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철학 전사의 세기적 결투
        2011년 07월 03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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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매튜 스튜어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27000원)는 17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짧은 만남을 중심으로 삼아 두 철학자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상을 한 편의 이야기로 창조해낸 흥미진진한 철학적 모험담이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가 필생의 주제로 삼아 분투했던 고민의 핵심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철학 교양서이자, 역사의 낡은 책장 속에 박제된 두 인물을 생생한 현실의 인간으로 살려낸 매혹적인 평전이다.

    저자는 탄탄한 철학 지식과 뛰어난 이야기꾼의 재능을 발휘하여 실제로 일어났던 철학사의 결정적인 한 장면을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엮어낸다. 두 철학자의 삶과 역사와 철학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인문학적 호기심과 철학적 재미를 두루 충족시켜주며, 몹시 난해한 개념으로 알려진 스피노자의 ‘신(God)=자연’과 라이프니츠의 ‘모나드(monad)’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 안에서 스피노자의 ‘신’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와 사유의 전장에서 만나 한판 전쟁을 벌인다.

    철학의 격전장에 나선 두 전사의 양보 없는 결투

    1676년 11월 찬바람이 불던 어느 가을날, 젊은 남자가 헤이그에 도착해 운하 옆 작은 벽돌집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기는 도회풍의 그 젊은 남자는 수수한 옷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와 마주앉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지만 눈빛만은 한없이 투명하고 깊어서 세상의 비밀을 다 꿰뚫어보는 듯한 남자였다.

    한 사람은 미적분의 고안자이고 마인츠의 전직 추밀고문관이며, 얼마 전 하노버 공작의 신임 사서로 임명된 서른 살의 야심만만한 만능 철학자 라이프니츠였다. 그 철학자를 맞아들인 다른 남자는 당대의 가장 위험한 두뇌로 악명을 떨침과 동시에 탁월한 지성으로 유럽 지식 세계를 전율시킨 마흔네 살의 불온한 은둔자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를 만나는 일은 그 자체로 전도유망한 삶이 끝장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에게 문을 열어주었으며, 라이프니츠는 왜 그토록 위험한 도전을 감행했을까? 철학사의 가장 은밀하고도 위험한 만남에서 두 천재 철학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일까?

    스피노자는 이중으로 추방당한 자였다. 유대 공동체에서는 이단자로 몰려 파문당했고 기독교 세계에서는 무신론자 유대인으로 낙인찍혔다. “쇠사슬로 묶어놓고 몽둥이 매질을 해야 마땅한 미치광이 악한”이라는 비난이 그를 따라다녔다. 암살 위협까지 받게 되자 그는 고향 암스테르담을 떠나 헤이그로 숨어들었다.

    이 이중 망명자는 하숙집 다락방에서 낮에는 광학용 렌즈를 갈고 닦고, 밤에는 촛불 아래서 자신의 철학 체계를 갈고 닦았다. 그는 억압적인 신권정체 타도와 자유로운 민주정체 수립을 주장한 근대 최초의 정치 철학자이자 급진 혁명가였다. 이 사유의 전복자는 지극히 청렴하고 겸손하고 조용한 삶을 살았다.

    라이프니츠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품은 ‘옴니마니아(omnimania)’였다. 철학사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천재로 꼽히는 라이프니츠는 철학, 수학, 물리학, 기계 기술, 지리학, 법학, 어학에 두루 능통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정도가 그에게 비견될 만한 천재였다.

    그는 유럽의 평화를 위해 프랑스 루이 14세에게 제2의 십자군 원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사상의 중재자가 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품었고, 무너져가는 기독교 세계를 재통합하는 ‘기독교 국가’ 건설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의 야심은 스피노자의 철학을 만나 격하게 흔들렸다.

    저자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삶과 사상을 촘촘하게 엮어 역사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직조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젊은 궁정인은 검소한 다락방 철학자와 격론을 벌인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생각은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적 문제의식으로 생동한다.

    17세기는 철학하는 것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태로운 시대였으며 동시에 그 위태로운 시대를 별처럼 빛냈던 불온한 천재들의 시대였다. 이 잘 짜인 철학적 모험담은 그 17세기를 강타한 천재적 사상들의 대결을 한 편의 드라마로 되살려낸다.

                                                       * * *

    저자 : 매튜 스튜어트 (Matthew Stewart)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 강단에 서지 않고 대신 경영 컨설턴트로 현실에 뛰어들어 모험을 시작했다. 여러 은행들을 위해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동료들과 함께 경영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역자 : 석기용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우교수이자 생명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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