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절망한 이들이 쏘아올린 희망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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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09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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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가수 사이. 책상에 걸터앉아 공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사진=김세환 청년유니온 조합원)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기 전. 이 사이 시간에, 자신을 유기농가수라고 소개하는 포크가수 ‘사이’의 흥겨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사이는 총 네 곡을 불렀는데, 개인적으로 <힘내요, 노량진 박>이란 노래가 유독 가슴에 와 닿더군요. 비록 공무원시험 수험생은 아니지만, 어디 요즘 수험생만 힘듭니까?

    “한 평짜리 나의 꿈, 나의 우주/ 힘내요, 노량진 박/ 당신 아직 젊지 않수”라는 노랫말을 들으며 가사를 ‘힘내요, 홍은동 조/ 당신 아직 젊지 않수’로 바꿔 조그맣게 따라 불렀습니다. 보니까 옆자리의 친구도 그러고 있더군요. ‘힘내요, 신림동 김’ 이러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토닥거리며 감상에 젖다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셀프-토닥토닥’을 넘어 세상을 바꿀 때가 된 것이지요. 예심을 거쳐 선발된 다섯 팀의 청년들이 PPT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뽐내고 청중들의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물론 수상자도 가려졌고요. 그럼, 이 기특한 청년들, 어서 만나보지요!

    청년창안대회, 예심 통과 다섯 팀 PPT발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신혜정님은 청년소통 인터넷사이트 ‘일로넷’을 제안했습니다. 청년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고충들을 인터넷공간에 털어 놓고 변호사, 노무사 등의 전문가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지요. 물론 요즘 유행하는 SNS들처럼 청년들끼리 소통할 수 있게도 하고요.

       
      ▲일로 소통하는 곳 ‘일로넷’을 발표하고 있는 신혜정님.(사진=김세환) 

    한국여성노동자회에 계신 신혜정님은 이 프로젝트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한국여성재단에서 4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은 상태라고 합니다. 현재 개발과 디자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네요. 8월초에 서비스 오픈할 예정이고, 8월말이나 9월초에 정식 오픈한답니다. 어서 ‘일로넷’ 사이트가 오픈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음… 저였습니다. 많은 청중들 앞에서 발표하려니 떨리고 말도 더듬게 되고… 아주 땀나는 시간이었지요. 저와 제 여자 친구가 한 팀이 되어 제안한 아이디어는 ‘재능교환’이었습니다. 취미나 예술 등 다양한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의 재능과 교환하거나 싼 값에 사고파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제가 노량진 박군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대신 노량진 박군은 제게 생활행정법을 가르친다거나 하는.

    영어 등 스펙을 위한 강의는 물론이고 악기나 운동, 수채화 등의 문화생활을 위해서도 큰돈이 드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서로 교환하거나 소액의 금액을 주고받으며 거래할 수 있으면, 돈도 아끼고 그것 자체로 놀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으로 기획해보았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 쏟아지는 질문

    하지만 제 발표에는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이도 쏟아졌는데요. “교환할 수 있는 재능 자체가 없는 사람은 재능을 사기만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냐?”는 현문에는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은 있다고 생각한다”는 우답으로 아주 나이브하게 넘어갔고요. “홍보는 어떻게 할 거냐?”는 희망제작소 관계자분의 질문에는 우물대다 그만 “희망제작소에서 해주세요!”라고 답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웃고, 저는 (속으로) 울고. 이때 저는 저희 팀의 탈락을 확신했습니다.

    세 번째 발표는 신동호, 김명기, 김진석, 신윤수, 신지선님의 ‘마을을 인터뷰하다’였습니다. 이들의 제안은, 사실 조금 복잡합니다. 잘 들어보세요. 일단 공공근로 예산으로 청년들을 마을복지사로 키웁니다. 그리고 이들을 마을로 파견해 노인들에게 복지를 제공하고 직접 인터뷰도 따옵니다. 그 다음 이 인터뷰를 묶어서 노인들의 자서전을 내주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최대한 살려서 해당 마을을 관광자원화하는 계획도 추가됩니다.

    뭐, 이 정도로 이 팀의 제안을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들의 제안엔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인지, ‘공공근로 예산을 뺏어서 하면 어떻게 하냐’, ‘누구를 마을지기로 뽑아서 어떻게 교육시킬 거냐’ 등등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대표로 발표를 맡은 신동호님이 아주 애를 먹었지요. 그래도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했고, 그 와중에도 자신은 ‘위버멘쉬’란 인디밴드의 드러머이고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 달라는 자기PR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현재님이 제안한 자기 PR용 종이컵 화분.(사진=김세환)
     

    네 번째로는 이현재님이, 세 번째 발표자 신동호님의 자기PR에 이어 ‘내가 나를 PR한다’를 발표했습니다. 이현재님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간단했는데요.

    종이컵에 꽃씨를 심고 그 위에 자기 이름을 써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자기를 PR하자’는 거였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PR과는 다른 방식의, 차별화된 PR인 것이지요.

    생활 속 고충이 아이디어로

    이현재님은 자기PR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이름이 적힌 작은 화분(?)을 주고받으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발표자인 전정례님은 ‘백수들의 웰빙라이프 텃밭요리 모임과 옥탑도시락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고시원과 함께 요즘 청년들의 대표적인 악조건 중 하나가 바로 싸구려 패스트푸드인데요. 옥탑방에서 자취하는 청년들이 옥상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로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하면, 청년들이 몸에 좋은 채식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채식주의자인 전정례님의 생활상의 고충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청중 몇 분이 굉장히 반가워했지요.

    이렇게 다섯 팀의 발표가 모두 끝나고 10분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드디어 수상작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역시나’했고요.

    예심에서 먼저 선정된 10편의 가작과 8편의 우수상 수상팀에 더해 결선에 오른 다섯 팀 중 탈락팀 두 팀이 우수상이 되고(우수상 수상팀은 총 10팀이 됨), 나머지 두 팀이 최우수상, 마지막 한 팀이 대상을 거머쥐는 식으로 수상자가 가려졌습니다.

    우수상은 꼴찌?

    네,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일 먼저 우수상을 차지했답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꼴찌를 하면 이런 기분일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고요. 표정 관리를 힘겹게 했지만, 과장되게 좋아라 했지만, 수상자 사진 속의 제 얼굴은 어디에서도 웃고 있지 않더군요.

    한편 ‘텃밭요리 모임과 옥탑도시락 프로젝트’를 발표하신 전정례님이 저와 함께 우수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역시 예쁜 외모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기색을 잘 숨기지는 못하셨고요. 최우수상에는 ‘마을을 인터뷰하다’의 신동호님팀과 ‘내가 나를 PR한다’의 이현재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분들은 표정이 매우 밝았습니다.

    대상은 ‘일로넷’의 신혜정님이 수상하셨습니다. 신혜정님은 상금 100만원을 ‘일로넷’ 홍보비로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그저 좋지요”라고 푸르게 답했지요. 아주 함빡, 방그레 미소 지으며.

       
      ▲전태일재단 박계현 사무총창,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김재광 노무사,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 그리고 청년창안대회 수상자들.(사진=김세환)
     

    수상작 선정 및 수상식을 마치고, 장장 여섯 시간 동안의 청년문제 심포지엄 및 청년창안대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청년창안대회 심사위원인 조금득 청년유니온 사무국장님은 “언론에서는 우리를 무슨 하청업자로 아는지 자꾸만 히키코모리 스타일의 청년백수 사례자만 인터뷰용으로 요청한다”며 “우리 청년들은 이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좌절하고만 있지 않다. 이렇게 진지하게 대안을 고민하고 유쾌하게 토론하며 세상에 도전하는 바로 이 사람들이, 지금 여기의 청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절망한 자들이 제안하는 희망의 세상

    사실 1부 청년문제 심포지엄에서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박권일님은 발제 중에 “지금 청년은 가장 절망한 사람들이다. 가장 절망한 사람만이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정말로 가장 절망한 우리들은 언론에서 원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턱대고 울고만 있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꿨던 것이지요. 더 나은 세상을.

    “정부가 버리고 한나라당이 버린 우리들의 청년”(청년유니온, 『레알 청춘』, 15쪽)이 드디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청년창안대회라는 멍석을 깔고, 그 멍석에서 희망을 노래했던 것이지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다 포기해야만 한 목숨 겨우 보존할 수 있는 우리에게, ‘애를 안 낳는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돈 없으면 대학 가지 마라’는 헛소리로 욕보이는 당신들에 지쳐 우리는 스스로 머리를 쥐어짜며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비록 어떤 이들은 ‘아이디어가 그게 뭐냐’, ‘그거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라며 냉소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분들께 저의 매력적인 엄마미소를 한껏 드러내며,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신도 내년 제2회 청년창안대회에는 꼭 함께 해요. 정부와 한나라당은 우릴 버렸지만, 우린 우리끼리 절대 버리지 맙시다. 서로 보듬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 싸워요!’  

    * 청년창안대회 결선 결과

    대상(상금 100만원): 신혜정 <청년소통공간 ‘일로넷’>

    최우수상(상금 50만원): 신동호, 김명기, 김진석, 신윤수, 신지선 <청년, 마을을 인터뷰하다>
    이현재: <"내가 나를 PR하자">

    우수상(상금 10만원): 장보연, 조영훈 <재능교환 ‘전수 & 전수’>
    전정례 <텃밭요리모임 & 도시락 모임>
    권오상 <도심 속에 살아있는 나무 숲 놀이터 만들기>
    김민규 <대학생 독립만세 펀드>
    김웅, 신혜정, 전시은 <노출된 아지트>
    김정우 <도서관 극장 활성화 방안>
    맥놀이 <청년마켓 ‘나도 뭔가 쓸모가 있겠지’>
    박지영 <"내가 만약 외로울때면 누가 나를 위로 해 주지? 그건 바로 직장 동료 여러분!!!">
    서현우 <옥상파티 프로젝트>
    양수진 <우리 회사 회의실에서 여는 ‘사내 영화제’>

    가작(도서 『레알 청춘』 『전태일평전』): 김세환 <Heaven’s fund>
    조은형 <지하철 자리 표지판>
    정재욱 <당일 배송 택배>
    정재욱 <멘토, 멘티 제도 입안>
    김지혜 <홈스테이>
    김형주 <청년 상담 서비스>
    이민영 <백수들의 문화생활 즐기기>
    탁영민 <직장환경 직접꾸미기>
    현북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와와>
    현북진 <아이디어 오픈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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