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으로 '봉합' 밖으로 '협상'
        2011년 06월 27일 01: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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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안팎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진행된 진보신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6.26 임시 당대회는 당의 ‘붕괴’를 막기 위한 ‘타협안’을 채택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번 당 대회가 열리던 26일 오후 10시 30분 기준으로 다음 뉴스 실시간 검색순위 3위에 진보신당 당대회가 오를 정도로 대중적 관심도 높았다.   

    진보신당 당대회 뉴스검색 3위도

    이날 임시당대회에거 결정한 핵심은 당 내적으로는 조직 진로와 관련된 최종 결정 시한을 두 달 연장했다는 것이며, 외적으로는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2차 협상이 시작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조직진로에 관한 결정을 두 달 미룬 것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지을 경우 당이 자칫하면 사분오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었다. 독자파와 통합파 일부가 논의 끝에 이끌어 낸 ‘진보신당 조직진로와 관련한 특별결의안(이하 특별결의안)’에는 일부 독자파 대의원들도 찬성토론에 나섰다.

    독자파로 분류되는 심재옥 대의원은 당 대회에서 “여기에 당이 깨지는 것 기정사실화 한 사람이 있는가”라며 “그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월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최종합의문에)담겨지지 않은 패권주의 극복과 당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모 대의원 역시 “통합할 사람은 통합하고, 독자는 독자로 가자, 각자 알아서 책임지고 가자는 생각이 많았지만 특별결의문은 그 동의 여부를 떠나 2개월 더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2개월 미룬다고 당이 도탄에 빠지는 것도 아니고, 2개월 더 진정성 있게 마지막까지 토론해보고 그래도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면 각자 알아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번 당대회에서 최종합의문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룬 셈이며, 최종합의문이 지난 3.27 당대회 정신에 미흡함을 인정하고, 이를 재확인하는 한편, 패권주의와 국민참여당 문제 등 진보진영 연석회의의 추가협상 추이를 바라보면서 당 내 논의를 더 진행해 갈등을 봉합해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후 협상 가능케 한 최소 수준의 합의

    이상섭 대의원은 “통합파는 이 지리한 논쟁이 계속 될 정도로 당원들과 독자파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불과 얼마 전까지 복지파, 통합파, 독자파는 서로 논의하기보다 각개약진해왔고 이제야 떠밀리듯 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합파는 앞으로 패권주의를 방지할 수 있는 안을 받아오고 독자파들은 독자생존 노선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대회 결정은 이처럼 갈등 요인을 내포한 봉합에 가깝지만 외적으로는 연석회의 추가협상의 길을 열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19일 정기당대회를 통해 수임기구를 구성하고 추가협상키로 했으며, 진보신당도 특별결의안을 통해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협상의 틀을 유지시킨 셈이다.

    특별결의문 안건을 발의한 김형탁 사무총장은 “연석회의의 틀은 진보신당이 제안했는데 이걸 우리가 부정하면 온갖 비난의 화살이 진보신당을 향하게 된다”며 “최종합의안은 아직 불안정하고 국민참여당 문제는 얘기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보진영의 여러 단위가 함께 논의하고 있는 연석회의의 틀은 쉽게 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종합의문에 대한)‘인정’이란 표현은 승인도 부결도 아니나, 이후 협상 절차를 가능케 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며 “부결이 되면 협상은 불가능하며, 안건 반려도 사실상 부결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당장 최종합의문을 승인할 수 없지만 이후 협상 절차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인정’이란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진보신당 대회 이후 수임기구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비쳤다. 양 당 모두 8월 임시 당대회에서 합당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양 당의 수임기구가 선거법상의 기능을 갖지는 못하지만, 향후 오는 7~8월 당 통합과 관련된 실질적인 쟁점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독자파 합의안도 2/3 못 넘어

    하지만 이번 당대회 결과는 진보신당 대의원들의 연석회의 합의문 반대 수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에 대한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내 통합-독자파 일부가 특별결의문을 놓고 합의했으나, 여기에 찬성한 대의원은 57.8%에 불과했다.

    독자파와 통합파 양쪽에서 어렵사리 만들어낸 합의안도 대의원 2/3 찬성을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 이번 표결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진보신당 내에서 진보대통합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게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독자파 진영은 특별결의문 반대 토론 과정에서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한 대의원은 “지역에서는 통합 논의에 매달려 사실상 식물정당이나 마찬가지”라며 “통합이다, 독자다 논쟁으로 6개월에서 1년 넘게 당원들에게 아픔을 주면서 끌고 왔는데 또다시 2개월을 끌고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당대회에서 특별결의안이 의장단에 의해 직권상정된 것, 그리고 특별결의안에 대한 안건처리 방식을 특별안건(의결정족수 재적의 2/3)으로 할지, 일반안건(의결정족수 재적의 과반)으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표결을 통해 결정한 것을 두고 특별결의안 반대 독자파 진영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혜옥 대의원은 “우리가 민주노동당을 나올 때 지적했던 것이 종북과 패권인데, 욕을 하며 배운다고 오늘 왠지 진보신당판 패권을 본 듯 해 가슴이 아프다”며 “(특별결의안의)내용적 무리수를 확인했기에 직권상정 논란이 있었고 의결정족수를 두고 도돌이표 논란을 하다가 과반으로 표결하면 된다고 정리했다. 진보신당이 갖는 패권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당 균열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독자파와 통합파 일부 진영이 합의를 모아냈지만 결국 모두를 만족시킨 당 대회는 아니었던 셈이다. 남은 2개월 동안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진보신당 내부와 연석회의 틀, 진보정당 간 협상이 최종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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