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 해석 투쟁
        2011년 06월 27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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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의 6.26 임시대의원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27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벌어진 한 차례 날선 공방은 향후 진보대통합의 험로를 예고해주는 ‘징후적’ 사건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연석회의 합의문이 "승인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자, 진보신당은 이에 발끈하면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험난한 과정의 예고편

    진보양당은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합의문을 각각 ‘승인’과 ‘인정’했지만 당의 통합에 대한 최종 판단은 8월 임시 당대회에서 내리는 것으로 돼있으며, 양당 모두 수임기구를 구성했다. 앞으로 통합 협상은 연석회의와 양당 수임기구라는 두 개의 틀이 가동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당의 ‘공식 입’이 논평을 통해 신경전을 벌인 것은 추가 협상의 앞날이 험난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예고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어제 개최된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승인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민주노동당은 당내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으로서는 자신들이 통합을 위한 협상의 길을 열어놓기 위해 내부에서 고심 끝에 도출해낸 고육지책에 대한 이해나 언급 없이 최종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비중을 두고 유감을 표명한 것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은 27일 열린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 진보신당 당 대회 결과에 해석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논의 끝에 “연석회의에서 진보신당 당 대회 결정 내용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면, 연석회의 틀 안에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 당 대회 모습. 

    새통추 구성 불투명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신당이 최종합의문을 승인한 건지 안 한 건지 애매하다.”며 따라서 “6월까지 (최종합의문에 대한)각 당의 의결을 거치고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를 구성키로 했는데 그 구성도 불투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진보신당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통과된 안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어 진보신당 당 대회의 결정이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승인으로 판명된다면 연석회의를 새통추로 전환해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참여운동을 벌이고 추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일각에서는 “연석회의에서 6월 각 의결기구에서 최종합의문에 대해 최종 판단하고 9월까지 통합 작업에 나서기로 결정한 만큼, 진보신당이 최종합의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통합-독자파 일각이 힘을 모았으나 특별결의문이 60%도 채 넘지 못해 8월로 넘어간 것도 주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와 함께 특별결의안 내용 가운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대표의 합의문 이견에 대한 확인’을 추가협상이 포함돼 대북 쟁점이 다시 부각되는 것에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특별결의문 찬성이)2/3가 못미친다는 점은 안타깝다”며 “게다가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대중적 실망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협상에 난항을 겪고 대중적 실망을 준다면 이것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며 “새통추를 빨리 구성해서 아래로부터 통합운동을 전개해야지, 이견만 노출한다면 희망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주장은 왜곡된 것"

    그러나 진보신당은 특별결의문에 대해서 ‘승인 무산, 연석회의 합의 불이행, 추가 협상 곤란’ 등으로 이어지는 민주노동당의 해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형탁 사무총장은 “민주노동당의 그같은 주장은 회의 결과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며 “애초에 특별결의문 제안 당시 이 안은 협상 절차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을 했고, 추가협상에 대한 당 대의원들의 동의를 분명히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진보신당 당 대회 의결은 최근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이견을 극복하고 총의를 모아가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승인되지 못했다’고 규정해 진보신당의 결정을 왜곡한 것은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 결정은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민주노동당은 분당 직후부터 진보통합을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진보신당은 작년 지방선거 이후부터 새로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순한 양당 통합이 아닌 광범위하고 새로운 진보진영의 재편을 고민하는 만큼 당내 논의 지형의 차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부대변인은 “이런 상황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미흡하나 인정한다’는 진보신당의 의결을 두고 마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의지를 공격하는 듯한 자세는 과연 진보신당을 이후 함께 할 동반자로 여기는 게 맞는지 의심케 한다”며 “이후 할 일은 서로의 결정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 아닌 수임기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민주노동당이 협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진보신당 당 대회를 두고 비판해서는 안된다”며 “진보신당 당 대회 결정은 연석회의에서 별도로 해석할 여지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추가협상을 결의한 만큼 통합을 원한다면 즉각 협상에 나서라”는 얘기다. 이어 “민주노동당 역시 수임기구에 전권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석회의 이후 협상 윤곽 잡힐 듯

    이처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를 둘러싼 양 측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양당의 공식 논평은 협상의 창구가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박은지 부대변인은 “현재 진통은 더 튼튼하고 오래 갈 진보정당의 길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수임기구 협상과 당내 논의를 통해 새 진보정당의 기틀을 제대로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노동자 민중의 한결같은 염원이자 대국민 약속”이라며 “민주노동당은 9월 안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여 당 대회 결정과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보양당은 ‘제한적’이지만 수임기구가 구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연석회의가 새통추로 개편되면 각 당의 수임기구와 연석회의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추가 협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게 진보신당 측 설명이다. 다만 연석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진보신당 당 대회 결과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 연석회의가 열려야 향후 추가협상 일정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7월 4일 민수임기구 첫 공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최대한 빨리 연석회의 집행책임자 회의를 열고 대표자 연석회의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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