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파 김종철 "합의안 승인하자"
        2011년 06월 17일 06: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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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위원장. 

    진보신당 독자파 진영 내에서 오는 26일 당 대회에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최종합의안을 승인하자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는 독자파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철 동작당협 위원장으로부터 나왔으며, 이 같은 제안이 당 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원 관리 등 별도로

    김 위원장은 16일 당 게시판을 통해 “당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 끝에 도달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는 최종합의안이 매우 미흡하고 문제가 많으나 또한 진보신당의 현실적 전망이 녹록치 않고, 진보정당의 통합을 촉구하는 외부로부터의 바람과 압력이 실제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최종합의안을 승인하는 대신 “물리적 융합 기간에는 당 내부에 별도의 내부조직 운영을 공인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나의 정당으로 합치되 내부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따로 조직과 당론을 가지고 별개로 행동하자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대표단에서부터 시도당, 지역위원장까지 공동으로 선출하여 운영하며, 동시에 현재의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의 당원조직이 별도로 운영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며 “통합정당 내 진보신당파 조직은 조직의 의견 결정을 위해 별도의 총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별도의 당원 관리를 공인받고 이는 민주노동당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통합정당 내에서 단일한 당론을 만들어내는데 노력하되 당론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각각의 당론을 발표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발표된 각각의 당론은 다수파의 공인 당론과 소수파의 비공인 당론이 아닌 ‘1/2의 당론’이 되고 서로의 당론을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굴복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분열 막기 위한 고심의 산물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에는 진보신당 내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당 대회에서 사실상 최종합의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보신당 내 독자파와 통합파가 격렬히 대립해 온 만큼 당이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 지점이다. 이는 강상구 구로당협 위원장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최후까지 찾아봐야 한다”는 제안과도 맞물려 있다.

    때문에 독자파 일각에서 ‘당원총투표 제안’에 대한 논의가 흘러나오고도 있다. 당 대회에서 사실상 부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판단을 맡기면서 통합파 측에도 재차 기회를 주자는 의도다. 통합파 일각에서도 그 기준을 자신들에게 불리한 2/3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한 독자파 인사는 “당원 여론조사 당시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찬성하는 당원이 60% 정도”라며 “서로 당원들을 설득해서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원총투표 역시 2/3를 기준으로 부쳤을 경우 통합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음에도 부결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파 핵심이 26일 당 대회에서 최종합의안을 승인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이 미우나 고우나 진보진영인데 이들이 국민참여당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과 당 대회 이후 당이 사분오열되면 어느 쪽도 진보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던 듯 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위원장도 “이런 제안의 배경에는 ‘통합-독자’의 두 흐름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 핵심을 융합해보자는 문제의식”이라며 “이러한 제안이 약간의 복잡함은 있지만, 대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합의할 수 없었던 문제에서 말할 수 없는 진통을 겪었는데 그러한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에게 단일한 당론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정당 내 진보신당파가 이러한 독자적 입장을 제출하고 공동의 대표와 공동위원장 등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통합정당 내 양 정파의 독자적인 조직운영이 필수적”이라며 “때문에 별도의 당원 관리와 총회 등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다른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당내 영향을 아직 미지수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이 얼마만큼 당 내 여론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나와 정치적 견해를 함께 하는 구 ‘전진’의 일부 동지들과 상의하기는 하였으나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독자파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쟁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구형구 전 전진 집행위원장은 <레디앙> 기고에서 “새 진보정당 건설은 당 대회 결정사항으로, 연석회의 합의문이 부결된다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당대회 결정은 협상 종결이 아니라 재협상 취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회에서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자는 것이다.

    통합파의 한 인사는 “제안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정당의 상 안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운영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통합추진위원장도 “제안의 형태가 선거연합정당과 비슷한데, 온전한 진보대통합 정당이 필요하다”며 “과도기가 불가피하지만 그와 같은 형태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통합-독자의 극렬 논쟁 속에서 타협을 모색하는 계기로는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상구 구로당협 위원장은 “토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며 “이전보다는 진보신당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진지하게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들은 당 대회에서 최종합의안에 대한 가결, 부결 여부를 떠나 ‘다양한 여러 방안들이 있을 수 있구나’는 생각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현 방안보다는 (김 위원장이 제안의)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고민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통추위원장은 “독자파의 변화의 조짐이 보여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은희 전 서울시당 위원장도 “현재 강상구 위원장의 ‘진보신당 하나로’ 운동이 당원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김종철 위원장도 최선을 다해 하나의 길을 찾으려는 제안을 한 것이고 이를 위해 자신의 신념을 일정부분 양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진보신당 내부에서의 집단 지혜, 전략적 선택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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