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의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
    2011년 07월 03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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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금태섭 변호사가 『디케의 눈』을 통해 대중에 흥미로운 법 이야기를 전한 지 3년 만에 새 책을 선보인다. 신간 『확신의 함정』(한겨레출판사, 12000원)은 법과 정의의 문제를 다루지만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소설,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국내외 사례, 그리고 저자가 검사 시절 직접 다뤘던 실제 사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딜레마적 상황을 소개하고 있어, 마치 흥미로운 장르소설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초임 검사 시절 만난 한 자동차 절도범 이야기다. 10대 후반 절도와 폭력 등의 죄명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 서른이 넘어 출소한 전과자였는데,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리에 서 있던 고급승용차를 몰고 달아나다 잡혀온 것이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그 피의자가…

재범이니 보호감호를 청구해야 했는데, 애초 5년형을 받고 보호감호로 7년을 더 살아 총 12년을 복역하고 나온 피의자가 다시 징역에 보호감호 7년을 합쳐 복역하면 마흔이 넘어서야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잡혀온 피의자는 주요 혐의를 인정한 채 아무 말도 않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보호감호제도에 위헌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오던 터에 장발장이 연상되는 피의자의 사정을 생각하니 쉽게 보호감호 청구를 할 수 없었다. 고심 끝에 보호감호는 청구하지 않고 해당하는 징역만 구형했다. 판사도 그의 사정을 딱히 여겼는지 결국 집형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그는 사실 잔혹한 납치강도였던 것이다. 고급승용차를 훔친 것은 순간적으로 탐이 나서가 아니라, 납치강도를 위해서였다. 10대 후반에 저지른 절도와 폭력도 확인해보니 그 나이 때 있을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보호감호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모의하여 출소하자마자 범죄행각을 펼치던 중 뜻하지 않게 자동차 절도범으로 잡혀온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계속 범죄를 벌였다. 결국 다시 검거되긴 했지만, 그 사이 피해자는 더 늘어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애초에 매뉴얼대로 보호감호를 청구했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위선적인 변명일 뿐이다. 이는 보호감호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호감호가 나쁜 제도라는 생각에 빠져, 피의자를 그저 고급차가 부러웠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과거의 절도와 폭력 사건도 치기어린 십대 후반 남자아이들의 뻔한 사연이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사건 자체의 팩트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 스스로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었지만, 바로 한 치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틀린 판단을 바로잡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아무리 당연해 보이는 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주장한다. 앞선 이야기에서처럼 잘못된 선입견과 오만, 그리고 불성실이 개입하면 누구라도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

저자 – 금태섭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은 탐정이었지만 대한민국에서 탐정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사법시험을 쳐서 검사가 되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를 시작해서 통영, 울산, 인천,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에서 퇴직할 때까지 12년 동안 범죄 수사를 했다.

장기 해외연수 기간 중 코넬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몸담고 있던 검찰의 발전을 위해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하였지만 논란 속에 연재를 끝맺지 못한 점은 아직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지평지성에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소설가가 꿈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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