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좌클릭, 진보의 위기될 수도 권위주의가 했던 복지, 보수도 가능
        2011년 06월 21일 05: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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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의 좌클릭이 눈길을 끈다. 다음 달 4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는 한나라당 내에서 ‘반값 등록금’은 물론이고, ‘무상급식’에 ‘추가 감세 철회’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언술 수주만 보면 의제는 ‘진보화’가 충분하게 이뤄졌다.

    한나라당, 의제의 진보화

    물론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있고, 당 중진들은 현 기류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한 내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바야흐로 한나라당도 좌클릭의 ‘시류’에 동승하는 모습이다. 

    현재 한나라당 대표에 출마한 사람은 홍준표, 나경원, 유승민, 원희룡, 권영세, 남경필, 박진 의원 등 7명이다. 대구경북의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수도권 출신의 의원이며, 이들 모두 40~50대로 비교적 젊다. 이들은 대부분 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박근혜 의원의 정책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친박계 단일후보로 나선 유 의원이 눈에 띈다. ‘용감한 개혁’을 내세운 유 의원은 추가 감세 중단 외에도 무상급식·보육 수용, 공기업·대기업에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 도입, 학자금 대출이자 절반 감면 등과 함께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 대기업의 비정규직 현황 공개 의무화 등 노동 관련 정책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비파적 발언을 했다. “부자들이 돈을 주체 못하고 가난한 사람이 죽어가는 걸 그대로 내버려두는 보수,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쓰면서 복지예산에 인색한 인상을 주는 보수로는 앞으로 희망이 없다.” 한나라당 당 대표 후보의 발언치고는 상당히 ‘좌경화’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와 ‘아버지 박정희’를 결합시키면서 정치 상품화 시키는 것과 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발언이 맥락적으로 유사성을 보이고 있어, 보수 주도의 ‘담론과 정책’으로 선점당한 복지 의제에 대한 보수진영, 특히 박근혜 진영의 대안적 반응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복지와 박정희, 정치상품화

    이 같은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임기가 1년 반 남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이반 정도가 심상치 않은 데 따른 것이라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 2012년 총선에서 치명적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지난 재보선에서 ‘텃밭’인 분당을을 잃었다는 점이 이 같은 예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시사저널> 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6월 3일 수도권 주민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5%가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물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현역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8.8%에 그쳤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여당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다소 높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출신 젊은 의원들이 대거 출마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한다. 진보신당 박철한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의 75% 정도 차지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이것이 뒤바뀔 수도 있다.”며 “한나라당 내 좌클릭은 분위기 쇄신의 절박함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결과라는 얘기다.

    노세극 새세상연구소 정책연구위원도 “한나라당에서는 특히 수도권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것”이라며 “특히 분당 선거 이후 그런 위기감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이며, 수도권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존 입장과는 다른 좌클릭을 이끌어 낸 것이란 분석이 객관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사실상 2012년 총선을 진두 지휘할 대표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계속될 것 이라는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박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이미 심판을 받은 것이고, 수도권에서 승리 가능성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며 “따라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세극 위원도 “당이 갈라지는 데 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런 논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진보진영에 독이 될 수도

    이러한 한나라당이 ‘좌클릭’이 사회 복지 수준 향상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점이 진보진영에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의제 차원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구분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된 셈이다.

    게다가 막강한 차기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중들이 의제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정치세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응은 한층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보대통합으로 혼란스러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최근 반값 등록금 집회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등 대중의 요구와 보수 세력 사이에 그어진 전선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진보신당에서 반값 등록금 대책이 하나 나왔을 뿐, 일반적인 대변인 논평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박철한 실장은 “진보진영에 고민이 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진보진영의 역량으로 봤을 때 (보수진영과의 차별화가)크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노세극 연구위원도 “진보진영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부유세를 확실하게 밀고 나가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증세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모델의 정치적 후계자이며, 유승민 의원은 신자유주의 경제학과는 맥이 다른 경제학자”라며 “권위주의 경제발전 모델은 국가의 역할을 중요시 하는데, 이는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비판적 대안으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정세와 접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도 가능하다

    그는 이어 “보수진영에서 노동자들의 보호나 복지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며 “(현재의 권력인)이명박 정부와 거리감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런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무상급식 등도 반드시 진보적 의제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며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복지를 하는데 보수가 이를 못할 것이라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진보가 좋은 얘기를 해도 의제 장악이 쉽지 않은 반면, 보수가 비슷한 얘기를 하면 그것이 보수의 담론이 될 수 있다.”며 “자칫 한국사회의 의제는 진보화가 될 수 있어도 정치 헤게모니는 더욱 보수진영이 틀어쥘 수 있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진보는 의제 제기만 해서는 곤란하다.”며 “의제와 세력의 확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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