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민노당' 주장은 자기파괴적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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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5일 01: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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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표 선생은 생각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재미난 상상을 끄집어내는 우리 시대의 기인이자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그와 함께 이 고단한 진보정치를 함께 하고 있어 늘 큰 위안이었습니다. 평소 존경하고 사랑하는 그가 진보신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당 대회를 코앞에 두고 고민거리를 하나 던졌습니다. 홍선생의 글을 읽으며 달리 볼 수 있지도 않을까 싶어 어줍잖게 몇 자 긁적였습니다. 질정을 부탁합니다.

통합 논의 배경 짚어봐야

홍선생은 허두에 "구체제의 복원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일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제 복원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통합 논의의 배경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짚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십수 년간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시달려 온 국민들은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 즉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처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이를 정치세력에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한 국민들은 두 개의 카드를 들고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선 민주당에는 혁신을, 진보정당에게는 실력을 갖추라고 합니다. 야권연대에 대해 거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그것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아님을 보여주는 한편, 진보정당에게는 "말은 좋은데 실행할 힘이 있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진보정당은 실력도 없으면서 분열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최소한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하나로 제대로 모아 나가라."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진보통합 논의는 이런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의 정치’입니다. 통합이 누군가의 머리에서 임의로 기획된 것이 아니기에 어떤 형태로든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록 여러 모로 부족하긴 해도 우리가 가진 역량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그간의 과정이었습니다.

홍 선생은 "구체제란 ‘분당 전 민노당체제’를 의미한다"며 . ‘구 민노당체제’란 "사회 발전 전략 차원에서는 ‘자주파와 평등파가 민주노총이라는 인적 물적 기반을 공유하는 동거체제’ 이며 집권전략 측면에서는 한나라당-민주당-민노당의 3분할 체제를 의미한다. 이를 복원하자는 것이 ‘도로 민노당’ 구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미 지난 분당 3년을 거치면서 양 당은 ‘민생노선’으로 수렴되어 왔다는 점에서 과거의 낡은 정파 질서가 그대로 재연될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가 있는 가정 아닐까요?

"조승수-이정희 합의" 표현 동의 어려워

한나라-민주-진보 3분할체제는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과 세력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로가 아닐까요? 비록 양당제를 강요하는 정치제도 하에서도 미국식 보수/자유 양당체제가 아니라 진보/보수의 양당체제로 가기 위해 과도적으로 진보정당의 독자적 세력화를 포기할 수 없다고 봅니다.

3자 정립을 지향한다는 것이 구체제로의 복귀라고 한다면 지체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혹시 그 독자적 세력화의 주체인 통합진보정당이 구 운동권 연합정당으로 이미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고 본다면 이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나는 지난 십수 년간의 진보정당 활동을 통해 진보정당운동 세력도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국민적 지지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홍 선생은 "조승수-이정희 합의문의 본질은 북한 문제에 대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시각 차이를 무시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진보신당의 3월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설정한 협상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묵살해 버린 도로 민노당 선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나는 홍선생이 주로 쓰는 ‘조승수-이정희 합의문’이라는 표현과 그 프레임에 동의하기 힘듭니다. 합의문은 연석회의 참가 주체들이 함께 만든 것입니다. 조-이 합의라는 프레임은 암암리에 양당만의 통합, 도로 민노당이라는 논리의 전제를 만들기 위한 프레임으로 보여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양자 간 시각 차이를 무시하자는 것이라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도 양자간의 시각 차이를 충분히 노출시키지 않았습니까? 조중동이 3대세습 비판도 합의 못한다고 얼마나 때렸습니까?

3.27 당대회 협상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연석회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이슈화된 것은 유일하게 대북 문제에 대한 시각차였고, 합의안 통과 후 조승수 대표는 충분히 시각차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 대표의 입장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고, 이정희 대표의 반박은 당 내부용을 넘어 설 수 없었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협상의 특성상 3.27 당대회 협상안을 100% 만족시키지 못했고, 그에 비춰 볼 때 상당히 미흡했으나 당대회에서 채택한 협상안의 수위가 워낙 높은 것이라 이 정도의 합의가 예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설마 민노당 협상 대표가 진보신당의 협상안을 전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그 협상안을 ‘가이드라인’이라고 본다면 협상을 결렬시키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홍  선생은 "도로 민노당의 결성은 진보신당의 소멸을 의미한다. 패권주의 때문이 아니라 진보신당이 내세웠던 정치적 구호와 실험이 폐기되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진보정당, 민주노총의 지배를 받지 않는 노동자 대중정당"의 실험을 포기한다는 말이 라고 단정했습니다.

글쎄요? 도로 민노당 결성이 진보신당의 소멸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통합진보정당의 건설은 진보신당의 소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좋겠죠. 애초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을 소멸시킬 것을 예정하고 있었던 과도 정당이기에 소멸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도 통합진보정당이라는 용광로에 자신을 던져 넣음으로써 소멸됩니다. 문제는 그 용광로에서 무엇이 나오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진보신당은 민주노총당, 친북당, 데모당과 같은 낡은 운동권 정당을 극복하고 진보의 재구성을 이루어내는 것을 과제로 했습니다. 평등, 평화, 생태, 연대라는 다원적 가치를 재구성한 것도 그 성과였으며,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를 끈질기게 이슈로 만들어 낸 것, 대운하 반대 까발리야를 지역에서 창안해 전국화시킨 것도 하향식 사업에 익숙한 문화에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새로운 주체의 형성 과정

촛불집회에서 칼라TV와 같은 활동을 통해 촛불세대와 소통하는 것도 진보신당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일구어낸 사건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누구도 환기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진보신당은 말 그대로 전혀 새로운 주체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즉 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당원 40%에 지못미와 촛불 당원 60%라는 구성상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동력을 바탕으로 사회주의적 구 운동권과 진보적 자유주의적 성향의 새로운 당원들이 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세력상 구성의 변화와 다원주의적 가치를 소통시키는 것은 한국 진보정당사에서 중요한 변화의 과정이었습니다. 하나의 문화적 ‘기표’이지만 울산 북구 재선거 승리를 자축하는 파티에서 노회찬 대표의 빗자루 기타 연주 사진은 진보신당의 새로운 소통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변화는 강달프 강기갑 전대표나 이정희 대표와 같은 상층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었지만,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로 구린 이미지의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을 찾기 위해 부심한 것입니다.

지금 통합은 이러한 과정들이 쌓이면서 진행되는 것이지 3년이 진공 상태였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에 대한 과도한 공격, 자주파 패권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 조성, 도로민노당이라는 식의 선동이 그간 쌓아왔던 진보신당의 에너지와 자원들을 무장해제, 내지 해체를 촉진시킴으로써 3년의 성과를 무로 돌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진정한 독자파라면 이런 식의 자기파괴적 청산을 용인해선 안되지 않을까요?

민주노총 기반, 부정할 문제 아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인적, 물적 기반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를 부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그와 절연해야 한다고 실지로 생각하고 있는지 되물어 보고싶습니다.

홍 선생은 "진보신당의 20대 지지율은 7%에 이르고, 지난 총선 당시 서울지역 지지율은 4% 수준"이었던 것을 환기시키며 "도로민노당의 재결성은…민주노총과 북한 문제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새로운 진보정당의 꿈! 그 정치적 씨앗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방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통합진보정당에서 20대 지지율과 수도권 지지율이 얼마나 나올지 기대해 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주노동당도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서해 해안포 발포로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민노당에서는 진보신당보다 훨씬 강력한 대북 비판을 들이대었습니다.

과거처럼 북한과 민주노총을 성역화 할 거라는 의심은 과거의 재구성에 기초한 의구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금 민중과 진보진영의 요청을 거슬러 진보신당으로 남아 그 그릇을 지킴으로써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홍 선생은 "분당하기 전 민노당은 한 마디로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정당이었다. 내부 이견으로 ‘북한 핵무기 반대’라는 논평조차 내지 못하던 당이었다". "도로민노당파가 그토록 갈망하는 ‘분당 전 민노당’은 인지도 ‘만땅’ 수준에서 지지도 5%짜리 한계정당이었던 것이다" "새로 결성될 도로 민노당은 앞으로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새벽 4시까지 조승수랑 이정희가 뭔가 길고 복잡한 합의문을 만들어 오길 기다려야 한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노회찬-심상정에게 빚진 것 많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정파연합정당이었을 때도 지지율 13%에서 잘 나갈 때는 21%까지 올라갔던 정당이었습다. 이 당이 망가진 것은 운동권 정당에서 벗어나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을 걸어야 할 그 시점에 한마디로 국민을 향한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주파의 국보법 올인과 같은 비정당 정치적 전술과 패권적 당권 장악, 그리고 평등파의 당직과 공직 분리라는 자해적 당 운영 방침 도입 등이 총체적으로 뒤섞이며 당이 망가진 것입니다.

물론 북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논란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다른 많은 의제의 일부일 것이고, 통합진보정당이 더 힘을 쏟아야 할 곳은 바로 민생 민주주의의 문제일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합의문 정신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주요 정치 리더들 중 가장 합리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가 당내 리더십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홍 선생은 또 "어떤 사람들은 합당 안이 부결 되었을 경우, 노회찬-심상정-조승수가 탈당하는 사태를 우려한다. 그러나 나는 과연 그 사람들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오늘 진보신당의 모습은 번갈아가며 당 지도부를 맡아 온 노심조의 무능을 상징한다"며 냉정히 판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홍 선생이 하고싶은 말은 ‘노심조가 무능한 지도자일 뿐인데 왜 이들에게 기대느냐? 당내 잠재력을 가진 새롭고 참신하며 권력의지를 가진 리더를 발굴하자’고 합니다. 그들 없이도 독자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얘기같습니다.

그런데 당원들은 노회찬, 심상정을 당 활동가들의 평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언론에서 드러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삼성 X파일을 용기있게 폭로하고, 진보적 의제들을 국민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얘기할 줄 아는 매력적인 정치 지도자로 노회찬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17대 국회에서 가장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 심상정으로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낙관적 전망도 열려 있어

당원들이 보기에 그들은 당 내 활동가들이 비판하듯 그렇게 무능하지 않습니다. 지난 진보신당 3년은 진보신당의 조직력이나 지역 활동력이라기 보다 이들의 대중적 명성에 힘 입었고,이들에게 빚을 진 것이 냉정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떼고 가자고요? 이것이 정치 현실주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

당 내부에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새롭고 참신한 권력의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새로운 리더십을 건설해야 해야죠. 맞는 얘깁니다. 그래서 지금 그걸 결행하자고? 그건 약간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을 구한 잔다르크 박근혜도 이미 대중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었지요.

홍 선생의 모든 논의의 전제는 통합정당이 ‘도로 민노당’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도로 민노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으면 당연히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3년간의 변화를 진공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논리적 약점이 있지 않을까요?

내 얘기가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울어 있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 못지 않게 낙관적 전망도 함께 열려 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보신당의 선택 여하에 달린 문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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