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은 노조파괴 넘어 가정파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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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01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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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진 6월 29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서울 길에 나섰다. 7월 1일까지 2박3일 동안 서울 곳곳에서 충남 아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알리기 위해서다.

    억수같이 비가 쏟아져도, 갑자기 말끔히 하늘이 개고 땡볕이 내리쬐도 하루종일 1인시위다. 이들의 1인시위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 현 사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앞, 편파적인 수사와 공권력 투입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으려 한 경찰청 등 7곳에서 이어졌다.

    30일 오후, 늘상 “우리는 모두 가족”이라고 떠들고 다니더니 40일이 넘도록 가족같던 조합원을 길거리로 내쫓고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 있는 유시영 사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만났다. 이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는 신사동에 위치한 사장 집은 3미터가 넘는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와, 잘 사네.”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가며 일한 대가로 사장은 저 좋은 집을 샀을텐데, 그 일등공신인 조합원들은 지금 비닐하우스에 있다.

    “사장님 집 좋네”

    19살 때 입사해 20년 청춘을 유성에 바쳤다는 ㄱ조합원. “처음에 이 앞에 섰을때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런 동네에서 누가 우릴 쳐다보기나 하겠나’ 이런 생각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으면 사장이 쪽팔리기라도 할 거 아니냐.” 사태를 해결해야 할 사장은 이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ㄱ조합원은 “어쨌든 사장이 나타나야 뭘 해결을 할 거 아니냐. 그런데 도대체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30일 현재 44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들. 힘이 안들 리가 없다. “잠자리, 화장실 투정 같은 거 절대 안한다. 오랜만에 집에 가도 반찬 투정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에서 고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일괄복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조합원들과 가족들을 회유하는 회사의 행태다.

       
      ▲유성기업지회 한 조합원이 서울 신사동 유시영 사장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뒤로 3미터가 넘는 높은 담이 보인다.(사진=강정주)

    “지금 회사가 하고 있는 건 노조만 파괴하는게 아니라 가정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한 조합원이 얘기한다. ㄴ조합원도 “최근 회사가 직접 얘기해도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자 복귀한 사람들 통해서 가족들을 흔든다”고 설명한다. 회사가 시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ㄴ조합원의 어머니에게도 퇴직자 중 한 명이 연락을 해 “노조의 요구가 부당한 거다, 자식 잘못되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등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노조파괴만이 아니라 가정파괴

    이번 투쟁으로 가족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다른 조합원도 얘기를 덧붙인다. 이 조합원은 동서와 같은 회사에서 일했고 지금도 동서는 현장에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빨리 사태 해결되고 현장에 돌아가 일자리 다시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간에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상경투쟁에 결합한 이들은 모두 영동지회 조합원들이다. 집이 아산 농성장에서 거리도 멀다보니 나름의 고충도 많다. 가족들을 만나기 어려운 것도 그 중 하나다. ㄱ조합원은 “다른 친척들이 주변에 안살고 부인하고 애들만 있는데 아프기라도 하고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애들 재롱이라도 보면 피로가 풀릴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들은 현장으로 조합원들이 같이 돌아가기 위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도 회사는 일괄복귀 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개별면담을 통해 근로의사가 확인되는 이들만 복귀 시키겠다고 밝혔다. “혼자만 살겠다고 갈 수 있나. 다 같이 들어가야 된다. 아무리 바보고 다른거 몰라도 그것만은 확실히 다들 알고 있다. 꼭 다 같이 현장에 돌아갈거다.” ㄱ조합원은 이 때문에 지금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조합원들은 회사의 개별면담 방침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이틀동안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 유시영 사장. 사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ㄴ조합원은 “사장이 나이 먹고 인생에 오점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합원을 그렇게 가족이라고 외쳤던 사람이라면 이러면 안된다”고 말한다. 옆에 있던 ㄱ조합원은 “정말 가족같이 대하지는 않더라도 자기 자식이 중요하면 남의 자식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족이 몇인데…”라는 말을 덧붙인다. 조합원 5백 명에 가족까지 모두 2천 명. 이들의 생존이 달린 싸움이다.

    이런 조합원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유시영 사장은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합원 여러분! 며칠새 바람이 스산하더니 벌써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 커질 생각에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중으로 등기우편을 통해 면담일정이 통지될 예정입니다. 부디 지정된 면담에 꼭 참석해 주십시오. 하루라도 빨리 진정 유성을 사랑하고 유성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유시영 올림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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