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중공업, 노동자 그리고 사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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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3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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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이 조씨 일가의 것인가, 주주들의 것인가, 노동자들의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정리해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가’ 여부가 달려 있다. 또한 ‘이 세상이 만들어져 나갈 방향은 어느 쪽인가’에 대한 문제도 걸려 있다.

    한진 중공업은 조씨 일가의 것인가?

    이에 대해 가장 쉽게 나옴직한 답변은 돈을 투자한 사람, 즉 주주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주주들이란 사실 매우 무책임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번 돈에 대해서는 절대적 권리를 요구하지만, 잃은 돈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인 책임만을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하준은 책임지고 경영을 해나가는 오너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오너들이 과연 그럴 권리가 있는 존재들인가? 무엇보다도 그들은 그럴 권리를 가질 만큼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 기이한 지배구조를 통해 주주들이 투자한 돈을 전용하고 때로는 횡령하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 또한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이 실패했을 때 그들은 정확히 보유한 주식량만큼의 책임만을 진다. 그리고 사실은 횡령을 통해 비자금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덜 책임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자는 자본의 소유자가 아니라, 자본의 일부이다. 기계와 마찬가지로 생산수단의 한 종류일 뿐이다. 따라서 법적으로 노동자들의 기업에 대한 권리란 전혀 없다.

    하지만,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기업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더구나 기업이 실패했을 때 노동자는 그의 생존의 모든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일터를 잃어버림으로써, 사실상 이에 대해 가장 강력한 책임을 진다.

    "소유는 절대적인 게 아니다"

    소유란 절대적인가? 그렇지 않다. 세상에 원래부터 내 것이 어디 있는가? 소유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역사적으로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왔다. 이는 기업이 누구의 소유라는 것에 대해 자연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든지 새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법적으로는 주주의 것이고, 실제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소유인 것이 현재의 실정이지만, 노동자의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결국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나려고 하는가에 대한 입장과 의지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 재벌 지배에 대한 가장 세련되고 정치한 비판이라는 <시사인> 이종태 기자 식의 논리가 신자유주의적이라면, 주주의 도덕적 무책임에 대한 대안으로 오너에 대한 존중이라는 태도를 제시한 장하준의 생각은 초기 자본주의 시기의 부르주아적 자율성에 대한 환상을 담고 있다. 실제적으로 기업을 만들고 이에 대해 책임지는 존재가 노동자라면, 노동자가 기업을 소유해야 한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도 있으며,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다.

    분명해 알아야 할 것은 앞의 두 입장으로는 기업의 정리해고를 결코 제대로 비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너나 주주가 기업을 소유한다면, 그가 단지 생산수단으로 구매하고 소모하는 노동력에 대한 자유로운 처분을 행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직 노동자의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는 태도만이 해고를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게 한다. 당장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기업을 접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관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관점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입각한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 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을 주장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실천을 가리켜 우리는 사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관점이 중요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통합진보정당이 사회주의를 강령에서 삭제하는 것에 대한 당내의 비판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범야권과의 차이 때문에 통합을 거부하는 진보진영의 입장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들이 있기 때문에 한진중공업과의 근본적인 투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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