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문 부결과 재협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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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06월 17일 11: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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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대회를 앞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내용보다 절차가 쟁점인 현실

    그럼에도 걱정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결정의 내용보다는 절차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입니다. 당원 총투표를 하느냐 마느냐가 이슈가 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넘어서는 온갖 ‘상상’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당법 및 당헌 규정과의 충돌을 우회하려는 편법도 제시됩니다.

    나름의 이유는 존중합니다. 그러나 매우 중요하고 어려울 결정일수록 그 절차는 엄중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당헌당규가 있습니다. 우리의 약속이며 모두가 지켜야 할 룰입니다. 당의 진로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룰을 넘어서거나 우회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서로 간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당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다는 점에서 당원 총투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당위성을 가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의결기관에서의 논의와는 다르게 당원 총투표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찬성이냐 반대냐를 선택할 뿐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 냉혹하게 숫자로 승패가 갈립니다. 당의 진로를 놓고 타협 불가능한 두 개의 입장이 전국 각지의 평당원들을 정확하게 둘로 갈라치기 할 것입니다. 그 후과는 예측을 불허할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아기를 둘로 가르는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말 당원 총투표가 피할 수 없는 최후의 수단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진지하게 직접 제안하고 그 결과에 승복을 다짐해야 합니다. 당원 총투표가 결정적 분열을 초래하지 않고 단합의 계기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것입니다.

    당 대회의 권한이자 책임

    당대회는 우리 당의 최고 의결기관입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결정한 ‘당 발전 전략’도 당 대회가 확정했으며, 이를 위한 ‘종합실천계획’도 당 대회가 확정했습니다. 그 결과에 대한 판단도 당 대회가 결정할 몫입니다.

    이는 권한이기도 하지만 책임이기도 합니다. 당의 진로를 결정할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관해 당 대회는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아무런 내용적 판단도 없이 수임기구에 위임하여 당헌 규정을 우회하자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당의 질서와 최고 의결기관의 권한을 유린하는 처사이며 또한 당 대회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대회는 반드시 합의문에 대해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당대회 대의원으로서 이번 합의문을 승인할 수 없는 이유를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린 바 있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여기서 합의문 내용에 대해 재론하지는 않겠습니다.

    합의문 승인이 당 대회에서 부결된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며,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당 대회 결정사항입니다. 그 시한은 9월까지입니다. 연석회의 합의문이 부결된다 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당대회 결정은 협상 종결이 아니라 재협상 취지가 되어야 합니다. 당 대회는 이번 합의문을 승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오라는 취지인 것입니다.

    합의문 기각하고 재협상을

       
      ▲필자.

    그 지겨운 과정을 또 반복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작년 6월 이래로 1년 넘게 지속된 당 진로 논의가 저도 지겹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입니다. 우리 당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개편의 소용돌이를 겪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 안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다른 정당 간에, 그리고 우리 내부에 명백한 이견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몇 달만 더 노력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합의 상대인 민주노동당도 아직 최종 결정을 못했습니다. 이번 주말로 예정된 결정이 미뤄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더 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역석회의 틀이 아니더라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다자간 협상 또는 양자 개별 협상 등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당론을 명백히 훼손한 합의문을 기각하고 재협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도로민노당’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마지막 남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과 대의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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