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일본과 손잡고 흡수통일 추진? 몰역사, 비전략, 자해적인 대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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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30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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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1일(미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가 나왔다. 공동의 전략목표 가운데 하나로 “호주 및 한국과 3자 안보·방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새로운 국면 진입

    미일 양국이 ‘미국-일본-호주’나 ‘미국-일본-인도’ 사이의 3자 안보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는 이전에도 나왔었다. 그러나 사실상 ‘한-미-일 3각 동맹’을 의미하는 안보·방위 협력 강화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명박 출범 이후 강화되어온 3국 사이의 군사협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정책 방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본의 사과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며, 한일 정상간의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또한 외교부는 2008년 3월 11일 업무 보고에서 “동아시아 전략적 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한-미-일 3자 협의를 통해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뿐만 아니라 범세계적 문제를 협의하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는 조치를 하나둘씩 취해왔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다.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지자, MB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붕괴에 이어 정치적 붕괴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해, 북한 급변사태 발생을 ‘통일의 호기’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대북정책은 압박과 제재 강화를 바탕으로 한 ‘기다리기 전략’으로, 대미정책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한다는 ‘개념계획 5029’의 작전계획화로, 대일정책은 외교적 협력을 넘어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한일 군사협력의 ‘금기’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미 군사훈련에 일본 자위대가 참가하고, 미일 군사훈련에 한국군이 참가하는가 하면, 일본 내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문제까지 공론화됐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한일간의 군사협정 체결까지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일본에게 이용당하는 MB 정권 

       
      ▲미일 합동군사 훈련.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처럼 올 것”이라던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듯이, MB 정부가 한-미-일 3각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 및 일본의 힘을 등에 업고 흡수통일을 달성해보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전략의 실현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지적한 바 있다. 핵심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악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의 신냉전 촉발, 제2의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MB 정부의 한-미-일 3각동맹론에는 ‘흡수통일’이 똬리를 틀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중국 견제에 대단히 유용한 틀이라고 간주한다는 ‘동상이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일본의 분쟁,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면서 가시화된 서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그리고 올해 들어 첨예해지고 있는 남중국해 패권 경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과 일본은 호주,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과 손을 잡고 대중 봉쇄망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MB 정부에게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압박하고 나설 정도로, MB 정부의 대북강경책 및 남북한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MB 정부의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흡수통일론은 미국과 일본의 대중 봉쇄라는 ‘전략적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MB 정부가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미사일방어체제(MD)와 관련해 한국이 괌과 오키나와까지 방어하는데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동아 6월호>의 보도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전략가들의 오랜 소망은 MD를 고리로 한 한-미-일 3각동맹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호기와 자해적 선택의 엇갈림 

    일제 식민통치와 분단, 그리고 한국전쟁과 정전체제로 이어진 지난 100년간의 역사가 잘 보여주듯, 한반도는 강대국 간 패권경쟁과 냉전시대의 최대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비록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북방정책과 포용정책은 이러한 역사의 질곡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자 했던 ‘역사적 순간의 운명적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MB 정부 들어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있다. 그것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환과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한중·한러 우호관계, 그리고 일본 민주당 정권 등장이라는, 대한민국 유사 이래 최고의 전략적 대외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동치고 있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를 볼 때, 그리고 한국의 선택이 품고 있는 기회와 위기의 크기를 생각해볼 때, 무엇보다도 MB 정부의 대외정책이 후대에게 떠넘길 엄청난 부담과 위험을 예상해볼 때, MB 정부의 정책은 너무나도 몰역사적이고, 너무나도 비전략적이며, 너무나도 자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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