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독자파,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는 이유"
    2011년 06월 14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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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학생이었던 2000년에 청년진보당에 입당함으로써 진보정당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아니었던 이유는 그곳에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어린 나이에 그곳은 민족주의 정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에는 그런 색깔이 강하지 않았을 때였지만, 그만큼 저에게 민족주의는 타협하기 힘든 가치였습니다.

청년진보당에서 시작한 나의 정당운동

뜨겁게 반항하며 살았던 20대의 생각,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제 겨우 34살밖에 되지 않았고, 유연해지기에는 세상을 아직 덜 배웠습니다. 여전히 민족주의는 진보정당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며 이번 합의문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진보신당의 동지들이 민족주의자들과 손을 잡는 문제로 사분오열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합의문을 비판해야 할 시간에 다른 말을 하고 다니느라 마음이 바쁩니다. 대전시당 운영위에서 당원 총투표 결의안을 내자고 했다가 된통 홍역을 알았고, 여전히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싫은 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소위 독자파라고 불리는 동지들에게 먼저 한 말씀 올립니다. 짧게 이야기했듯이 저도 합의문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합의문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하던 민주노동당이 좌초한 이유에 대해서 우리가 그토록 많이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당장 어렵다고 그 길을 다시 가자고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저는 독자파 동지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의원대회가 이대로 진행되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최선을 다해 서로를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헌과 당규에 따라 대의원대회를 진행하여 결정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동지들의 주장은 맞습니다. 또, 대의원대회에 불복하여 나가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지 독자파에게 무슨 죄가 있냐는 말도 맞습니다.

진보신당도 민노당 대의원대회 불복해서 시작된 것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사실 진보신당의 탄생은 냉정하게 말하면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 대한 불복에서 시작된 거 아닙니까. 더 엄밀히 말하면 대의원대회에 불만을 품은 다수의 당원들이 집단적이고, 연속적으로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진보정당에서 대의는 항상 당원에게 있습니다. 그 어떤 절차적 행위도 당원의 집단의지를 넘어서는 정당성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대의기구는 합의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표결은 당원이 납득할 수 있을 때만 정당한 것입니다.

대의원대회가 아무리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지만 그 결과로 당원의 집단적인 행동이 나타난다면 정당성을 주장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대의원대회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소위 독자파에게 별로 좋을 게 없습니다.

독자파 동지들, 당원들을 믿어야합니다. 민족주의의 나락에서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는 현재의 합의문에 대해서 당원들과 함께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당원 총투표가 가능해진다면 진보정당의 미래가 민족주의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며 당원들을 설득해나갈 것입니다.

통합이 대의라는 주장도 솔깃하지만, 진보정당의 가치라는 명분을 선택할 당원들도 많습니다. 왜 우리 당원들이 크고 좋은 정당들 놔두고 진보신당에 들어왔겠습니까.

통합파 구상이 허황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통합파라 불리는 다른 동지들도 믿어보십시오. 다소 잘못되었다고는 하지만, 당원의 여론이 다수가 통합이라고 조사된 마당에 대의원대회가 반대로 결정한다면 충분히 반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원의 총의가 그렇지 않다고 결론이 나면 소위 통합파도 탈당을 기획하거나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통합파라고 불리는 동지들에게도 감히 호소 드립니다. 동지들은 통합정당에서 충분히 민족주의 그룹을 견제하면서 진보정당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 주장이 틀렸다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통합정당에서 만날 현재의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민주노동당 내의 여러 그룹들과 협상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고도의 정치력과 인내, 그리고 헌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변한 세력도 없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엄격한 자기절제와 인격이 요구될 것입니다. 그렇게 통합정당 내에서 현재의 민주노동당 당원들을 설득하고 새로 입당하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소위 통합파 동지들의 구상은 절대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진보신당에서 정말 얼마 안 되는 소위 독자파 사람들도 품에 안지 못하면서 통합정당이 되면 그렇게 활동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설마 진보신당의 독자파보다 민주노동당의 활동가들이 더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동지들이 정말 통합파라면 절대로 진보신당을 깨서는 안 됩니다. 진보신당을 깨고 나서는 무엇을 하든 생각대로 하기 힘들 것입니다.

총투표 결과 따를 것

감히 약속드립니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든지에 관계없이 당원 총투표의 결과로 통합정당을 해야 한다면 미약한 힘이지만 동지들에게 기꺼이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통합파 동지들의 구상이 통합정당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제 주변의 활동가들을 설득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그동안 통합파 동지들의 발언을 보면 충분히 당원 총투표의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믿음이 있지만 다시 한 번 진보신당이 하나로 진보정당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있다면 마음이 한층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대표께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에 대표직을 맡아 많이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석회의에서 당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신 모습에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고충도 이해합니다. 그만큼 진보신당의 처지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합의문의 내용이 충격적이지만 당 대표에게 비난을 돌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조승수 대표여서 기대했던 바가 있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께서는 진보신당 창당의 가장 선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금 느릴지는 몰라도 모든 당원과 활동가들의 합의에 기초하여서 이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날아오는 외부의 화살을 몸소 맞으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인 희생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조승수 대표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내심 했습니다.

갈라설 때 갈라서더라도 예의는 갖추자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정말 없습니다. 다만, 대표의 행동 하나하나 때문에 곤경에 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십시오. 대표가 당의 다른 동지들을 향하여 목을 걸고 투쟁할 때는 가장 마지막에 가서입니다.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때, 대표께서는 끝까지 합의에 기초할 수 있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을 기억합시다. 과거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던 진보정당운동이 국민적인 기대 속에 성장하다가 좌초된 것을 우리는 진보신당 3년 동안 반성하고 평가했습니다. 우리에게 진보신당은 하나의 실험이고 운동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진보정당이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그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 창당할 때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면 함께 당을 만들어 온 다른 동지들에게 진심을 다해 말을 건네고 토론합시다. 그래서 전 당원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진로를 만듭시다. 물론 마지막까지 합의가 안 되어 당원 총투표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너무 달라 갈라서야 한다면 그래야겠지만, 그 끝에서까지 동지에 대해 예의로써 대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현재의 합의문이 왜 부적절한지에 대해 당원들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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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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