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애초부터 정치적 선택, 탈핵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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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30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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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여파로 일본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생활클럽연합회 비상대책본부의 회의 자료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이번 원전 사고로 인해 우리들은 더 이상 3월 11일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방사능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삶을 강요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일본 역사를 구분하는 시점이 2011년 3월 11일 이전과 이후의 세계로 구별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한국은 일본의 재앙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탈핵’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살림, 전교조, 교회, 증권사 등. 한국에도 드디어 핵문제 공론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생활에 바쁜 사람들은 관심은 있지만 시간을 내 강의나 토론회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이런 분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딱 1시간 30분만 투자하면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인, 탈핵에 대한 전망을 그릴 수 있다. 바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기획한 책, 『탈핵』이다.

인공호흡하며 ‘원전 르네상스’ 꿈에 부분 한국

지난 3개월에 거친 긴급 작업 끝에 나온 책이지만 짜임새가 탄탄하다. 먼저 김명진은 핵발전소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1942년 미 육군의 핵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2차 대전 후 어떤 정치적 배경 속에서 핵발전소 개발로 전환되는지, 경제성이라고는 없는 핵발전이 어떻게 미국 의회와 정부의 비호를 받았는지, ‘턴키방식’과 ‘시류영합시장’이 핵발전 확대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소상히 이해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핵발전의 역사는 1979년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로 쭉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서서히 몰락하고 있는 핵발전 역사에 인공호흡을 해가며 ‘원전 르네상스’의 꿈에 부풀어있는 국가가 한국이다. 한국의 핵발전 역사는 ‘개발독재’와 함께 했다. ‘싸고 풍부한 전력 공급’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전 주도하에 대형 화력발전과 핵발전에 의존하는 전력공급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1970년대 개발 독재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쓰러져간 것처럼 에너지독점 개발 과정에서 소수 지역사람들에게 방사성 오염 위험과 온배수로 인한 어장 파괴, 송전탑 건설, 지역공동체 파괴라는 고통이 전가되었다. 유정민은 한국의 핵발전 정책 분석을 통해, 핵기술 자체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이헌석의 글은 이명박 정부가 새겨 읽어야 할 대목이다. 역대 한국정권은 일관되게 핵발전 확대정책을 펼쳐왔으나, 적어도 핵폐기물, 안전성, 환경⋅사회적 문제 등으로 인해 전력 중 적정 원자력 비중을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기존 논의를 모두 백지화시키고, 2030년까지 핵발전 비중을 59%까지 높인다는 무모한 ‘녹색성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지척에서 경험하고도 여전히 ‘핵은 녹색이다’라는 관점을 고집하고 있다. 최근 전력소비 증가율이 해마다 낮아지다 보니 핵산업계는 오히려 전력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전기 절약캠페인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정치적, 제도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 탈핵, 50년 투쟁의 성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폐기하기로 했다. 독일의 결단 과정이 궁금하다. 박진희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독일 시민사회의 끈질긴 반핵 운동, 1979년 녹색당 창립, 1983년 녹색당 의회 입성,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 정부 탄생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탈핵 과정을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려준다.

탈핵정치세력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1990년 ‘전력매입법’, 2000년 ‘재생에너지법’, 2008년 ‘재생열법’이 재생가능 에너지가 핵의 빈자리를 차지하게 만든 주역이다. 독일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으로 생산되는 전력 비중이 이미 18.3%(핵발전 21.7%)이다.

1975년 비일에서 일어난 대규모 핵발전 반대시위를 탈핵의 시작으로 2022년을 탈핵의 완성이라고 볼 때, 독일 사회의 탈핵은 적어도 47~50년이라는 장기적인 과정을 통해 달성된 것이다. 또 하나 핵심적인 요소는 지식인들의 참여다. 1977년 ‘생태연구소’가 창립되어 탈핵의 비전과 논리를 제공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핵에너지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것 자체를 주저해왔다. 다행히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는데, 독일 ‘생태연구소’와 같은 역할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핵의 세력화에 맞서는 탈핵 세력화가 필요하다. 탈핵 세력화를 위해서는 탈핵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할 사람이 있어야겠고, 더불어 긴 호흡과 지치지 않는 열정이 필요하다.

‘핵발전 안하고도 사는 법’에서 김현우는 쿨하고 명료하게 접근한다.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화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대체하고, 노후 핵 발전소 폐쇄분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채우면 탈핵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탈핵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그리고는 시간표를 툭하고 던진다.2030년!

핵발전, 시작부터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었다

한창 공사 중인 핵발전소는 건설을 중단하고, 발전소 폐기 기준을 30년 정도로 정하자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설계 수명’ 대신 ‘적정 수명’ 또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수명’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은 전제가 ‘탈핵’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우리나라 원전 21기 중 16기가 1999년 이전에 지어진 것이고, 이 발전소들에 30년 수명을 적용하면 2030년 이전에 폐쇄가 되므로, 목표시점을 2030년으로 잡자는 것이다.

이 책은 주목받아야 한다. 단순히 책 한권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에 아주 진지하게 ‘탈핵’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 화두를 확산하려면 먼저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만약에 1시간 30분의 시간도 없다면, 이정필이 쓴 "핵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서문이라도 읽어보시길!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모든 정치인들이 적어도 이 책은 읽고, 후보로 등록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은 탈핵2, 탈핵3, 탈핵4 등 이 책이 시리즈로 기획되어 탈핵을 위한 우리의 논리가 책의 시리즈만큼이나 깊이를 더해가기를 바란다. 책을 덮고 나서도 잊히지 않는 문장 두 개가 있다. "핵발전은 시작부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선택이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탈핵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가지 못할 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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