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말도 안 듣는 '막가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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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20일 09: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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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수사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을 향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검찰은 19일 보란 듯이 휴일에도 평검사 회의를 여는 등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집단 반발했다. 총리실이 두 차례에 걸쳐 중재에 나섰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언론들은 검찰이 대통령의 경고도 무시하고 ‘힘 자랑’을 하는 배경으로 저축은행 수사로 청와대와 정치권의 비리를 상당수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주영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금융계좌를 추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다음은 6월20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경찰에 수사권 주면 청탁수사할 것">
    국민일보 <북, 마약·위폐·인육사건…설이 실제로>
    동아일보 <검찰, 사개특위장 계좌 추적했다>
    서울신문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
    세계일보 <무관심에 갇힌 장애인들 "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조선일보 <원희룡 의원 총선 불출마>
    중앙일보 <부패척결, 장관 인사에 반영한다>
    한겨레 <13조원 퍼부은 자리에…원형 잃은 ‘4대 인공강’만>
    한국일보 <공직사회 내달부터 ‘여름속 겨울’>

    대통령 질책·총리 중재에도 막 가는 검·경 ‘수사권력’ 다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을 가리켜 "밥그릇 싸움한다. 한심하다"고 질책한 이후 김황식 총리가 직접 이귀남 법무장관과 조현오 경찰청장을 불러 설득작업에 들어갔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총리실은 19일 또 한 번 중재에 나섰지만 검찰과 경찰이 완강하게 버티면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검찰은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막판 조율작업을 벌인 19일 평검사 회의를 열어 정부의 중재를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다. 중앙지검이 평검사 회의를 개최한 것은 2005년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조선일보 6월 20일자 4면

    평검사들은 회의 직후 김준규 검찰 총장에게 건의하는 형식의 발표문을 통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논의가 국가의 수사구조를 변경하는 논의로 왜곡되고 있고, 그 결과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후퇴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갖게 된다면 무차별적 입건, 마구잡이식 수사 등의 폐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주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록에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검사들은 ‘수사권 조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한 줌의 경찰청 수뇌부와 경찰 인지부서 행정경찰과 팀장급들에 불과’하며 ‘현장수사 능력이 떨어지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성토했다. ‘수사개시권’이 경찰로 넘어갈 경우 청탁수사가 넘쳐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찰도 수사권 문제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수사개시권을 받아낼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경찰은 90% 이상의 사건 수사를 검사의 지휘 없이도 개시해 진행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수사개시권’을 법에 명문화 해 현실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총리실은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전까지도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총리실 중재안에 양쪽 입장을 담아 국회에 넘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저축은행 칼 자루 쥐고 있기 때문"

    언론들은 검·경의 수사권 타툼을 ‘수사권력’ 타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인권이나 이득은 뒷전이고 대표적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정부의 중재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4면 <대통령 질책에도 총리 중재에도…검·경, 막가는 ‘수사권력’ 다툼> 기사에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핵심 기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늘리거나, 지키는 데만 몰두한 볼썽사나온 "영역 다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번 검·경 갈등은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권력을 사적 전유물로 착각한 힘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질책과 총리의 중재가 검찰과 경찰의 싸움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이 싸우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며 밥그릇 싸움에 비유해 질타했음에도 검찰의 태도는 강경하기 짝이 없다. 과민반응으로 비쳐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6월 20일자 1면

    경향신문도 1면 <대통령도 못 막는 ‘제왕적 검찰’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을 향해 싸움을 그만두라고 경고했지만 평검사들이 보란 듯이 회의를 연 것은 ‘조직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대통령도 무서울 게 없다는 인식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검찰의 이런 태도는 근본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권한에서 나온다"며 "이 덕분에 검찰은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불러 수사할 수 있었던 반면, ‘기소유예’ 등의 합법적 방법으로 누군가를 봐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향은 최근 검찰이 이 대통령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힘 자랑’에 나선 것은 "저축은행 수사 등을 통해 ‘힘 있는’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손에 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현 한국건설관리 공사 사장)은 부산저축은행에서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고, 공성진·임종석 전 의원은 삼화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 부부도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의 친분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 정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6월 20일자 경향신문 만평 

    검찰은 최근 이 같은 권력을 활용해 국회 사개특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시도를 무산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검찰, 검찰개혁 주도하던 이주영 사개특위장 계좌도 추적 논란…중수부 폐지 ‘없던 일로’

    이런 가운데 검찰이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금융계좌를 열어 자금의 흐름을 추적했던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경남은행 등에 개설된 이 위원장과 가족, 측근 명의로 된 금융계좌들에 대해 자금추적을 했다. 검찰이 자금을 추적한 시기는 사개특위의 사법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던 3~6개월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사개특위는 검찰관계법 심사소위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안과 특별수사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방안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논의해 왔다. 또, 3월10일엔 사개특위 6인소위에서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방안을 발표했다.

       
      ▲동아일보 6월 20일자 1면

    동아일보는 "만약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혐의 없이 이 위원장 계좌의 자금을 추적했다면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특히 자금을 추적한 시기를 고려한다면 검찰이 이 위원장을 압박해 사법개혁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추적을 하려면 법원에서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범죄 혐의 없이 단순히 압박하기 위한 자금추적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실제 이 위원장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한 측근은 "검찰이 사개특위 지도부에 대한 내사나 수사를 통해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개혁 추진에 대한 압박이라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검찰 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이 일부 사개특위 위원에게 "사개특위에 참석 말라"고 강압하는 행위도 나타났고, 일부 국회 관계자가 경찰로부터 미행을 당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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