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서 잘못, 투쟁 끝난 것 아니다”
    By
        2011년 06월 29일 09:1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한진중공업 노사가 서명한 ‘6.27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끝난 게 아니라고 공식 선언했다. 노조는 28일 서울에서 개최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진중공업지회 지원투쟁 건’을 첫 번째 안건으로 다뤄 ‘6.27 노사협의이행합의서’가 규약과 절차, 그리고 내용에 있어 모두 잘못된 합의라고 입을 모으고 금속노조 차원의 지원투쟁 계획을 수립했다.

       
      ▲6월 28일 85호 크레인을 지키는 한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비가 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고 있다.(사진=금속 / 신동준) 

    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투쟁 및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10여 명이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농성 사수투쟁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부적으로 노조는 이날 29일 개최하는 서울집결 전국노동자대회에 영남권 참가자를 빼 부산으로 집결시킨다. 부산집회는 29일 낮 2시 부산역이며, 한진중공업까지 행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노조는 공권력 침탈 위기가 최고조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말 한진중공업 농성지원을 위한 집회도 추진한다. 또한 노조는 다음 달 6일 노조 임단협 파업 동력을 한진중공업으로 돌려 대규모 집회도 배치한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다음달 9일로 예정돼 있는 ‘2차 희망버스’ 행사에 노조간부 및 조합원까지 최대한 참석케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6월 28일 85호 크레인이 보이는 공장 맞은편 인도에서 밤을 새운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들이 은박깔개 한 장만 깔고 쪽잠을 자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전날 공장에서 강제 퇴거 당했다.(사진=금속 / 신동준) 

    “7.9까지 부산으로 총동원”

    28일 현재 85호 크레인 위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포함해 열 두 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크레인 위로는 음식반입조차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은 “85크레인 옆에 노란 타워크레인을 놓고 컨테이너에 병력 넣어서 용산참사 때처럼 진압한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한다. 또한 정 국장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비해고자 업무복귀명령이 떨어질 것 같다는 소문도 돈다”며 “이번 주 안에 크레인 농성자 진압정리하려 한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27일 현장에서 강제로 쫓겨나온 조합원 1백여 명을 포함한 부산지역의 연대대오 2백 50여 명은 29일 집회까지 85크레인 마주보이는 아파트 입구 계단에 모여 밤을 새며 집회 등을 벌이고 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리해고 저지투쟁이 결코 끝난 게 아닌데 6.27 노사합의로 마치 끝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문제”라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투쟁을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은 상태임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잘못된’ 6.27 노사합의에 지회장이 서명하도록 내몰린 데에는 공권력을 앞세운 정부와 사용자의 압박이 있었다며 정부와 자본에 분노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사무국장은 지난 24일 오전 7시 30분 부산시장이 “25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 막을 수 없다”는 협박을 채길용 지회장에게 한 것으로 전했다.

    그 뒤 그날부터 한진중공업 주변에는 경찰병력 2천 여 명이 깔렸고, 조합원 여부를 불문하고 현장출입이 봉쇄됐다. 지회집행부와 농성조합원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들었던 것이다. 사복체포조 1백 여 명이 현장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6.27 노사합의 뒤엔 정부와 사용자 협박이

    전격적인 노사협의가 시작된 건 이날 오후 4시부터였다. 이 협의는 다음날인 25일 새벽 5시 반까지 진행됐고, 25일 11시부터 밤 9시까지 또 진행됐다. 하지만 협의 때 회사는 “주위에서 하도 교섭을 하라고 하니 하긴 하지만 정리해고 철회 뜻 없고 합의되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시킨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협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집행부가 “회사가 정리해고 철회 뜻이 없는 조건에서 비해고자라도 민형사 문제를 풀어 노조 조직력을 지켜야 한다”고 농성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던진 건 회사의 완강한 태도와 공권력의 협박, 그리고 ‘고립된’ 현장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되었던 결과인 셈이다.

       
      ▲6월 28일 전기도 없이 밥을 지샌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사수 노동자들이 크레인 아래에서 매단 물품을 밧줄을 이용해 올리고 있다.(사진=금속 / 신동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이번 합의를 내용과 절차 모두에 있어 잘못된 합의라고 의견을 모았다. 우선 ‘6.27 합의’는 금속노조 규약에 위배됐다. 노조 규약 73조에 따르면 노조 소속 사업장단위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노조 위원장 동의 없이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다룰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리고 규약 37조는 조합원 고용과 관련한 사항은 단체협약에 의해 규정돼야 하며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6.27 합의’는 한진중공업 노사가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이룬 합의며 이 과정에서 노조와 부산양산지부는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는 투쟁 당사자인 한진중공업 농성조합원 의사에도 반했다. 정혜금 부산양산지부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회집행부는 지난 26일 낮 3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농성조합원 1백 여 명과 회의를 열어 ‘파업철회 뒤 현장복귀 선언’ 이야기를 조합원들에게 던졌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권용상 지회조합원에 따르면 농성조합원 대부분은 이같은 지회 집행부 의견에 반발했다. 심지어 권 조합원은 “일부 조합원들이 지회장에게 무릎꿇고 울면서 사정도 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잘못됐다”

    그렇지만 지회 집행부는 당시 저녁 7시 농성조합원과 회의를 휴회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다음날인 26일 오전 11시 보도자료를 언론사 등에 배포해 ‘현장 복귀’를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채 지회장은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를 만났고, 낮 1시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조와 지부, 그리고 농성중이던 한진중공업 조합원들 모두 이 과정을 연합뉴스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합의 내용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합의서에 따르면 “정리해고 부당성 법적 쟁송을 취하하면 위로금 주고 희망퇴직 처리해 주겠다”고 읽히는 대목이 있다. ‘희망자에 한해’라는 전제를 달았으나, 이는 농성조합원에게 투쟁을 접고 희망퇴직을 선택하도록 부추기는 한편 정리해고 부당성 법적 시비를 포기해 회사에게 ‘면죄부’를 주게 만든다.

    특히 “김진숙 지도위원 퇴거는 노조가 책임진다”는 합의서 내용도 문제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김 지도위원의 농성을 지속적으로 엄호하고 지지투쟁을 벌이는 게 노조의 역할이지 그의 퇴거문제를 노조가 책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 글은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