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와 노동자의 아름다운 만남
        2011년 06월 26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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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오래된 산업과 새로운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동네, 문래동. 왜 예술가들은 철공 단지 한복판에 둥지를 틀게 됐을까? 문래동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공업 지역이라는 역사와 재개발과 도시계획이라는 현재 사이에 위태롭게 발 딛고 있는 문래동을, 왜 우리는 주목해야 할까?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예술과 도시사회 연구소’ 사람들이 문래동의 구석구석을 담아낸 책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를 썼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변화하는 도시, 도시와 만나 새로운 생동감을 얻는 예술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흔쾌히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래동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공업 지역으로 발달한 곳이다. 1980~1990년대 개발 정책에 따라 그 모습이 많이 변화했지만, 공장이 빠져나가고 아파트 단지와 주상 복합 오피스텔이 들어선 ‘황금 상권’ 곁에도 아직 과거의 철재상가는 남아있다.

    주민과 친해지는 공간

    이곳에 예술가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정부의 산업 시설 이전 정책 때문에 생겨난 철재상가 단지의 빈 공간에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고 있던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 마을’로 거듭난 문래동, 이곳의 새로운 주민인 예술가들은 고철음 속에 서서히 녹아들어가며 새로운 풍경과 소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문래동을 ‘예술가들의 창작촌’으로 처음 소개한 행사는 ‘경계없는 예술축제’다. 문래동 한복판에서 거리극과 퍼포먼스를 하고, 세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웃의 철공소와 협력하며 지역의 힘으로 연 첫 번째 축제였다. 2008년 시작된 공공 미술 역시 지역과 예술이 만나는 과정이었다.

    철공소 사장의 하루를 그린 김윤환의 새한철강 철문 벽화, 문래동의 상징인 로봇 조형물,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자전거 등이 모두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한편 문래동 주민들이 서로 만나 친해질 수 있는 공간도 속속 생겨났다. 공정무역 커피하우스 골다방에서는 매일 커피 볶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며,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은 자율부엌 ‘소식’에서 함께 요리하고 밥 먹으며 일상을 나눈다. 독립영화 정기상영회가 열리는 ‘주말의 독립명화’에서는 극장에서 만나보기 힘든 영화를 보며 맥주와 수다를 곁들인다.

    ‘친절한 덕진 씨’는 예술가들과 철공소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만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세현정밀 사장님 덕진 씨는 자동화 기술이 발달한 뒤에도 수작업을 고수하는 수공업 장인이다. 세현정밀 근처 빈 철공소에 예술가들이 들어선 뒤 덕진 씨는 예술가들과 노는 것에 푹 빠졌고, 여러 설치 작품의 제작을 도왔다. ‘예술 간판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직접 세현정밀 간판을 제작하기도 했다. ‘예술가’ 덕진 씨의 첫 작품인 셈이다.

    문래동 창작촌의 이런 에너지는 문래동 밖의 사람들하고도 활발하게 손잡는다. 미대생들이 문래동을 찾아 이곳의 풍경에 한 땀 보태기도 하고, 일본의 문화 활동가 아마미야 카린과 공공 미술의 창시자 수전 레이시 등 여러 나라 친구들이 문래동과 만나고 있다. 문래동 예술가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LAB39R’도 운영하고 있다. LAB39 멤버들이 꾸민 포근한 레지던시 덕분에 문래동은 해외의 예술가 친구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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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2007년부터 문래동에서 활동하던 예술가, 도시사회학 연구자, 미학 연구자, 예술행정 연구자, 문화예술 기획자 등이 자신들의 거주지이자 활동 공간인 ‘문래동’을 연구하면서 발족했다. 현대 도시와 예술의 문제를 사회 실천적 지평에서 연구하는 집단인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는 주로 사회·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현장과 지역에 밀착해 연구한다. 『도시 재생의 대안적 미래 문래예술공단연구』 등 문래창작촌에 관해 3편의 연구서를 발간했으며, 서울의 빈 공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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