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제자가 쓴 한나 아렌트 해설서
        2011년 06월 12일 0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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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나치 시대 독일의 공무원이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떻게 태연히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할 수 있었을까? 이상주의적 신념을 가진 소시민을 살인기계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이 시대 최고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이 세기적 비극의 기원을 ‘생각 없음’에서 찾는다.

    자기 앞에 닥친 일을 도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무(無)사유성’은 근대의 새로운 악인 전체주의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억압 아래 사유하는 힘을 잃어버린 채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수행한다면, 이 ‘평범한 악’은 언제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사회적 압력 아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은 어떻게 다시 삶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복잡한 다양성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합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렌트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생활이 조화롭게 일치되었던 고대 그리스의 정치적 삶을 제안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설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순수한 정치, 그 정치를 위해 철학하는 힘이 현대인을 구원할 대안이라는 것이다. 타인과 공통의 심리를 공유하면서 공영역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약속하고, 용서할 때 진정한 정치가 부활하고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

    새로 나온 『아렌트 읽기』(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 서유경 옮기, 산책자, 15000원) 책은 한나 아렌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이자 독보적인 아렌트 전기를 썼던 저자가 스승의 사상을 차근히 짚어간 아렌트 해설서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부터 유작인 『정신의 삶』까지, 저자는 아렌트 사상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 그 변화와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우리 시대를 관찰하는 그 진중한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부정적인 세계화와 인간 소외, 테러리즘 등 21세기의 다양한 사회문제의 기원과 그 해법을 제시하는 아렌트 사상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 * *

    저자 :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Elisabeth Young-Bruehl) 

    정신분석학자이자 저술가인 엘리자베스 영-브루엘은 1943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나 뉴스쿨(New School)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한나 아렌트의 지도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스쿨대학교 내 한나 아렌트 센터 소장인 제롬 콘과 함께, 아렌트의 수제자이자 집필 조교로서 아렌트의 적통을 잇는 학자로 평가된다.

    1975년 아렌트의 서거 직후 지인들의 요청으로 출간한 평전 『한나 아렌트: 세계 사랑을 위하여』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도 한나 아렌트의 생애와 사상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책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그 후 아렌트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에 출간된 이 책『아렌트 읽기』는 역시 최고의 아렌트 해설서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스승 아렌트와 영-브루엘이 펼치는 치열한 내적 대화는 아렌트 사상의 요점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한 우애가 넘치는 한 정치철학자의 모습을 생생히 맛보게 해준다.

    『안나 프로이트 전기』, 『자유와 칼 야스퍼스의 철학』, 『정신과 정치체』, 『편견의 해부』 등의 저작이 있다.

    역자 : 서유경

    2011년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정치엘리트를 통해 본 영국 자유민주주의의 이해」로 정치사회학 석사학위를, 경희대학교에서 「아렌트 정치미학과 현대 정치적 함의: 정치행위와 인간실존의 역학」으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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