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각 통합론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By
        2011년 06월 23일 06:1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1. 글을 시작하며

    사회당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6월 1일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에서 ‘전원 합의제’라는 운영 원리를 훼손한 이른바 최종 합의문(?)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종 합의문에는 이러한 절차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내용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진보신당이 지난 3.27 당 대회에서 결의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종합실천계획안(계획안)’에 포함된 새로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핵심적 내용들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계획안의 핵심적 내용은 다음의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계획안 2에서 언급된 ‘새로운 진보정당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최종 합의문 1-1에 반영되었습니다.

    둘째, 계획안 3-1에서 언급된 ‘새로운 진보정당의 가치에 동의하더라도 과거에 신자유주의적 행위를 했던 정치세력-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하려면 과거 행위에 대한 조직적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최종 합의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계획안 6-2에서 언급된 ‘새로운 진보정당은 패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패권주의는 단순히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이기에 새로운 진보정당은 과거의 패권주의적 행위에 대한 분명한 평가와 반성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종 합의문에는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핵심적 내용인 과거의 패권주의적 행위에 대한 분명한 평가 및 반성과 관련된 내용이 없습니다.

    계획안 6-3에서 언급된 ‘새로운 진보정당은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그리고 남북한 체제를 극복하는 통일을 지향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최종 합의문에는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계획안 1-4에서 언급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훼손하는 보수 야당-민주당 및 국민참여당-과의 연립(공동)정부는 불가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최종 합의문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8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당 주최의 ‘6.1 연석회의 합의문, 보고 및 토론회’에서 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최종 합의문이 3.27 당 대회 결정에 미흡함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대신에 지금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하지 않으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2. ‘도로민노당’보다도 못한 현 시기 민주노동당과의 즉각 통합

    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해 노회찬 추진위원장은 ‘선거 평가 및 당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도로민노당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여러 차례 동일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민주노동당 시절의 문제점이었던 패권주의, 종북주의에 대한 해결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고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민주당의 2중대가 되고자 하는, 즉 도로 민노당보다도 더 못한 통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19일 이틀 동안 개최된 민주노동당의 2차 정책 당 대회의 구호는 ‘오라, 2012! 가자, 정권교체!’, ‘통합과 연대로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하자’였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합당을 하더라도 독자적인 힘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대선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통해서 연립정부(공동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것을 내외에 선포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설마 민주당 단독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정권교체의 실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에 대한 열망은 민주노동당 주류뿐만 아니라 비주류도 동일합니다. 아니, 어쩌면 비주류가 더 강할 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내의 비주류의 대표적 세력인 인천연합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및 공동정부 구성에 적극적이었고 그 결과로 인천에서 2명의 구청장이 당선되고 인천시에서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편 1990년대 이후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해 수세적인 차원에서의 체제 유지가 최우선 과제가 된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기인 2012년을 맞이하여 3대 세습을 더욱 본격화할 것입니다. 따라서 체제 유지와 3대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는데 필요한 자금과 물자를 지원할 남한의 통북적(通北的) 정권 수립, 즉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민주노동당의 자주파는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을 자신의 노선으로 채택할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에는 진보신당 3.27 당 대회의 결정과는 다르게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진보정당에게 회복 불가능한 정치적 타격을 줄 연립정부를 반대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통합을 한다면 최소 1 대 3-당권자 1만명 대 당권자 3만5천명- 정도인 세력 관계로 비추어 볼 때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수립은 필연입니다.

    그리고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에 입각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일단락되면 그 다음 수순은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을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는 국민참여당까지 포함된 반(反)한나라 비(非)민주의 제3당 건설을 주장하는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될 때부터 예정된 수순입니다.

    3.27 당 대회에서 결의된 진보신당의 ‘계획안’에는 국민참여당의 참여를 제어할 장치(계획 3-1항)가 마련되어 있는데 반하여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에는 그러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일단락된 후에 국민참여당이 최종 합의문을 수용한다고 선언하면서 통합에 합류할 경우에 그를 반대할 아무런 명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주류뿐만 아니라 비주류도 국민참여당의 합류를 내심 반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주류와 비주류 모두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연합을 통한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선거연합을 통해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서 가능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연립정부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서 세 불리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민노당 내의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는 전자가 북한의 3대 세습 및 민주당과의 연립정부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진보신당의 ‘진보정당 제대로파(이른바 독자파)’의 합류는 원하지 않고 그럴 우려가 없는 통합파만의 합류를 원하는데 반하여 후자는 ‘진보정당 제대로파’가 합류해서 열심히 주류와 싸워주면 그것을 이용해 주류를 견제하고 당권을 장악하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것을 원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3.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자들’의 절반만큼도 솔직하지 못한 ‘민주노동당과의 즉각 통합론자들’

    진보신당 내의 대표적 통합론자인 정종권 전부대표는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진보신당은 물리적으로 파산-필자의 판단은 다름-했고,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파산했기 때문에 통합을 통해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파산-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및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을 막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주장은 전혀 현실성이 없습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4.5 대 5.5 정도의 세력 구도를 가지고도 막지 못했던 자주파의 정치적 전횡을 더욱 악화된 최소 1 대 3 정도의 세력 구도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통합정당의 우경화를 막을 수 있는 진보신당의 3.27 당 대회에서 결의된 ‘계획안’의 3-1항과 1-4항을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에 전혀 반영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오히려 상황은 현 시기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한다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및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수립에 숟가락 하나라도 더 보태주는 형국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따라서 스스로 현실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민주노동당과의 즉각적 통합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아무런 계획과 능력이 없으면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파산을 돕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고자 할 뿐입니다. 즉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집단인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즉각 통합론자들’이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자들’의 절반만이라도 솔직해졌으면 합니다.

    지난해 진보신당 내의 이른바 사민주의 그룹이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역동적 복지국가론으로 반(反)한나라당 비(非)민주당의 제3당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했을 때 필자는 그 주장이 허구임을 다음과 같이 증명하였습니다.

    첫째, 제3당은 중간계층이라는 지지층을 민주당과 공유합니다.
    둘째, 민주당이 곧 보편복지를 자신의 강령으로 채택해서 제3당과 정책적 차이가 없어지게 됩니다.
    셋째,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 아래에서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여야 1개씩의 유력 정당에게 쏠리게 되는, 즉 양당체제로 쏠리게 되는 ‘뒤베르제의 법칙’이 작동합니다.

    뒤베르제의 법칙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지지층과 정책이 똑같은 제3당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역동적 복지국가론으로 반(反)한나라당 비(非)민주당의 제3당을 건설하겠다는 주장은 전혀 현실성이 없으므로 그들의 선택은 결국 민주당까지 포함된 단일정당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필자의 예상처럼 올해 들어서 사민주의 그룹은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으로 솔직하게 커밍아웃(coming-out)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과의 즉각 통합론자들’도 현실에 입각해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및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해주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현재의 논의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4. 왜 민주당과의 연립정부(공동정부)는 불가한가?

    연립정부를 지속시킬 아무런 강제력이 없는 대통령중심제에서 연립정부가 갖는 의미는 의원내각제와 달리 제한적이라 생각합니다.(노회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당게시판에 4월 1일 쓴 ‘김선아당원께 드립니다.’라는 글 중에서)

    노회찬 위원장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연립정부는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소수 정당이 연립정부에서 철수할 경우에 정권이 붕괴되는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는 연립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유한 정당이 정치적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 소수 정당은 그것을 강제할 아무런 방법이 없기에 연립정부는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정치적 합의로 해서 성립되었던 과거의 대표적인 연립정부였던 DJP연립정부에서 김종필과 자유민주연합이 결국 의원내각제 개헌을 관철시키지 못한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연립정부에서 소수 정당이 철수를 결정할 경우에 장관과 같은 요직에 임명된 소수 정당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철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소수 정당은 내분에 휩싸이게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DJP연립정부에서 자유민주연합 몫의 국민총리였던 이한동이 자민련이 연립정부에서 철수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론을 거부하고 국민총리에 계속 재직하다가 탈당을 한 경우입니다.
    과거 끊임없는 지도부의 보수정당으로의 투항을 경험했던 진보정당으로서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진보정당의 미흡한 역량으로 보수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연립정부가 별 의미가 없는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진보정당과 민주당 사이보다 훨씬 더 정치적 차이가 적었던 새정치국민회의(집권 후에는 새천년민주당으로 개명)와 자유민주연합의 DJP연립정부에서 초창기 상당한 정치적 세력을 가졌던 자유민주연합이 결국 몰락해가는 과정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유민주연합
    -1995년 3월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이 창당.
    -1995년 6월 제 1회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중 충남북, 대전, 강원 4곳에서 승리.
    -1996년 4월 15대 총선에서 50석을 획득해서 제 2 야당의 위치에 올라섬.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과 자유민주연합의 김종필이 DJP후보 단일화를 통해 12월 15대 대선에서 승리하여 공동 여당이 되고 연립정부를 구성. 김종필은 국무총리 취임.
    -2000년 4월 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에 미달하는 17석을 획득.
    -2001년 9월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에 한나라당, 민주국민당과 함께 동의를 표시해 새천년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의 후신)과의 공조가 파기됨.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 4명만 당선시킨 군소정당으로 몰락. 김종필 정계은퇴 선언.
    2006년 한나라당에 흡수되면서 소멸.

    마지막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실패할 것이 분명한데 그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민주당 정부가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보정당이 같이 지게 되면서 역량이 미약한 진보정당은 회복 불가능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자민련의 경우처럼 진보정당운동의 소멸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속한 진보신당 안의 당원모임인 진보작당(준)의 공식적 입장이 아닌 개인적 견해임을 밝힙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