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 코뮌, 레지스탕스 역사의 산물
        2011년 06월 12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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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하라』, 이것은 책의 제호가 아니다. 93세 노투사의 육성이다. 혁명과 코뮌 그리고 레지스탕스의 역사가 만들어낸 프랑스 지성의 절정이다. 그리고 청년들과 미래를 향한 절절한 애정이다. …… 프랑스보다 분노할 것이 훨씬 더 많은 우리들에게 그의 외침은 정수리에 올려놓은 얼음조각처럼 가슴 서늘한 깨달음이 된다." –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저자는 분노할 줄 아는 능력을 인간의 구성요소라고 했지만, 그의 "분노하라!"가 나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감격이었다. 93세의 앙가주망은 이 세상을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후세들에 대한 연대의 뜨거운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하라. 신자유주의로 세계화된 오늘날 그의 분노가 프랑스만의 것일 수는 없다." –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책 표지. 

    출간 7개월 만에 200만 부를 돌파하며, 프랑스 사회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돌베게, 6000원)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맞섰던 레지스탕스 투사이자 외교관을 지낸 93세 노인이다.

    그가 이 책에서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분노’이다. 저자는 전후 프랑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반세기 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가 처한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라!(Indignez Vous!)"고 일갈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며, 인권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찾아가 기꺼이 힘을 보태라는 뜨거운 호소다.

    『분노하라』의 원서는 표지 포함 34쪽의 소책자다. 이 책의 출발은 나치에 맞섰던 레지스탕스의 성지(聖地) 글리에르 고원이었다. 저자는 2009년 ‘레지스탕스의 발언’ 연례 모임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젊은이들에게 ‘분노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즉흥 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앵디젠 출판사의 편집인들(실비 크로스만, 장 피에르 바루)은 깊은 감명을 받았고, 곧장 에셀에게 달려갔다. 이 책이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이 프랑스 사회에 던진 충격은 대단했다. 2010년 10월 초판 8,000부를 찍어낸 책은, 불과 7개월 만에 200만 부가 팔려나갔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출판사로 저자 인터뷰와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 프랑스 언론은 100년 전 <드레퓌스 사건>으로 프랑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에 버금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흥분했다. 

    프랑스 <르몽드> 지는 서평 1면에 ‘전달의 몸짓으로서 더욱더 관심을 끄는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레지스탕스의 노투사의 호소가 21세기의 젊은 세대에게로 70년 전 레지스탕스 정신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 * *

    저자 : 스테판 에셀 (Stephane Hessel)

    1917년 독일 출생. 유대계 독일인 작가인 아버지, 화가이자 예술애호가인 어머니는 트뤼포의 영화 <쥘과 짐>(Jule et Jim)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7세에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하여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1939년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선배 사르트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으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입대한다.

    드골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에 합류해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활약하다가 1944년 파리에 밀입국해 연합군의 상륙 작전을 돕던 중 체포된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으나 극적으로 탈출한다. 전쟁이 끝난 후 외교관의 길을 걷는다.

    1948년 유엔 세계 인권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한다. 퇴직 후에도 인권과 환경 문제 등에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가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세기와의 춤』(1997), 『국경 없는 시민 – 장 미셸 엘비그와의 대화』(2008), 『참여하라 – 질 반데르푸텐과의 대담』(2011) 등이 있다.

     

    역자 : 임희근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 도서 기획 및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이자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대표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라다이스』, 『고리오 영감』, 『에콜로지카』, 『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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