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빵집 다섯식구, ‘희망 버스’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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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18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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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살 막내, 초등 4학년 둘째, 중1 첫째 ,43살 저, 42살 아내.
    이렇게 저의 가족은 6월 11일 ‘희망의 버스’를 타고 『소금꽃 나무』의 저자 김진숙 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외출을 하고 왔습니다. 내가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가게이기에 쉽게 문을 닫을 수가 없습니다. 일요일 성당을 다녀와서도 문을 열어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장사가 잘되지 않은 동네빵집이거든요.

    빵을 챙겨서 버스에 오르다

    그래도 이 날만은 기분좋게 가게 문에 “『소금꽃 나무』의 저자 김진숙 님을 응원하러 갑니다.”라고 쪽지를 적어 붙이고 10일 7시에 가게에 남아있던 빵을 챙겨서 ‘희망의 버스’를 탔습니다.

    ‘희망의 버스’를 어느 게시판에서 처음 읽었을 때 난 20년 전 박창수 열사가 생각났습니다. 안양병원 앞 장례식 때 박창수 열사의 아들이 눈물을 흘리며 민중가요를 불렀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벗이었던 김진숙 님은 해고를 막아내기 위하여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가 죽음으로 항거했던 어쩌면 성스러운 85크레인에 올라 온몸으로 항거하고 있습니다.

    그런 김진숙 님에게 희망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희망의 버스’를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아니 내 아내와 함께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그래, 우리 가족이 함께 희망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시작된 것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인 한의원 원장님도 마음이 너무 아파 함께 가봐야겠다고 맨 먼저 참여를 결정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사실 이런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가족이 더 참여하신다는 이야기에 어쩌면 우리는 같은 꿈을 꾸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벅차기도 했습니다. 당일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몇 가족까지 포함하면 정말 저희들은 소풍가는 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즐겁게 싸워야 오래 간다. 희망의 버스 승객들의 신나는 ‘응원 투쟁’. 

    우리의 희망이 그렇게 불온한가?

    이런 우리들의 평화로운 출발을 막기 위해 출발 전날 이런저런 탄압과 모략의 이야기가 한진중공업으로 부터 인터넷을 통하여 전해져 와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장마가 시작되어 아이를 데려갈 수 있을까?" 아내가 걱정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비는 멈추었지만, 출입문마다 용역깡패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그 징글징글한 명박산성을 닮은 남호산성을 쌓아두고 출입을 봉쇄했다고도 했습니다. 13개 중대 병력이 까맣게 깔렸다고도 했습니다.

    아니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희망을 전달하고, 하루를 즐겁게 놀아주기 위함인데, 또한 장기간의 파업으로 지친 한진 노동자들과 가족을 같은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으로써 격려하고, 위로하고, 그리고 희망을 같이 이야기하고, 가족의 사랑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 무엇이 그리 잘못이란 말인가? 노동자는 서로 격려도 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또한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57일을 외롭게 자신과의 투쟁을, 아니 죽음과의 투쟁을 하고 있는 김진숙 님을 살아서 땅을 밟게 해달라는 우리의 희망이 그렇게 불온한 것인가? 얼굴이 보이는 곳에서 이야기 한번 나누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죄가 된다는 것인가?

    이번 ‘희망의 버스’ 1박 2일 동안 난 너무나 많이 울었습니다. 1년치는, 아니 몇 년치는 다 운 것 같습니다. 김진숙 님의 말을 듣는 동안, 26년 근무한 어느 해고노동자의 통곡과 절규의 말 앞에서도, 가족대책위 어린아이들의 “아빠 힘네세요." 노래를 들으며, 몇 개월 되지 않은 어린아이 엄마의 남편사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가난하지만 단란한 생활조차 미안해져

    많은 벌이는 안 되지만 난 가족들이랑 단란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가족이 해고를 당하면 온 가족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한진 방문에서 왜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하는지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난 이렇게 많은 것을 몸으로 배웠는데 중학교 1학년인 큰딸은 무엇을 느끼고 왔을지. 말을 잘하지 않는 성격이라 아직은 잘 모르지만 초등 4학년인 둘째는 무엇이든 물어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파업, 해고, 크레인, 투쟁, 시위 등 쉴 새 없이 물어보고 마지막에는 크레인에 ‘희망의 바람개비’도 사다리 위로 올라가 붙이고 내려옵니다. 몰래 담을 넘어갈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레인 위에서 아래에서 하나 된 사람들.  

    이런 우리 가족들이 조중동과 경총과 전경련이 이야기하는 ‘노동단체 회원’인가요? 경찰이 얘기하는 ‘폭력집단’인가요? 무슨 범법을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들인가요?

    이렇게 평화롭고 즐거운 여행에 참여한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명해 누구랄 것 없이 눈물 흘리던 아름다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적으로 모는 정부와 사측은 도대체 어떤 살벌한 공동체를 원하는 걸까요? 누구의 정부일까요?

    이 평화로운 ‘희망의 버스’를 폭력 집단, 불순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아니 ‘희망의 버스’를 그렇게 낙인 찍고 싶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우리 다섯 가족이 낙인 찍혀 김진숙 님이 한 계단, 한 계단 땅을 향해 살아서 내려올 수 있다면, 해고가 철회되고, 노동자가 다시 용접기를, 망치를 다시 손에 잡고 ‘희망의 배’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래서 다시 가족이 행복한 웃음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모든 간절한 희망들을 모아 2차 희망버스를 순천에서도 다시 더 많이 출발하고자 합니다. 전국의 많은 좋은 분들을 함께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 *

    [2차 희망의 버스 탑승 요령]

    ○ 출발 : 2011년 7월 9일 오후 1시(부산 6시 30분 도착 기준)
    ○ 출발 장소 : 전국 동시 다발(서울 / 시청광장 앞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 참가비 : 30.000원(각 지역별로 다르게 잡으실 수 있습니다.)
    ○ 참가 및 연대 게시판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검색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 참가비 및 후원금 입금계좌 : 박래군(농협 351-0199-8560-53)
    ○ 문의 및 연락처 : 02-363-0610(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아름다운 만남을 위하여]
    – 각 단체 별로 ‘2차 희망의 버스’ 참가를 즐겁게 결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지역 내 사회단체 및 양심적 개인들과 긴급히 소통해서 ‘2차 지역 희망의 버스’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이트, 메일링, 기고 활동 등을 통해 ‘2차 희망의 버스’를 홍보해 주십시오.
    – 각 단체나 커뮤니티 별로 별도로 참가자를 모아 일괄 신청해 주시면 좋습니다.
    – 각 단체 및 지역 참가단은 희망의 버스 한 대당 2분의 ‘깔깔깔’을 선정해 버스 운행과, 전체 진행요원으로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눔과 연대의 마당]
    – 각 지역 버스별로 지역 특산물이나 나누고 싶은 것들을 가져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나눔장터가 열립니다.
    – 185일째(가는 날 기준) 외롭게 싸우고 있는 김진숙 님과 집단 단식 중인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아픔을 함께 나누는 날로 1박 2일 노숙을 기본으로 하는 연대입니다. 텐트 등을 준비해 주시면 좋습니다.
    – 7월 10일 아침밥 외에 진행팀에서 제공해 드릴 것은 따로 없습니다. 먹거리 등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연대 문화마당이 열립니다. 각 지역 참가 버스는 가능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진숙 님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 그리고 부산지역 노동자 분들이 오시는 분들게,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담은 ‘희망의 배’를 접어 오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씩 드리겠다고 합니다.
    – 부산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7월 9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나눔 콘서트를 열어주신다고 합니다. 부산 시민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 버스는 희망을 노래하려는 버스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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