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해고 철회’ 빠져…조합원 "인정 못해"
        2011년 06월 27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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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노사가 27일 낮 1시께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각각 서명했다. 회사의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지회가 전면파업을 벌인 지 1백90일만이다. 지회 조합원이기도 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1백73일째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날은 지난 13일 “회사의 직장폐쇄는 정당하니 농성자들은 회사에서 퇴거하라.”는 부산지방법원 가처분 결과에 따른 ‘퇴거’ 최종 시한 날이다.

       
      ▲85호 크레인으로 오르는 계단에 몸을 묶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금속노조 신동준) 

    이번 합의에는 ‘정리해고 철회’가 빠져 있다.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과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가 각각 서명한 이번 합의서에 따르면, 정리해고자 중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을 받고, 해고 관련 법적 쟁송 취하 조건으로 위로금을 주겠다고 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합의서에는 노사 모두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돼 있지만, 조합원 징계조치는 면제하기로 ‘노력’한다든가, 손배가압류도 ‘최소화’라는 문구만 달려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퇴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조가 책임지기로 합의서에 명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숙 지도위원은 “(집행부가) 해고자를 버리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김 위원과 생각을 같이하는 조합원 40여 명은 일제히 김 위원이 농성중인 크레인에 올라 농성에 동참했다.

    다른 조합원 40여 명은 크레인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크레인에 오르는 계단에서 밧줄로 서로 몸을 묶고 공권력의 ‘침탈’에 대비하는 조합원들도 다수 있다. 지회 집행부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 ‘비해고’ 조합원 40여 명도 지회사무실 입구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이날 낮 2시 농성조합원 퇴거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법원 집행관들과 회사관리자 및 용역 2백50여 명이 회사에 도착했다. 이들은 낮 3시 경 농성조합원들이 그동안 머물던 생활관 속 농성물품 철거를 완료했고, 85호 크레인 앞을 지키던 조합원 40여 명도 모두 끌어냈다.

    이들은 크레인 위 40여 명의 조합원과 5시까지 대치 상태를 반복하다 철수했다. 오후 5시 현재 85호 크레인 밑에는 소방서에서 설치한 에어매트리스가 있고, 그 주변엔 용역 20여 명과 회사와 경찰관리자로 보이는 이들이 함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병력은 회사 바깥에서 회사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유장현 부산양산지부 교선부장에 따르면 이번 노사 대표자 간 합의서 서명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지회는 이날 오전 3시 30분부터 아침 7시까지 농성 조합원과 회의를 열어 ‘현장복귀 선언’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농성조합원들은 이 같은 집행부 방침을 반대했다.

    이에 지회 집행부는 휴회를 선언한 뒤 일방적으로 오전 11시 보도자료를 언론사 등에 배포해 ‘현장 복귀’를 선언을 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지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복귀 선언이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투쟁을 끝내는 것은 아니”라며 “자본의 정리해고를 막지는 못했지만 해고자 복직투쟁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한진중공업 경영상 해고 문제를 쟁점으로 한 이른바 ‘한진중공업 청문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 움직임인 대대적인 ‘2차 희망버스’ 행사도 다음 달 9일로 계획돼 있기도 하다.

    * 이 기사는 금속노조 인터넷 기관지 ‘금속노동자'(www.ilabor.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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