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제로 끌려내려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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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06일 11: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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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의 마지막 남은 해고자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5m 고공의 철 구조물에서 지내신 지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사람이 ‘생활’할 수 없는 곳에서 혹한의 겨울을 지내고 이제 철판들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폭염의 여름을 견디고 있다.

이 인터뷰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8인의 해고 조합원들이 점거한 85호 크레인에 대한 진압 작전의 예비 과정으로 보이는 크레인 아래 그물 설치작업이 진행되는 날(5일) 긴장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사진 = 금속노조 신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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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제로 끌려내려가지 않는다" 

이창우 : 힘드실 텐 데 어렵게 시간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진중공업 야드를 완전히 장악한 사측과 공권력이 언제 진압작전이 펼쳐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쫓겨난 조합원들은 공장 밖 85크레인이 보이는 노상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지요. 어떻습니까? 강제 진압 작전의 조짐이 보이는지요? 회사나 경찰이 무모한 도발을 할까봐 정말 우려됩니다. 

김진숙 : 강제진압의 위협은 일상적으로 존재합니다. 이 크레인은 현재 용역들이 둘러싸 완전 고립된 상황이고 식사를 올려주는 사람 외엔 아무도 접근을 못해요. 실제 특공대가 들어와 면밀히 탐색을 하고 가기도 했고, 무장 경찰병력 수천 명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크레인 주변에 그물을 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그건 곧 강제진압 시 추락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경찰 병력이 크레인 앞 도로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촛불집회를 이유로 조합원과 시민 22명이 강제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강제로 끌려 내려가진 않습니다. 그건 곧 이 싸움의 패배를 의미하는 거고 영도조선소의 폐쇄와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라지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회사와 경찰이 오판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된 데는 한진 지회 집행부의 법적 효력이 모호한 노사협의에 의한 합의와 업무복귀 선언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집행부는 이번 합의가 조직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 행정대집행이라는 이유로 공권력 수천 명이 공장을 에워싸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뤄진 합의입니다. 합의가 발표되는 그 순간, 조합원들은 집행이라는 조끼를 입은 용역 깡패들에 의해 사지가 질질 끌려 공장 밖으로 쫓겨나가던 시간이었습니다.

7개월째 이어지는 투쟁의 가장 중요한 요구가 정리해고 철회였습니다. 그 내용을 담아내지도 못했을 뿐더러 법적으로도 효력이 없는 그들만의 합의일 뿐입니다. 합의 발표가 있자 국회 청문회가 무산됐고, 사측은 조업정상화를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잠 거의 못 자, 그래도 해는 뜬다" 

: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겠군요? 현장 침탈 이후 어떻게 지내세요? 

: 6월 10일 용역들이 현장을 침탈하면서 조합원들이 두들겨 맞는 걸 지켜본 이후 잠을 거의 못잡니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어요. 전기가 끊긴 이후로는 밤이 더 길어졌습니다. 고립감도 깊어지고, 그래도 해가 뜹니다. 생각을 많이 합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 가고 싶은 곳… 젤 많이 하는 생각은 강제진압에 대한 생각입니다. 

: 바깥에서 지켜보는 많은 분들이 전기 공급이 끊긴 데 분노하고, 혹시라도 자행될지 모를 강제 진압 상황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습니다. 사측이 크레인 중간 데크에 배수진을 치고 있던 조합원 중 12명만 남기고 내려오면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지금까지 전기 공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안전상의 문제라고 합니다. 거기다가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국가인권위마저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했지 않습니까? 

: 이 높은 크레인 위에 전기가 들어오는 게 안전하겠습니까? 캄캄 절벽인 게 안전하겠습니까? 전기를 끊은 이유는 오직 한가지입니다. 트위터.

트위터를 통해 소식들이 전파되고 그걸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이는 걸 사측은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인권위가 중재한 내용조차 사측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마지막 비빌 언덕이라 생각했는데 그 언덕마저 허물어져 내린 느낌입니다. 

: 지금 상황에서 이런 질문이 뭣하지만, 멕시코 사파티스타 마르코스부사령관이 총 대신 마이크와 인터넷으로 혁명을 이끌었다면 김진숙 지도위원께서는 85호 크레인 위에서 트위터와 글로써 투쟁을 이끌어 왔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어떤 트친 한 분은 트위터가 끊겼을 때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멈춘 것과도 같다며 트위터를 심장에 비유하기도 했지요. SNS의 위력을 누구보다 실감하실 것 같은데 트위터는 언제부터 사용했습니까? 트위터가 가진 힘을 어떨 때 가장 크게 실감하셨는지요

: 트위터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무기였습니다. 지난 2월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설명서도 없이 혼자 시작하려니 좀 어려웠습니다. 이걸 왜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어렵게 열고나니 이미 수백 개의 응원 글들이 올라와 있는 거예요. 읽다보니 재미있었고, 힘이 났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게 김여진씨와의 인연이었습니다. 서울과 부산, 그리고 촬영장과 크레인이라는 거리와 공간적 제약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그녀와의 유대는 각별했습니다. 그건 세상을 향한, 인간을 향한 그분의 따뜻한 시선과 맑은 영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분들을 트위터를 통해서 만났습니다. 대부분 내가 알지 못했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내게 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생명수 같았습니다. 실제로 트윗을 통해 이곳을 오시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1차 희망버스 때도 그랬고, 2차 희망버스도 그럴 것입니다. 자신의 일상 가운데서 선하게 사시는 분들, 좋은 세상을 꿈꾸며 세상과 연대하는 분들이 참 많다는 걸 매일 느끼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치열하게 사는 게 잘 사는 건 줄 알았는데 앞으론 좀 즐기면서 살아야 되겠다는 호강스런 꿈도 꿔봅니다. 

: 알자지라, 르몽드 등 외신에 다루어지면서 역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더 크게 다루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한진 정리해고 문제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한진을 떠나 사회적 쟁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본의 성채는 완고한 것 같습니다만. 

: 쌍용차의 경우도 그렇고 한진의 경우도 그렇고 노동자들이 생존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이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닙니다.

나는 여기서 겪은 181일. 대한민국이 얼마나 추악한 나라인지, 얼마나 노동자들에겐 절망적인지 매일 눈으로 확인을 합니다.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요구에 특공대 투입으로 매일 위협을 하고, 용역깡패들을 수백 명 동원해 노동자들을 짓밟고 법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낼 일인가요?

법도, 정치도, 언론도, 경찰도, 거대한 국가권력이 한진이라는 부도덕한 자본을 지키기 위해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의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트위터의 기적이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미디어 파워는 이제 세계적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말씀 하나 하나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비해고 조합원들이 복귀했는데 조합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짧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 나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조합원들을 믿습니다. 87년 해고 이후 숱한 투쟁들을 겪으면서 왜 상처가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그 당시 그분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을 이해합니다. 파업 현장을 떠난 분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이 싸움 승리하면 다 웃으면서 만날 사람들입니다. 해고자 동지들도 넓은 마음으로 멀리 봤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사람이 변하는데 가장 큰 힘은 감동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그 과정이라 생각하고 담대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장시간 고맙습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김진숙 지도위원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고 힘내십시오. 

내일(7월 7일)이면 김진숙 지도위원의 쉰 한 번째 생일이다. 제발 그가 무사하길, 그리고 그가 지키려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단란한 일상이, 그 작은 행복이 다시 차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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