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뽑기'로 뽑자
        2011년 07월 10일 09:5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표지

    189 대 110, 60 대 1, 86.3 대 13.7, 142 대 7.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3개 대 출신이 189명이고, 법조인 출신은 60명인 반면 농민 출신은 1명이며, 남성의 비율이 90%에 육박하고, 유권자의 40.9%를 차지하는 19세부터 39세까지는 7명인 반면 17.3%밖에 안 되는 50대가 47.5%를 차지한다.

    날치기, 몸싸움, 엘리트, 기득권, 예산 낭비는 어느새 이 집단을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지금 한국의 국회의원 299명은 이렇게 전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고, 따라서 시민들 각자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대변하지도 않는다.

    날치기, 몸싸움, 엘리트, 기득권, 예산 낭비 국회가 계속되는 까닭은 뭘까? 낮은 투표율이 상징하는 참여의 부재 때문일까, 아니면 대의 민주주의의 본질적 한계 때문일까? 잦은 선거를 치르지만 선거 뒤에는 늘 우리 손으로 뽑은 권력을 향해 불신과 냉소를 쏟아내는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무엇일까?

    ‘내일 내가 앉아 있을 수도 있는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이의 지배를 수용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시민의 의사와 이익을 정치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시민의 아바타’들이 펼치는 직접 정치로 그런 변화는 가능하다.

    『추첨 민주주의』(마이클 필립스 등 지음, 이지문 등 옮김, 10000원, 이매진)가 내놓는 대안은 ‘추첨을 통한 의회 권력의 창출’이다. 절반에 못 미치는 투표율, 만연한 부정부패, 민의의 왜곡 등 대의 민주주의와 선거의 위기를 지켜보던 저자들은 ‘추첨 민주주의(Sortition Democracy)’라는 획기적인 제안을 한다.

    무작위 추출이라는 과학적인 통계 기법을 활용해 전체 국민의 축소판인 의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변호사, 기업인, 전직 관료가 아니라 옆집 아줌마, 채식주의자, 유기농 농부, 반려 동물 주인, 성적 소수자, 비정규직, 결혼 이주자, 실업자 등이 2.5%의 확률 오차 안에서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돼 진정한 대의제를 실현하자는 제안이다.

    추첨 민주주의는 역사적 사례도 가지고 있다. 추첨을 통해 보울레라는 대의체를 운영한 아테네를 비롯해 고대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스위스, 바스크족 공동체 등에서 역사상 다양한 형태의 추첨 민주주의가 운용됐으며, 시민 배심이나 공론 조사 등 영미권의 배심제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특히 2006년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는 추첨으로 만든 시민 총회를 운용해 오늘날 추첨제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추첨 민주주의가 현실화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추첨을 통해 구성된 시민 의회는 시민의 이해를 직접 대변한다. 재선을 노린 헛공약이 사라지고, 지역구 관리에 드는 예산을 아껴 정책 개발에 힘쓰며, 회기 중 의석을 비우더라도 짝짓기 투표인 ‘페어링’이나 구두 투표로 보완할 수 있다. 재선의 압박에서 벗어나 공천에 목매 줄서기를 마다 않는 의원들의 추태와 기업의 로비와 구린내 나는 정치 자금 스캔들이 사라지고, 허술한 의정 보고서를 대체하는 진지한 정책 논쟁이 자리잡는다.

    시급한 민생 법안이 서랍 속에 잠자는 일이 줄어들고, 평범한 시민이 이해할 수 없는 법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바뀌고, 연말에 일괄 처리되는 예산안과 법안들은 진지한 심의의 대상이 된다. 이제 의회는 엘리트 집단의 특권 지대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진정한 민주적 권력체가 된다.

                                                      * * *

    저자 : 마이클 필립스 (Michael Philips)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각종 속임수와 거짓말을 끝까지 추적하는 철학 경찰관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마이클 필립스는 현재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자 : 어니스트 칼렌바크 (Callenbach, Ernest)  

    1975년 《에코토피아》라는 책을 통해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캘리포이나 주립대학교 출판부에서 내는 계간 영화 학술지 필름 쿼터리의 편집장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과학, 예술, 영화에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편집한 실천적인 생태·환경운동가다. 

    역자 : 이지문  

    1992년 현역 중위 신분으로 군 부재자 투표를 양심선언해 한국 사회에 공익 제보가 확산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그 뒤 4대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실행위원, 국가청렴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부패학회 시민분과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실천적이고 학문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와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강사를 맡고 있다. 

    역자 : 손우정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상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민중의 소리> 정치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비판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