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연대 희망버스” vs “국가보안시설 난입”
        2011년 06월 13일 08: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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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일요일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던 배우 김여진씨의 경찰 연행 소식을 주요 일간지들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김여진씨는 이날 정리해고 반대 농성중인 부산 한진중공업을 지지방문했다가 한때 경찰에 연행돼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안을 보는 신문들의 시각은 서로 크게 달랐다. 한겨레·경향같은 언론은 외로운 싸움, 약자들에 대한 ‘시민연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조선·동아·세계는 ‘국가보안시설 외부세력 난입’, ‘무법천지 노동단체로 산업현장 피멍’을 부각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여진씨가 참여한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철회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일종의 시민 응원단으로, 이날 한진중공업에는 서울·수원·전주·순천 등 전국에서 5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1일 오후 11시쯤 부산 영도에 도착해 부산대교 앞에서 1㎞가량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펼쳤다.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부산시민과 합류하면서 촛불시위대는 1000여명으로 늘었다.

    이곳에는 특히 35m 높이 고공 크레인 위에서 15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있다. 김 지도위원은 12일 “6개월을 집에도 못 가고 불면의 밤들을 술로 지새운 저 사람들에게 우리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우리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싶었다”며 “저녁이면 땀냄새 풍기며 집에 돌아가 자식들 끼고 저녁 먹는 그들의 소박한 일상을 지켜주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김여진씨는 12일 새벽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크레인 중간지점까지 올랐다가, 오전 10시50분쯤 정문을 나서는 순간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김씨 등을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건조물침입) 위반과 해산명령 불이행 혐의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경찰 측은 “연행은 불법시위와 관련해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경찰버스에 태웠으며 정문에서 서문으로 이동하면서 인적사항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6월 1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이다.

    경향 <정치권 반값 등록금 여론 따라 대책 급조>
    국민 <다시 달아오르는 쌀 시장 전면개방론>
    동아 <갈등에 포위된 MB정부 4년차>
    서울 <통합제어 시스템 해킹 땐…대한민국 3시간만에 마비된다>
    세계 <재벌 재단대학 등록금 더 올라>
    조선 <재계 상속 稅테크 법으로 원천 차단>
    중앙 <이재명 성남시장 “아직도 시장실에 돈봉투 들고 온다”>
    한겨레 <158일 크레인 시위 김진숙 응원하러…시민들 ‘희망버스’가 갔다>
    한국 <영국 중·대형 로펌 20여곳 “亞진출 최적지 한국으로>

       
      ▲한겨레 1면.

    “민주노조 상징…이번에도 밀리면”

    한겨레는 이번 연대방문에 대해 6개의 관련 기사를 실으며 큰 비중을 뒀다. 한겨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노동계를 뛰어넘어 일반 시민들까지 연대에 나서는 등 노동계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노동운동 역사에서 한진중공업 노조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정리해고의 불합리성,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헌신적인 투쟁’ 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은 지난 2003년 김주익 한진중 노조위원장이 구조조정 반대,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120일 넘게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이다. 그 직후 곽재규 조합원도 같은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조 운동 역사에서는 상징 같은 사업장”이라며 “이번 정리해고 투쟁에서 지면 노조도 무너진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42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냈고, 한진중공업의 국외공장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는 지금도 계속 선박 수주를 하고 있다”며 회사 측의 정리해고 추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12면. 

    하지만 보수 성향 언론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국가보안시설인 방산업체에 노동단체 수백명 난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의 이번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조선은 “사내로 진입한 지지자 400여명과 사내에 있던 노조원 100여명은 50여m 떨어진 정문 쪽으로 이동, 방패를 들고 정문 쪽을 지키며 막아선 용역직원 15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고 전하며, “이들이 쇠파이프와 용역직원들이 들고 있던 방패로 마구 폭행했다. 회사가 직장폐쇄 중일 뿐 아니라 ‘가급 국가보안목표시설’인 방산업체인데 외부인들이 무단 진입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회사측 관계자의 ‘주장’만을 부각했다.

    동아의 관련 기사 제목도 <군함 만드는 한진중 조선소…파업 지지 외부세력에 뚫려>다. 동아 역시 조선처럼 “한진중공업은 전투함과 상륙함 고속정 등 군함을 건조하는 ‘가급(최상급) 국가보안 목표시설’로 외부인은 회사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경찰과 사측, 그리고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의 입장만 전했다.

    경총은 12일 성명에서 “한진중공업 노조는 외부 세력과 연계해 사측의 적법한 구조조정을 불법적으로 저지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공권력을 투입해 불법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불법투쟁을 지원하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면 비중으로나 논조로나 가장 ‘눈에 띄는’ 관련 기사를 실은 신문은 세계일보다. 세계는 사회면 머리기사 <무법천지 노동단체로 산업현장 ‘피멍’>을 통해 “노동단체 회원들이 가급 국가보안목표시설인 조선소를 침입해 폭력을 휘둘렀는데도 경찰은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홍보팀장은 이와 관련 “외부 노동단체원들이 기습적으로 조선소로 침입해 쇠파이프와 방패로 용역경비원들을 마구 폭행했는데도 동문에 7개 중대를 출동시킨 경찰은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에 “조선소 안쪽에서 갑자기 사다리가 넘어와 사람들이 담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경찰관들이 바로 제지, 2명을 연행했으나 불상사를 우려해 강력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는 또 1면에도 관련 기사를 실어 “노동단체 회원들이 정리해고에 반발해 불법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돕는다며 국가보안목표시설인 조선소에 무차별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8면.

    ‘대학 스스로’ 등록금 인하 될까 안될까

    대학생들이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도 계속해서 일간지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소위 ‘기업 대학’의 최근 4년간 등록금과 적립금은 크게 오른 반면 전입금 등은 대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앙대(두산)와 성균관대(삼성), 아주대(대우), 인하대(한진), 국민대(쌍용), 울산대(현대), 포스텍(포스코) 등 대기업이 재단으로 있는 기업 대학 7곳의 올해 평균 등록금은 768만8500원이다. 이는 160여개 일반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인 735만1700원보다 33만6800원 더 비싼 액수다.

    등록금 인상률, 의존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2008년~2011년 일반 사립대의 평균 인상률은 3.6%이지만, 중앙대(6.9%), 성균관대(4.6%) 등은 이를 상회했다. 2010년 교비회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의존율도 인하대 65.6%, 중앙대 63.7%로 기업이 재단이 아닌 고려대(59.6%), 연세대(3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재단 전입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적립금은 매년 급증하는 현상도 확인되고 있다.

    세계는 이에 “결국 기업들이 교육 투자에는 ‘인색’했고, 그 결과 학부모들의 ‘주머니’에만 의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며 “기업들은 사회적 기부 차원에서 학교 경영에 뛰어든 만큼 다른 사립대보다 먼저 학생·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1면. 

    중앙은 이러한 등록금 의존율과 적립금, 재단 전입금 등을 잘 활용하면 “정부 지원없이도 등록금을 11% 낮출 수 있다”는 기획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은 1면과 4~5면에 실린 기사를 통해 “전체 대학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 대학들이, 등록금 의존율을 현재보다 5%포인트만 낮추면 5799억원을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6조9497억원)도 등록금 회계에서 대학으로 들어온 법인 전입금·기부금 액수만큼만 적립하고 나머지 금액은 등록금 회계에 남겨두는 방식으로 3463억원을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법정부담금 부담, 뻥튀기 예·결산 관행 철폐 등까지 포함하면, 대학 스스로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등록금 액수는 전체 등록금(9조9479억원, 2009회계 기준)의 11.2%로 추정됐다.  

    하지만 사립대학 측은 여전히 “정부 지원만이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박철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12일 주요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학 장학금을 부담하면 일정 수준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을 놓고 회원 대학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 “교육법에 사립대는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주도록 돼 있고 15%까지 주는 대학도 있는데, 정부가 이 장학금 재정을 지원해주면 대학은 당장에라도 그 정도 수준은 부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이어 “교육 재정을 확대하지 않은 채 등록금 완화 부담을 대학에 넘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중앙일보 1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통합 갈수록 불투명

    한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향은 12일 “통합의 양 축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의문 해석 문제로 갈등하고, 당내 계파 간 내홍도 뒤엉켜 합의문 인준부터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진보대통합이 중대 기로에 섰다”고 전했다.

    진보신당은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이른바 통합파와 독자파가 최종 합의문 승인을 놓고 충돌했다. 격렬한 논쟁 끝에 최종 결론은 오는 26일 당대회에서 내리기로 했으나,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게 경향의 진단이다.

    북한의 3대 세습 합의 문구를 둘러싼 해석 차이도 불거졌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문제 삼자, 진보신당 노회찬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추진위원장이 “방식·내용·시기상 대단히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합의문 정신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는 진보신당 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은 또 “(민주노동당 내에도) 진보신당과의 선통합을 주장하는 인천파와 울산파, 참여당 등과의 통합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경기동부파와 광주파가 맞서며 당대회까지 논쟁과 세대결이 진행 중”이라며 “민노당·진보신당이 얼굴을 붉히고, 단일 진보정당의 산통을 겪고 있는 6월은 범야권 통합에서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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