도 한다”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남아있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울산에서 일정을 마친 순회투쟁단은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율동과 노래를 배우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창원, 광주, 충남, 경기를 지나 22일 서울에 도착한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의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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