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
        2011년 07월 17일 02: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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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와 혁명의 시대를 맞아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고 주장한 계몽사상가들조차 여성은 남성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당대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루소는 “우리 남성들을 기쁘게 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문수현 옮김, 책세상, 7900원)는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불리며 영국의 급진적 사상가인 저자가 이러한 모순에 반기를 들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적 존재이며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이다.

    여성도 이성을 지닌 온전한 인격체로서 평등한 교육과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하며,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독립적인 개인이 될 때 비로소 인류 전체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함으로써 계몽사상의 남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삶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업 활동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여성 교육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아나키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급진적 정치철학자 윌리엄 고드윈과 결혼해, 서로 독자적인 가계를 유지하는 예외적 결혼 생활을 실험하는 등 그의 삶 자체가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며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여성이 머물러야 할 곳은 교회와 부엌뿐이라고 믿었던 당대 영국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폄하되다가 20세기 후반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여성에게 ‘인간’의 지위를 찾아준 이 책은 그를 망각으로부터 불러낸 가장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이 책은 비단 남녀 관계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예속된 모든 관계의 모순을 비판하고 사회 질서의 재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독보적 가치를 지니며,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지만은 않은’ 오늘에도 현재적 울림을 준다. 그가 지향했던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 * *

    저자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Mary Wollstonecraft)

    175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797년에 사망했다. 『여성의 권리 옹호』, 소설 『메리, 하나의 픽션』 등 다수의 저서를 남긴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여권 운동가이며, 혁명을 옹호한 급진주의 정치사상가였다.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인 메리 셸리의 어머니이자, 아나키즘의 선구자인 정치철학자 윌리엄 고드윈의 아내이기도 하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정교사로 사회 활동을 시작했으며 여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의 정신이 남성의 정신과 조금도 다르지 않으며, 따라서 여성도 이성을 지닌 온전한 인격체로서 평등한 교육과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처한 모순을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분석하고 여성 교육 개선을 비롯해 여성을 독립적인 개인으로 길러내기 위한 길을 모색한 『여성의 권리 옹호』는 그에게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부여한 저작이다.

     

    역자 : 문수현

    197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여고를 졸업하고 1992년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 입학했다. 1996년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해 독일사를 전공했고, 1999년 독일 빌레펠트 대학 박사 과정에 진학해 2005년에 학위를 취득했다.

    남녀 노동자 간의 임금 평등 문제가 계몽사상의 중심축인 자유와 평등이 상호 충돌, 적응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해 박사 논문으로 <전후 서독에서 여성임금 문제에 대한 논의>를 썼다. 국민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에서 가르치다가 2010년부터 유니스트(UNIST : Ulsan National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기초과정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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