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영웅이라고? 속 모르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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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04일 01: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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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버스파업이 마무리된 이후 2개월만에 운수노조 전북지역본부 사무실을 찾았다. 5개월 동안 파업투쟁본부 상황실로 쓰였던 이곳은 이날 민주버스본부 전북지역지부 출범식을 앞두고 북적거렸다.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8일 파업에 돌입해 4월 26일 합의하고 5월 2일 현장에 복귀한 이후 다시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6개 지회의 상황과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었고 사측의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만난 노동자들은 "파업투쟁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북고속지회의 파업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김기철 씨(호남고속지회), 김종만 씨(신성여객지회), 오해관 씨(시민여객지회)를 만나 파업 이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철, 김종만, 오해관 조합원. 

    합의? 전혀 안 지켜져

    – 그동안 잘 지내셨나.

    = 오해관: 잘 지냈지. 일하는 거야 똑같지 뭐.

    = 김종만: 정신없다. 일하고 일 없을 땐 집회가고. 전북고속이 아직 파업중이니까.

    = 김기철: 아~~힘들어. 지금도 힘들어. 어디선가 우리보고 영웅이라고 하던데 속 모르는 소리여. 파업은 시작일 뿐이야.

    – 복귀 이후 사측 태도는 어떤가. 합의사항은 지켜지고 있는가?

    = 김기철: 전혀 안 지켜지고 있다. 사측은 합의사항 6개 항 중에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부분만 이야기 하고 있다. 개인별 체불금은 별도사항이라고 합의했고 노사가 만나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인데 회사는 심지어 체불임금마저 없었던 걸로 퉁치자고 하고 있다.

    = 오해관: 배차를 우리 쪽에는 기본만 주고 한국노총쪽에 몽땅 줘. 차별하는 것은 마찬가지야. 

    "승객들이 격려해줘"

    – 그래도 파업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 김종만: 신성의 경우 회사측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요구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요구한다. 그럼 회사가 "한번 봐달라"고 말하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우릴 대하는 게 다르다. 배차 문제, 휴식시간, 코스문제 우리가 요구하고 있다. 조건이 달라진 것은 맞다.

    = 오해관: 회사는 달라진 것 하나도 없다. 물론 파업전보다 조합원들 자신감은 훨씬 있지.

    – 준법투쟁을 진행중이라고 하던데.

    = 김기철: 돈통과 행선판을 달지 않고 가스충전도 안하고 있다. 사측에서 당황하며 다시 붙이고 다녀달라고 한다. 불똥 떨어졌지.

    = 오해관: 우리가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단협에 없는 사항이니까 안하겠다는 거지. 지금까지는 그냥 했지만. 사측이 알아서 하라는 거지. 준법투쟁 들어가니까 사측이 "다 들어 줄테니까 그만하라"고 하더라. 그럼 약속을 문서상으로 남기자고 하면 또 그렇게는 안한대.

    = 김종만: 어제부터는 속도위반 안하고, 승객없는 승강장 무정차도 안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시간이 길어지고 2~3코스가 빠진다. 그래도 회사는 암말 못하고 있다. 승객이 아직도 버스가 해결이 안됐냐고 물어서 회사가 합의를 안 지키고 있다고 하니까 "다시 파업하더라도 꼭 잡을 건 바로 잡으라"고 격려해 주더라구. 

    – 5개월 동안 일을 못했는데 생계의 어려움은 회복이 좀 되고 있나.

    = 김종만: 아직 멀었다. 1년은 일해야 회복 될 것이다. 여전히 알바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백기간을 메꾸려면 한참 멀었다.

    = 김기철: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노총과 갈등 여전

    – 1번 합의사항이 사무실 제공 등이었는데, 노조사무실 생긴 지회는 없나?

    = 김종만: 신성 같은 경우는 사무실 생겼다. 아직 이름은 노조사무실이 아니라 휴게실이다. 집기는 우리가 구입하고 회사에 청구하기로 합의했다. 지회사무실에 우리 파업할 때 사진 쭉 붙여놨는데…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동료들 얼굴 보며서 그때 우리가 이랬었구나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사이는 어떤가?

    = 김기철: 쉽지 않다. 골수들은 어렵고 말귀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살살 얘기하지.

    = 김종만: 트러블이 있다. 기존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파업 끝나고 나서는 앞뒤차인데도 인사 안 하고… 어용이라는 말에 말다툼하고 주먹다짐도 한 적도 있다. 

    – 복수노조 앞두고 과반수를 넘겨야 하는데 조합원은 좀 늘었나?

    = 김기철: 파업 끝났을 때보다 40여명 정도 늘었다. 호남고속 부안팀 쪽에서 가입 예정이다. 좀 있으면 과반수 될 것 같다.

    = 김종만: 최근에 한국노총 골수 2명이 넘어왔다. 전쟁이 나도 안 넘어오고 거기서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넘어 온 것이다. 신성이 파업 전에 156명이었다가 파업 끝날 때 83명이었다. 지금은 111명이다. 이달 말까지 더 많은 인원이 가입 예정이다. 140여명 정도 될 것이다.

    = 오해관: 시민여객의 경우는 워낙에 굳어져 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사측 이렇게 3개파로 오래 전부터 나눠져 있다. 넘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노총과의 사이는 평소에는 좋다. 분위기 괜찮다. 그러나 가입시키려고 작업을 하면 180도 바뀌면서 싸움이 나. 이젠 작업 안하고 느그들 스스로 깨닫고 넘어와라고 해. 

    형제보다 진한 우정

    파업 이후 조합원들 간의 우애가 남다를 것 같은데.

    = 김종만: 물론이다. 형제보다 더 진한 우정을 가지고 있다.

    = 김기철: (끄덕끄덕) 

    – 파업 다시 하라면 할 수 있겠나?

    = 김종만: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해야 된다면 해야지. 보람이 느껴지고… 내가 뭔가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앞으로 해야되는 상황이 온다면 하겠지.

    = 김기철: 난 안해.(웃음) 힘들어. 파업이란 게 쉬운 것이 아니야. 어쩔수 없이 해야 된다면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지도부에서 웬만하면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어. 5개월 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고 조합원들 생계 문제도 있고. 나 때문에 가족, 생계 문제가 너무 복잡해져. 지도부에서 빨리빨리 대처해서 잘 해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나 만약 해야 된다면 무조건 해야지.

    = 오해관: 장기파업은 못한다. 시한부 파업은 해볼만 하다. 장기파업 너무 힘들어.

    = 김종만: 파업 이후로는 학생들 촛불집회든 민주노총 집회든 뭐든 다 찾아간다. 파업의 좋은 점이 이런 것 같다. 예전에 운전하고 다닐 때 학생들 데모하는 걸 보면 ‘쟤네들 할 일 없으니 저런다’고 생각했었는데… 달라졌다. 파업, 투쟁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거잖아. 

    파업 투쟁이 세상 바꾸는 거잖아

    – 전북고속이 계속 싸우고 있는데 소식 좀 알려달라.

    = 김기철: 날마다 집회하고 선전전하고. 안쓰러워 죽겠다. 해결될 기미는 안보인다. 쉬는 날에 집회 결합하고 있다. 조합원들 이탈은 없고 생계투쟁은 나가고 있고.

    = 김종만: 사측이 교섭 안 나와서 강제 이행금이 2억 정도 되는데 그거랑 대체 인력 벌금 등을 청구한다고 한다. 전북고속 사장이 곧 구속 될것 같다는 소문도 있다. 

    – 인천 삼화고속을 비롯해 투쟁 중이거나 투쟁을 준비 중인 다른 사업장의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종만: 젤 어려운게 단결력인데 동료간의 믿음이 없으면 안돼. 첫째가 동료간의 믿음, 동료애다. 동료먼저 생각하고 집회 대오에 항상 참여하는 것.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아니면 안된다’는 각오로 하면 된다.

    = 김기철: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길 바란다고 해야지. 뭔말이 있겄어. 그것보다 더 좋은 말이 뭐가 있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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