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밭에서 신발끈 묶는 것도 정치"
        2011년 06월 14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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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국민참여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진보진영 통합 그리고 야권의 연대연합의 측면에서 국민참여당은 묘한 위치에 있고 최근 진보 양당에 또 다른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또한 유시민 대표 특유의 독설과 그에 상처받은 진보진영의 오랜 과거를 생각하면 불편한 마음도 한켠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참여당(마치 민노당이라 불릴때마다 매번 ‘민주노동당’이라고 바로잡으려 했던 과거의 우리처럼 그들도 ‘국참당’이라는 용어를 싫어했기에 줄이지 않고 국민참여당이라고 계속 쓴다)의 젊은 당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감정은 사뭇 새로웠다.

    마치 2002년 필자가 처음 입당했을 때 보았던 진보정당 당원들의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그들이었다. 정당 지도부간의 협상이나 정치 행위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마치 크게 보면 우리가 한 길에 서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뜨거운 열정과 기개가 거기에 있었다.

    강연을 마치고 올라오며 나는 국민참여당 당원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논쟁하고 때로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필자가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지 하는 반성도 했다. 그러나 정당의 정치 행위는 때로 중요한 시기에 그만큼의 무게와 명분,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정희-유시민 공동 저서 출간?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가 공저를 낸다고 한다. 제목은 ‘미래의 진보’. 서로 다른 정파에 속한 사람들이 만든 보기 드문 기획이라고 한다. 말이야 좋다. 좌우가 대화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 또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정치인의 좋은 덕목이다.

    그리나 이 기획이 단지 좋은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달에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회동이 공개된 이후, 이정희 대표의 최근 국회 연설, 라디오 인터뷰, 책 출간은 모두 국민참여당의 진보정당 참여라는 흐름의 일환이라고 대부분이 인식(이것을 오해라고 반박하겠지만)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각종 글을 통해 왜 모두들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설을 쓰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묶지 말라."고 했다며 부적절한 행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나는 강기갑 의원과도 생각이 조금 다르다.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묶는 것도 정치행위가 아닐까? 오해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렇게 해서 무언가 목표한 것을 달성하거나 다른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명백하게 계산된 정치행위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정희 대표가 사람들이 오해와 억측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오히려 예상된 결과에 대해서 예상되어 있는 답변일수도 있지 않을까? 진보신당 전국위원회 직전에 합의문을 왜곡하지 말라며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에게 폭탄을 건넨 것 역시 잘 계산되어있는 정치행위이지 않겠는가?

    다시 이정희 대표의 말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억측하고 있고 오해하고 있다면 왜 그런 오해와 억측이 일어날까? 진보양당의 수많은 사람들이 정파주의, 비밀주의에 찌든 사람들이어서? 아니 반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이 모두 당의 공식적인 기구의 결정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에 나쁜 메시지 줄 것 작정했나?

    앞서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진보진영과 국민참여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개혁세력(또는 그들이 유시민 대표의 말대로 진보정당이 된다면)이 연대하거나 또는 섞일 가능성을 정치적 상상력에서 100% 지울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상상이 구현될 때, 명확하게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왜 지금 어떤 조건도 변한 게 없는데 하필 국민참여당이며, 더군다나 그것이 극히 예민한 시기인 바로 지금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백보 양보해도 우선 시기와 상황이 좋지 않다. 정말 더디게 논의를 진행하던 진보진영 연석회의가 막 합의를 도출하고, 지금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진보 양당의 의결이라는 최대의 난관에 처해 있다.

    그러나 합의문에 조인한 진보신당은 물론 다른 단체들까지 국민참여당의 새 진보정당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다. 당장 대립되는 양당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던 진보교연의 지식인들조차 그 참여를 반대한다. 현재는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합의문에 절차와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있던 진보신당의 동지들은, 이정희 대표의 최근 행보를 통합진보정당의 향후 우경화를 보여주는 예시이며, 동시에 민주노동당 주류 세력의 패권주의에 대한 집착의 상징이라고 본다.

    이런 반응은 사실 누구나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반발이 분명하고, 더군다나 이 문제가 합의문 통과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것을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지금은 어렵게 만든 합의문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정희-조승수 대표는 각자의 당원들을 상대로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도 모자란 시간인데 말이다.

    정당 통합이라는 최고 수준 정치행위, 당원들 거의 몰라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정당 대 정당의 통합이라는 최고 수준의 정치 행위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점이다. 국민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참여는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의 공식 단위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알고 있다. 한 차례 논의가 있었다면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회동이 기사화되기 직전 최고위에서 이를 보고한 것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여의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진도가 너무 빠르다. 이미 유시민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합당 협상을 끝냈다는 이야기부터, 민주노동당 당권그룹은 연석회의 합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물론 모두 추측일 수 있다. 누구도 당권파가 어떻게 내부 논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정희-유시민 대담집 출판기획이 공개되었고, 이정희 대표는 조승수 대표에게 일종의 경고편지를 보냈다.

    들리는 이야기가 다 사실은 아닐 것이고, 몇 개는 좀 악의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이 정도로 나오면 적어도 이정희-유시민 회동에서 두 대표가 밥만 먹고 헤어졌다고 순수하게 생각하는 당원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아무렴 진보정당 10년 세월에 진보양당 당원들의 정치분석 수준이 그리도 낮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신문 지상에 공개된 이야기도 FTA 입장을 선회하느냐 마냐 등 사실상 협상에 준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직 당은 대표에게 이런 식의 준 협상을 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협상이야 대표가 할 수도 있고, 그 형식은 비공개 회동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런 정치 행위는 당 기구의 추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게 없는 한 이는 분명 독단이다. 따라서 독단이라는 비판 또는 백보양보해 오해와 억측을 면하기 위해서는 그간 비공식적으로 오간 이야기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공개하고 앞으로 당의 공식적 절차를 밟겠다는 것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국민참여당은 과연 진보정당인가?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이정희 대표만이 아니라 비민주통합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밝혀야 할 문제도 있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이냐 혹은 진보정당이 될 수 있냐는 바로 그것이다.

    국민참여당 더 정확히는 유시민 대표가 어떤 명시적인 반신자유주의 선언을 한 것을 우리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 점에서 그는 진보 노선을 천명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처절한 반성문을 제출한 정동영 최고위원보다도 아직 진보에 못 미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하다.

    물론 정치협상에서 이런 저런 과거사를 시시콜콜하게 따지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왜 민주당과는 통합을 해서는 안되는가? 적어도 명목상 보편적 복지와 진보 노선을 확정한 민주당도 통합 대상이 아닌데, 진보인지도 아닌지도 헷갈리는 정당과는 왜 부득불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인가?

    따라서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을 좌파 특유의 선명성 과시 따위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실제 지난 시기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집행한 정권에 참여했고 그래서 대립했던 정치세력이 진보정당에 참여하려 하는데, 지금의 입장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진보신당 동지들이 민주노동당에 통합협상 과정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이다. 과거의 집권세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차라리 합의문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을 하라

    결론은 하나다. 시기도 문제고 절차도 문제며, 근본적으로 아직 스스로 입증할 것이 많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는 민주노동당은 물론 연석회의 참가 단위와의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천천히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이정희 대표와 그를 보좌하는 그룹들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현재의 같은 독단적 행보를 계속한다면, 이는 통합진보정당 건설과 6.1 합의에 어떤 혼란을 주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오히려 진보신당의 독자파 동지들이 명분과 나름의 노선을 제기하고 합의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비겁한 것이다. 공개적으로는 찬성하면서 뒤에서 몰래 어깃장을 놓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합의문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

    이정희 대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합의문을 왜곡한다느니 하는 공방은 사실 좀 유치하지 않은가? 원래 정치적인 합의문이라는 것은 서로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고, 그것 역시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이 바로 이번 합의문이 아니던가.

    그래서 모두가 조마조마한 마음에 아슬아슬하고 어렵게 의지를 모으고 있는 시기에 왜 엉뚱한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 때문에 당원들의 마음이 싸늘해져야 하는가.

    지금은 진보정당운동사에서 아마도 치열하고 긴장되며 또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 시기 진보정당의 리더들은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정치 행보를 해야 한다.

    가난하고 불안한 국민 다수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대표 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 운동권 질서가 남겨 놓은 흔적에 불과한 몇몇 그룹의 선수가 될 것인가? 이정희 대표를 포함해 진보정당의 리더들은 모두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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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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