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참여당 합류,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2011년 06월 10일 06: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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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대표님, 저는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유의선입니다.

    저는 어려울 때일수록 신뢰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으며, 제가 처한 위치에서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합의문 타결 이후 대표님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이 글을 씁니다.

    산고 속에 나온 합의문, 진보신당은 후진통 중입니다

    저는 합의문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당은 그에 못지 않은 산고의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적극적 입장을 표명하고, 진보신당이 제안한 민주적 당 운영 방안을 마치 보수정치나 하는 지분협상으로 폄하하셨습니다. 이어 오늘은 페이스북을 통해 3대 세습 등 북한 체제와 관련한 합의문구에 대해 조승수 대표에게 유감을 표명하셨습니다. 대표님, 왜이러십니까?

    제대로 된 주춧돌 놓기를 땅따먹기로 매도하십니까

    저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지분 요구 정도로 폄하되는 것을 보면서 대표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의 상처를 갖고 있는 우리가 고통 속에서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 나선 바, 그 집이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주춧돌을 놓자는 우리의 제안이 집터의 땅따먹기로 매도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표님의 이 같은 행보가 개인 정치인의 의견 개진이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논의의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한 명인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렇게 합의문 정신과 내용을 위반하는 것은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국민참여당 합류, 이후 연석회의에서 논의할 일

    국민참여당 등 과거 정권에 함께한 세력의 연석회의 참여와 관련해서는 이미 진보신당 뿐만 아니라 연석회의 참가단체 중 부정적 입장이 있음을 명확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최종합의문에 국민참여당이 동의해 이후 조직적 성찰을 약속한다고 해도, 참가 여부는 이후 연석회의에서 논의되어야 할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대표님이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비록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신자유주의를 털어낸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대단히 우려스러운 생각입니다. 연석회의 최종 합의에서 어렵사리 마련한 새 진보정당의 상과 내용, 그리고 20대 주요 정책 과제는 거의 대부분 전 정권에 참여한 정치세력의 정책과는 배치되거나 상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진보정당이 지지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수많은 노동자 서민의 삶이 전 정권 당시 바닥으로 추락했던 결정적 이유임을 누구보다 대표님이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과거’는 응당 철저히 묻고 온전한 반성과 구체적 변화 약속을 받아내야 할 일이지, 그리 간단히 ‘묻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신당 부결을 위해 노력하십니까?

    더욱이 진보신당은 지난 3월 당대회를 통해 전 정권 당시 한미 FTA와 비정규직 확산 등을 주도하고 관철시켰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 향후 뜻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성찰과 반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음을 대표님이 모르실 리 없습니다.

    대표님이 이에 대한 양당의 최종 의결절차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참여당과의 적극적인 통합시도는 첩첩산중의 의결 절차를 준비하며 심각한 당내 내홍을 겪고 있는 진보신당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니, 진보신당의 최종 합의문 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합의문 진의 왜곡? 대표님 상황 이해는 하지만

    덧붙여 대표님이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조승수 대표에게 전한 내용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대표님께서 처하신 당내 처지와 상황은 이해 못하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우려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대표님은 합의문이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승계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한다’는 견해가 있음을 존중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최종합의문은 ‘견해를 존중한다’이지 ‘견해가 있음을 존중한다’가 아닙니다.

    대표님은 협상 막판까지 그토록 의견 조율에 이르지 못해 진통을 겪었던 북한 체제와 3대세습 관련 문구에 대해 합의문구까지 바꿔서 들이대며 "따옴표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당내 의견의 하나로서 소수의견 존중의 원칙에 따라 ‘존중’되는 것으로 이 의견을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요"라며 진의를 왜곡하셨습니다.

    합의문 정신 훼손

    의견에 대한 토론은 지금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어느 공간에서든 가능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토록 지난한 협상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은 진보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정당을 위한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상호존중이라는 명확한 가치를 소수의견으로 폄하하고 토론이나 하자니, 연석회의 논의가 새 정당 당론의 기초를 만드는 과정이지 토론회 준비나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합의문에도 명시된 패권주의의 전형을 보는 듯 합니다.

    더욱이 진보신당 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지금 당장은 조대표님 인터뷰처럼 이해하는 당원들이 많아지면 합의문 통과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입니다"라며 진보신당의 합의문 인준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진보신당의 부결을 원하는 듯한 자세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과연 합의문 정신과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이정희 대표가 이렇듯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대표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이정희 대표님!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더 크고 힘 있는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그래서 현 정권은 물론 지난 정권에서도 비정규직 확산과 사회양극화로 고통 받은 노동자 서민의 삶에 희망이 되자는 진보진영 연석회의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만이 우리가 국민께 약속한 바를 지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진보신당을 자극하고 합의문 정신을 훼손하고 왜곡하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청계광장에서 만납시다, 진보신당은 슬기로운 결론을 낼 겁니다

    저는 이제 청계광장으로 나갑니다.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외침을 현장에서 같이 하고자 합니다. 이정희 대표님도 현장으로 달려오시겠지요. 우리가 이 시간 필요한 것은 이러한 편지를 서로에게 부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서민의 절박한 생존권의 외침에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내의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며 그것을 위해 당원들을 만나 토론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를 지지하고 하나 되기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이전투구식 논쟁을 보여주고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저와 당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진보신당은 치열한 논의와 만남으로 함께 움직일 것입니다. 그동안의 논쟁과 토론을 당원 전체로 확장해 슬기로운 결론을 낼 것입니다. 다소 거친 표현이 있더라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열정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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