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동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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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3일 05: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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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납니다. 어제(23일) 권영길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을 오늘 아침에야 읽고 보니 눈물이 핑 도네요. 당신의 진정성 있는 사과, 고맙습니다. 좀 더 일찍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조금은 늦은 사과지만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사과, 좀 늦었지만 고맙습니다

    권 의원님과 저의 첫 만남은 1994년 민주노총 결성 과정에서입니다. 벌써 17년이 되었네요.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권영길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초대 본부장 염경석. 우리는 1996년 12월 26일 역사적인 민주노총 총파업부터 시작하여, 1997년 국민승리21 그리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2004년 원내 진출, 2006년 지방선거 승리 등 노동운동에서 시작하여 진보정당 건설과 성장의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권영길 의원은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평생 당원인 제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 건설의 길로 가기 전까지 14년 동안 같은 길을 가는 동지였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은 우리의 14년 동행을 갈라놓았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은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의 3자 대결 구도였습니다. 3명 대선후보에 대해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전북지역 한 당원의 물음에 저는 거침없이 "권영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노회찬 심상정의 참신성도 좋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건설한 공로와 동고동락을 같이 한 인연으로 저는 권영길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선후보 지역순회 연설을 시작할 무렵 저의 생각은 바꿨습니다. 권영길 후보가 자주파와 손을 잡고 대선 후보에 출마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저의 선택을 바꾸게 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권영길 동지에 대한 저의 존경과 신뢰를 여지없이 훼손시켰습니다. 전북지역 유세를 왔던 날
    저는 노회찬 후보의 전북 선거대책 본부장으로 당신과 어색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뒤풀이 장에서 저는 함께 왔던 고 정광훈 의장님과 노수희 대표에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상징이자 지도자인 권영길 후보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항의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의 14년 동행은 이별을 했습니다.

    무너진 존경과 신뢰

    그 후 대선 결과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당내 평가 과정에서 당은 분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창당과 원내 진출, 지방선거의 승리라는 6년여의 보람과 영광의 시간은 짧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권력을 둘러싼 추악한 이전투구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도 있었습니다. 대의를 앞세워 권력과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보수정당에서나 있었을 법한 자리 나눠먹기 밀실 야합, 당권과 공직후보 공천을 둘러 싼 위장전입, 유언비언 유포, 대리투표 등 추악한 선거 행태들, 민주노총 전직 간부의 금품수수 사건을 유야무야 덮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후안무치하고 반성하지 않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당 간부들… 

    당내 주요 간부의 정보를 북측 인사에 전달한 해당 행위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적 신념’이라며 당내 처벌을 무마하려는 주사파 간부들의 모습과 그에 동조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주요 간부들의 자기중심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모습…

    민주노총의 관료화 보수화, 노동문제에 대한 대중투쟁을 회피하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나친 해결사 정치 요구, 민주노총 간부의 성추행 사건을 자기 정파 회원이기 때문에 무마하려다 반발에 밀려 솜방망이 처벌하는 모습…

    실로 실망스런 사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2004년 이후 언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 판의 연속이었습니다. 짧은 보람과 영광의 시기를 지나 수치와 굴욕, 모욕과 모멸감,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민주노총 전직 본부장과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초대 위원장이란 꼬리표가 주홍글씨가 되어 저를 괴롭혔습니다.

    당원번호 742번의 탈당

    권영길 의원님과 이별에 이어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안이 당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는 모습을 보고 창당 발기인이자 평생당원인 당원번호 742번 염경석은 민주노동당을 탈당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인내심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았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별 후 3년, 분당 3년은 서로에게 힘든 세월이었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는 동안 저 개인적으론 마음만은 편안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았지만 진보신당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보았던 추악한 모습이나 실망스런 사건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을 지향하는 순수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당원이 적다는 것과 그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과 지지 세력이 적다는 것 말고는 가난하지만 행복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이제 지난 날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권영길 의원님의 기자회견문을 보고 엇갈린 평가가 있지만, 나는 당신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지난 날 험난한 여정을 같이 했던 동지로서 당신에 대한 연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대의를 위해 자기 희생을 하는 모습이 10년 전 제가 보았던 권영길 의원님의 본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진보진영은 매우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위기이자 기회 요인이 공존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봅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노선이 다른 다양한 생각과 서로에 대한 감정과 불신이 진보진영의 사람들 간에 수많은 갈등과 반목을 낳고 있습니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21세기 한반도의 진보정당운동의 원조이자 지도자인 권영길 의원님의 기자회견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차이가 있고 갈등이 있고 감정도 많지만 진보진영이 대변하고자 하는 대중인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염원에 복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의 대단결을 위하여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길에 동참하겠습니다.

    당신과 이별 후 다시 만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그 길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함께 만들어 봅시다.권영길 의원님! 한때나마 미워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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