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래 젖은 반딧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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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9일 08: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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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 밤새 덜컹대더니
    마흔다섯 해 동안 다져진 사무실
    어지럽게 비가 샜다
    쉰 해 앞서 꾸민 ‘해방통일’ 글묵(책)도 젖고
    그런데 저 무쇳덩이 높은
    다락에 김진숙은 얼마나 젖고 있을까
    눈을 못 붙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젖고 있는 게 아니다 이 빗방울 하나하나를
    해방의 씨앗으로 틔우고 있을 거다
    암, 그러는데 들려오는 소리
    더러는 끔찍하게 등을 돌리고
    흉측한 것들은 칼을 날리고
    먹을 것도 바람도 한숨도 끊겨
    꿇느냐, 죽음이냐를 윽박지른다는 소리
    벌컥 뛰쳐나오다가 엎으러져
    사타구니까지 젖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일어나자 일어나 이 밤을 뚫자
    이제 어느 마른 데를 남기려들건가
    나래 젖은 반딧불은
    가슴으로 앞을 본다고 하질 않았든가
    진숙아, 아 우리들의 진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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