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계산 말고, ‘신뢰 회복’에 올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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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0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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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우리 진보신당의 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6.1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나온 이후 우리 당은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그러나 보름여 지난 지금 우리 당은 좀 차분해지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냉정히 논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진보신당 하나로’라는 흐름도 얼핏 보면 감성적인 접근으로 보이지만, 분열은 필패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나는 6.1연석회의 합의문이 나온 이후 이를 동작당협 게시판에 올려놓는 역할 외에는 한동안 이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내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7회 박종철인권상 시상과 6월 민주항쟁 24주년 기념 ‘6·10 민주올레’를 준비하고 추진하는 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당원들에게도 "저는 6월 11일 이후에나 이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미리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하고 있는 많은 당원 동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지난 18~19일 양일간 서울시당 ‘당원 한마당’행사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참으로 유익한 1박 2일이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대통합’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밤늦게 진행된 뒤풀이 시간을 통해서는 진보신당이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정말 우리같이 가까운 사람들이 또 있을까 하는 것을 새삼 느끼며, ‘함께 가야한다’는 걸 깊이 되새긴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이번 서울시당 당원 한마당에서 깨달은 것 중 놓칠 수 없는 것 하나는 이번 합의문이 나오는 과정이 정말 ‘산고의 고통’ 못지않게 치열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합의문을 보았을 때 느꼈던 허탈함이나, 지금도 느끼고 있는 강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음에도 "최선을 다한 협상이었다."는 조승수 대표의 주장을 체감하게 된 것은 나에겐 참으로 큰 소득이었다. 일부에서 이야기되는 ‘부결 후 재협상 요구’를 현실성 없는 안으로 분명히 인식하게 된 것도 이 날을 통해서이다.

    1부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진보정당을 만들자

    나는 요즘 동작당협에서 ‘레드빠따쓰’라는 야구팀의 감독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우리의 유능한 감독님이 일 때문에 지방으로 장기출장 중이어서 내가 감독 권한대행을 맡게 되었지만, 우리가 출전하는 ‘진보리그’에서 어렵게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그런 나를 가리켜 "정치인에서 야구인으로 변신했다."고 놀리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험난한 시대에 야구라도 안하고 있었으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라고 자위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레드빠따쓰’가 지금은 20여 명의 단원을 거느리고 ‘진보리그’에도 참여하는 어엿한 팀이 되었지만, 처음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은 참으로 힘들었다. 다 아다시피 야구 경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최소 9명의 인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야구 경기를 하려면 열서너 명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한 경기를 치르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회인 야구의 경우에도 어떤 리그에 참여하여 여러 경기를 소화하려면 20명 가까운 숫자는 있어야 하고, 그 중 투수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몇 명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매 경기 다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 경기를 할 때마다 9명을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면 그 팀은 어떤 리그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런 팀은 별도의 선수 수급 계획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투수도 보강해야 되고, 포지션별 백업 요원도 확보해야 하지만 주변에 마땅한 사람을 확보하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진보신당이 딱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진보신당보다 사정이 좀 괜찮긴 하지만, 제대로 된 리그에 참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주변에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차라리 두 팀이 합친다면 팀을 재정비하여 보다 규모 있고 권위 있는 1부 리그에도 참여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한다. 어떤 사람은 그런 조건이 되면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고도 한다.

    물론 반대의 측면도 있다. 두 팀이 추구하는 야구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서로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 색깔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진보신당의 주요 인사들이나 민주노동당의 주요 인사들은 하나같이 1부리그에서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두 팀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꿈이 있다. 이 과정에서 ‘6.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표 계산하지 말자

    그러나 우리 진보신당의 내부 사정이 만만치 않다. 사실 ‘3.27 당대회’에서 수정동의안이 가결되었을 때, 나는 그 뜻을 ‘진보대통합을 위한 협상은 하되, 합의하지는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절망’했다. 세상에 그런 요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그런데 ‘진보대통합을 추진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의지의 화신’들이 결국 최종합의문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존경한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당내 상황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서 진보신당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당원과의 소통이나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 함께 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보고 "그럼 당신은 뭐 하고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비전 제시 능력’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지금의 나는 진보신당 내 이러저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조언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우선 하고 싶은 말은 "통합파든 독자파든 지금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표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진보신당의 힘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얼마를 더 모아야 2/3가 될 수 있을까, 누구누구를 지키면 1/3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표 계산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진보신당의 분열은 이제 불가피해졌다고, 심지어 "쿨하게 헤어지자."는 이야기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나 지켜내야 할 자존심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보신당이나 진보신당 당원들을 충분히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는다. 진보신당의 분열은 통합파나 독자파에게 있어 공히 자멸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이들은 그 와중에서도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자신은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들에게 서울시당 당원 한마당에서 한 당원이 울먹이면서 한 “진보정당 운동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게 아니다.”는 말과 더불어 “당신이 살아남는 데 들러리 설 생각이 전혀 없다.”는 나를 비롯한 많은 당원들의 불신에 찬 차가운 목소리를 결코 무시하지 말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결국 ‘신뢰’의 문제이다

    조승수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6월 19일자)에서 만일 합의문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나는 이 당에 무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진보신당의 깃발이 남아 있으면 그 깃발 아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남고 안 남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비록 지금은 내부 이견이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 우리 당원들만큼 동질성이 높은 집단이 없다. 다 같이 가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나는 그런 조승수 대표를 높이 평가한다. 불만의 목소리도 많지만, 우리가 그래도 진보신당 대표를 잘 뽑았다. 이제 우리 당원들은 노회찬, 심상정 두 고문에게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마찬가지로 대답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진보신당이 출범 때부터 많이 부족한 조직이었지만, 당 내부에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부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상정 고문의 독단적인 후보 사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지도부는 당원들을 믿지 못하고, 당원들은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아 그 후유증이 6.1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나온 시점에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그 향방을 예측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필자.

    그럼에도 진보신당에는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세 명의 정치지도자를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게 진보신당의 현실이자 한계이다.

    이제 진보신당의 유력한 지도자인 노회찬, 심상정 두 고문도 ‘합의문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는 당원들에게 조승수 대표와 같이 명확하고도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차례이다. 그러면서 2/3의 대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전 당원이 함께 갈 수 있는,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이미 분위기는 형성되고 있다. ‘진보신당 하나로’의 흐름도 그렇고, 독자파의 일원인 김종철 동지의 조건부 승인론도 나오고 있다.

    "만약 부결된다면 부결되는 대로 우리를 추슬러 정치연합을 통해 내년 총선을 돌파한 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대통합을 또 다시 시도하겠다. 물론 그 길은 지금보다 더 험난하고 더 불리한 조건에서 맞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 길이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기꺼이 그 시련을 감내하겠다."며 당원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준다면 의심받던 ’신뢰‘의 문제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며, 역으로 ’6.1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대한 사실상의 만장일치 가결의 길도 분명히 열릴 것이다.

    나는 진보대통합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당 대회 대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6.26 당대회에서 ‘최종합의문 승인의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나는 ‘진보신당 하나로’의 문제의식하에 마지막까지 그 최선의 대안을 찾아나가고자 동지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세 사람의 리더십을 비난해 왔지만, 이런 격동의 시기일수록, 아니 이런 격동의 시기이기 때문에 이들 세 명의 리더십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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