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주의 말고 패권주의가 문제다”
    황광우 "북한 문제 공론화, 충분해"
        2011년 06월 14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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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정당으로 갈지, 진보신당의 깃발을 유지할지 결정할 진보신당 대의원대회가 보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진보신당 일반 당원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당 지도급 인사들은 통합에, 당 활동가들은 독자에 손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 결과에 대한 예상과는 별도로 진보신당의 진로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원들 불안감 드러나

    13일 저녁 진보신당 광주시당이 개최한 ‘연석회의 합의문 설명 및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당원들의 이같은 혼란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당 대회에서 어떠한 결정이 내려도 이 당이 분열되지 않겠는가?”, “통합진보정당에 합류하더라도 또 다시 분당하지 말라는 장담이 있는가” 등의 질문은 진보신당 내부에 흐르는 불안감의 반영이다. 

       
      ▲진보신당 광주시당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연석회의 합의 과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북한문제보다 ‘패권주의’ 문제가 더 쟁점이 되었다. 이는 광주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진보 양당 사이의 갈등의 골이 상대적으로 깊은 곳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설명회  자리 분위기는 다시 당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패권주의가 해소될 수 있는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이는 통합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비당권파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었다.

    또한 특히 각 지역에서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당세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을 이루어 낸다고 해도 각 지구당의 운영방식에 대한 결정과 2012년 총선, 멀게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직-공직 등을 나누는 과정에서 양쪽이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패권주의 문제에 대한 우려는 눈앞의 현실 문제로 보였다.

    "북한 문제 충분히 이슈화됐다"

    패권주의와 관련해 진보신당이 지난 5월 29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부속합의서2’를 작성, 연석회의에 제출했지만 집행-정책책임자 회의 등 실무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1인 1표제’, ‘당 조직의 공동운용’, ‘합의제 존중의 원칙’ 등 주요 원칙들이 채택된 바 있다.

    토론을 위한 기조 발제에 나선 황광우 당원은 “북한문제는 사실 이 정도 이슈화시켰으면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며 “진보진영의 대북인식이 이 정도 드러난 적이 없으며, 충분하게 사회적 의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패권주의"라며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는 이를 규제할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통합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판단은 ‘왜 분당했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우리가 만든 정당임에도 탈출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조직된 다수파들이 패권을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그 조건(패권주의)이 달라진다면 합당하는 것이 맞다.”며 “패권주의를 반성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원도 “패권 전횡을 방지하는 제도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패권을 방지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 구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부속합의서2를 통해 연석회의에서 패권주의에 대해 많이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이 짧아 그러지 못했다”며 “하나의 당 안에는 적게는 3~4그룹이 있고 이들이 정치적인 협상과 합의를 통해 당을 운영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 향후 (통합진보정당 건설과정에)다시 논의하고 협의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새로운 주체와 함께 새 정당 만들어"

    조 대표는 이어 “세력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민주노동당 분당 시 탈당한 후 입당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진보지식인들을 합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학계 단체가 당을 방문해 새 진보정당이 창당하면 입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는 양당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새 진보정당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진보정당이 창당되면 연석회의 참여단체 등 각계에서 대대적인 입당 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진보신당이 이같은 조직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패권을 규제할 제도도 제도지만 새로운 당원들의 대대적 입당으로 정파간 세력 구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비주류 일부, 노동계 등에서도 새로운 진보정당이 창당될 경우 주체 역량의 강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 밖에도 통합-독자 논쟁이 일부분 벌어지기도 했다. 한 당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우리 유세를 방해한 일이 있었다.”며 “동지의 기준을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 이들도 동지가 될 수가 있느냐.”며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당원은 “이정희 대표나 경기동부연합의 현재의 행동을 보면 그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통합진보정당으로 간다고 해도 진보신당 활동가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감수성 또한 변하지 않는 만큼,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리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광우 당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수파는 소수파의 견해를 존중하고, 소수파는 당 대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다만 당 대회 과정에서, 끝난 후 다수파가 소수파를 감싸 안고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난실 "조만간 개인 입장 정리, 공개할 것"

    윤난실 부대표는 “진보의 기본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예의”라며 “이번 논의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 부대표는 “조만간 개인의 생각을 정리해 당원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수 대표는 “최근 일각에서 당원 총투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 서로에게 날이 선 고민들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려 하는지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그동안 당 대표로서 당원들과 교감을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광주시당 토론회에서는 조 대표의 최종합의안 설명 이후 김상봉 전남대 교수와 황광우 당원의 토론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날 김 교수가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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