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주현, 마녀되고 '악플 대통령'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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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7월 01일 08: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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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도 옥주현이 왜 그렇게 어마어마한 욕을 먹는지에 대한 분석 글이 포털에 걸렸다가 또다시 뜨거운 댓글들이 달렸었다. 옥주현을 향한 증오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댓글의 양과 부정적인 격정의 정도가 마치 대통령 악플 같다. 대통령은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서 국민 전체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고, 대중의 분노나 울분이 향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 그랬든시 대통령은 언제나 ‘악플왕’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분노가 넘쳐나는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옥주현을 향한 악플의 분위기는 기본이 대통령 수준이고, 한창 때는 대통령 악플의 열기조차 뛰어넘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증오라고밖에는 달리 표현이 안 된다. 옥주현은 악플계 ‘왕중의 왕’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옥주현이 왜 이렇게 기적적인 수준으로 욕을 먹는 것인가에 대한 분석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얼마 전에 나왔던 글도 그렇고, 옥주현의 개인적인 비호감 사유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옥주현한테 뭔가 대중에게 비호감을 살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흔히 사람들이 거론하는 유관순 관련 문제라든가, 과거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의 태도라든가, 여러 가지가 나열된다.

    진짜 원인은 <나는 가수다>

    일단, 옥주현이 그전부터 대중에게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은 맞다. 이미 핑클 시절부터 옥주현 좋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는 핑클 당시에 옥주현이 제일 좋아보였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그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나를 미친 놈 보듯 했다.

    솔로로 독립한 후에도 별로 여론은 호전되지 않았고(전혀!), <슈퍼스타K>에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는 건방지다며 욕도 많이 먹었었다. 객관적으로 냉정히 말해서 호감형 연예인으로 분류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호감 연예인라고 누구나 대통령급 이상의 욕을 먹는 건 아니다. 그 정도로 욕을 먹는 사람은 옥주현밖에 없다. 옥주현에겐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다.

    만약 옥주현이 <불후의 명곡> 서바이벌에 도전했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악플계 왕중왕이 되었을까? 그랬을 리가 없다. 다른 어느 프로그램에 나왔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프로그램에 나왔더라도 옥주현이라는 사람의 특징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다른 프로그램 속 옥주현을 지금처럼 욕하지 않는다면, 옥주현이 욕먹는 이유가 그녀의 개인적인 특징에 있지 않다는 소리다.

    그녀는 <나는 가수다>에 나왔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욕을 먹었다. 즉 옥주현을 악플계 왕중왕으로 등극시킨 그녀만의 특별한 사정이란, 결국 <나는 가수다>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개인적인 특징에서 비호감의 요소를 찾는 분석은 옥주현 악플사태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신성모독의 죄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감동했다. 눈물을 줄줄줄 흘렸다. 이런 게 진짜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노래의 신들의 향연이라고까지 했다. 거기에 임재범이 불을 질렀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라고 여겼다.

    그때 두 가지 사건이 터졌다. 하나는 신정수 PD가 아이돌 투입 발언을 했다는 보도이고, 연이어 터진 것이 임재범 하차-옥주현 등장이었다. 사람들은 신성한 <나는 가수다>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PD가 이 위대한 신전을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단단히 경고해야 했다. 이때부터 악플의 에너지가 축적되기 시작했다.

    그때 나타난 옥주현은 <나는 가수다> 신전을 더럽히는 ‘오물’로서의 아이돌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하필이면 이때 임재범이 건강 문제로 하차하면서 임재범을 밀어내고 옥주현이 들어간 구도가 됐다. 신을 밀어낸 마녀! 그리고 마녀에게 신전의 뒷문을 열어준 PD.

    대중은 신성모독을 저지른 악의 축, 옥주현-신PD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보통 전쟁이 아니다. 성역을 지키는 전쟁. 바로 ‘성전’이다. 당연히 열기가 뜨거워질 수밖에.

    옥주현은 옥주현 그 이상이 되었기 때문에, 즉 자연인 옥주현이 아닌 성역을 더럽히려는 신성모독 세력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혐오스러워야 했다. 그래야 불경죄를 저지른 마녀로서 어울린다.

    성전을 치르는 대중들

    옥주현에게 뭔가 좋은 점이 있다고 인정하면, 마녀에 대한 성전이라는 인지에 부조화가 생긴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선, 옥주현의 모든 것이 사사건건 음험한 것으로 규정되고, 단죄되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옥주현은 절대악의 화신으로 등극했다.

    만약 신PD가 아이돌 발언을 안 하고, 임재범도 하차하지 않았다면 악플의 열기가 지금보다는 조금 작았을 것이고, 옥주현 투입시기가 <나는 가수다> 충격의 절정기가 아닌 이미 많은 가수들이 바뀐 후의 시기였다면 악플 사태 자체가 아예 없었을 것이다. 그때도 옥주현은 여전히 옥주현이겠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서 <나는 가수다>는 더 이상 신전이 아니기 때문에 마녀가 생길 까닭도 없기 때문이다.

    신PD와 옥주현이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과소평가했다. ‘신들의 향연’ 어쩌고 하는 표현이 나올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하지만 대중이 갑자기 어느 예능 프로그램을 절대 성역으로 인식할 줄 누가 알 수 있었단 말인가? 이건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이기 때문에 PD를 탓하기 힘들다.

    문제는 옥주현이나 PD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성역화하는 대중의 이상 열망에 있다. 그 열망이 <나는 가수다>에서 출연자들이 부들부들 떨며 긴장하는 이유인데, 그렇게 가수한테 겁을 줘서 무슨 음악을 듣겠나?

    얼마 전 <나는 가수다> 중간 평가 당시 김범수가 춤추고 장난 쳤을 때 좋았던 것은, 그때 잠시 이 프로그램이 세속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성역이라는 긴장감이 그 순간이나마 해제됐었다. 하지만 다음 주 경연이 시작되자 <나는 가수다>는 다시 성역 모드로 전환되고, 김범수의 춤도 더 이상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위대해보였을 뿐이다. 위대한 세계에 끼어든 마녀는 여전히 욕을 먹고… 우리 시대가 정말 이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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