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파, 도대체 뭐 하자는 건가?"
        2011년 06월 15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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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복지파’의 행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된 진보신당의 진로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연석회의 합의문이 나온 이후 ‘통합파’와 ‘독자파’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이 결국 진보신당의 분열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당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통합파의 단기적 목표는 합의문과 신설합당을 승인하여 민주노동당 및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을 포함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는 것이고, 독자파의 단기적 목표는 합의문과 신설합당을 부결시킨 후 진보신당(+사회당?)의 독자적 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통합파와 독자파의 대립구도 가운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보이는 것은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이하 ‘복지파’)이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도, 진보신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중재안으로 제출된 당원 총투표 안에도 반대한다.

    필자가 활동하는 관악당협에도 복지파의 노선에 동의하는 당원들이 있다. 한국 정치는 결국 양당제로 수렴될 것이고, 독자적인 진보정당보다 야권단일정당 내에서 진보블럭으로 활동하는 것이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고 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지파의 ‘노선’에 동의하는 당원들도, 현재 복지파의 ‘행동’에 대해선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민주당의 좌클릭을 전제로 단일정당을 이야기하면서 민주당보다는 진보신당을 향해 발언하고, ‘세력이 아닌 가치 중심의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떠한 계획도 제출한 적 없고, 최근에는 통합파를 ‘도로민노당파’라 지칭하며 새 진보정당 건설을 부정하는 일련의 행동은, 그들의 노선에 비추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인 것이다.

    ‘노선’과 ‘행동’의 불일치

    그들은 민주당이 "좌클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현재의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좌클릭했다고 인정하더라도,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닌 ‘복지국가’라는 정치노선에서는 아직 한참 먼 것이 사실이다.

    또한 복지파는, 진보신당이 단일정당으로 가기 위해 어떤 정책적 입장을 포기하고 우클릭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단일정당은 민주당이 한참 더 좌클릭하여 진보신당의 정책을 모두 수용한다는 전제에서 건설될 수 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라도, 이러한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향해 먼저 발언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당을 향해 발언하지 않는다. 오로지 진보신당을 향해서만, "단일정당으로 가자."고 주장한다.

    복지파는 연석회의를 통한 새 진보정당 건설을 ‘가치가 아닌 세력 중심의 통합, 도로민노당’이라 규정하고 비판하며, 자신들은 세력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한 통합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당이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들의 연합)인 바, 새로운 정당의 건설은 가치를 우선하는 통합을 추구하더라도 그 가치에 동의하는 세력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복지파는 민주당에서 사회당까지, 야권에 현재 존재하는 각 정당을, 혹은 그 정당 내부에서 복지국가단일정당에 동의하는 세력을, 어떻게 규합하여 단일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적이 없다.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라곤 그들과 달리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구체적 계획을 현실로 이행하고 있는 연석회의에 딴지를 거는 일 뿐이다. 그들은 민주당과는 통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민주노동당과는 통합이 불가능하다 주장하고, 연석회의 합의를 비판하며 합의문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행동은 위에서 말했듯 단일정당 노선에 동의하는 당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첫째, 그들은 ‘야권단일정당’을 말하면서 민주노동당만을 제외하자는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복지국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혹은 겉으로는 복지국가에 동의하더라도,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복지국가를 최종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 수많은 진보세력은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둘째, 민주당이 진정 진보정당과 통합을 원한다면, 국민참여당처럼 연석회의에 참여 요청을 하고, 연석회의 합의문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할 것이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필자는 국민참여당이 새 진보정당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복지파가 단일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연석회의에 민주당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당과 연석회의 참가 단위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연석회의를 ‘세력통합’으로 폄하하고, 연석회의 합의를 파탄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셋째, 민주당이 연석회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단일정당 건설을 위해서는 연석회의를 통합 새 진보정당이 건설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여러모로 나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단일정당론자들은 ‘단계적 통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단일정당에서 진보블럭으로 활동하자’는 복지파의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진보정당의 선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복지파가 새 진보정당 건설의 파탄을 바라는 이유

    그렇다면 ‘복지파’는 어째서 새 진보정당 건설의 파탄을 바라는가? 이들이 새 진보정당 건설을 우려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새 진보정당 건설을 우려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강력한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그들이 주장하는 ‘단일정당’의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새 진보정당 건설이 온갖 진통을 이겨내고 성사되면, 그들이 민주당으로 떠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그들은 실제로 단일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 계획도 제출한 바 없다. 민주당의 변화를 주장할 뿐, 변화를 추동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진보신당이 포기해야 할 정책은 없다고 이야기하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을 낡은 진보세력으로 매도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에서 추론되는 그들의 목표는, 새 진보정당 건설을 파탄내고, 진보신당의 혼란과 분열을 틈타 진보정당과 연석회의 참가 단위를 낡은 진보세력으로 매도하면서 민주당으로 들어갈 명분을 얻는 것이다.

    최근 진보신당의 파국을 막기 위한 안으로 많은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당원 총투표에 대해 복지파가 반대하는 이유 또한 자명하다. 그들이 바라는 진보신당의 분열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일정당 노선에 찬성하는 당원 중 대다수는 신설합당에 찬성표를 던질 텐데, 그 당원들에게 자신이 부결을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파와 복지파의 부적절한 관계

    새 진보정당 건설을 저지하려는 복지파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새 진보정당이 건설되어야 하는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새 진보정당이 진보신당이 3.27 당대회에서 천명한, “‘제3지대 백지신당론’, ‘빅텐트론’ 등과 민주당 및 국참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등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변형된 수혈론”에 맞설 정당임을, 복지파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파의 합의문 승인 반대 이유와 복지파의 합의문 승인 반대 이유는 정확히 반대편에 있다. 독자파가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새 진보정당 건설이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해칠 것이라 우려하여 반대한다면, 복지파는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해치기 위해 합의문 승인을 반대하는 것이다.

    하기에 독자파와 복지파의 이상한 연대 관계는 우려스럽다. 새 진보정당 건설을 향한 일련의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들이 같은 행보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나, 각종 회의를 앞두고 독자파들과 복지파가 모여 공동행동을 논의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석회의 합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당대회의 기본정신인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세력과 손을 잡다니, 이는 마치, 주사파가 싫다고 뉴라이트와 손을 잡는 꼴이 아닌가.

    최근 복지파의 대표적 인사인 서울의 모 지역위원장이 민원해결의 대가로 1백만원을 받은 부적절한 사태가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당 운영위원회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복지파 운영위원 1인과 강경독자파 운영위원 1인이 반대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독자파와 복지파의 ‘부적절한 관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진보정치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까지 감싸안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도로민주당파’, 간첩질을 중단하라

       
      ▲필자.

    필자는 ‘통합파’이고, 독자파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으나 최소한 ‘진보정치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대의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지파의 노선은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허무는 것이고, 현재의 행보는 진보신당과 진보정치 전반을 분열과 혼란에 몰아넣기 위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이는 일종의 간첩질이다. 그들이 "민주노동당은 변하지 않았다"며 새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통합파’를 ‘도로민노당파’로 폄훼하면서도 민주당에게는 끊임없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그들이 변형된 민주당 수혈론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도로민주당파’이기 때문이다.

    진보정치를 걱정하는 독자파여, ‘도로민주당파’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으시라, 그리고 ‘도로민주당파’여, 간첩질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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