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원들의 '놀랍고, 희한한' 표결
    2011년 06월 12일 12: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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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연석회의) 합의문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진보신당이 11일 오후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독자파와 통합파의 격렬한 대립 끝에 ‘희한한’ 표결을 하는 ‘해프닝’을 연출하는 등 양측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독자파 전국위원들은 보고 안건으로 올라온 합의문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한다며 전국위원 28명의 발의로 ‘동의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 동의안은 찬성 1명으로 부결됐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독자파, 통합파 전국위원들이 모두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결과라는 점이다.

해석은 입맛대로?

독자파는 당 대회 상정 이전에 전국위 수준에서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동의한을 제출했고, 통합파는 이것이 안건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독자파는 동의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부동의’의 표시로 손을 들지 않았으며, 통합파는 안건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준다는 뜻으로 기권하면서 손을 들지 않았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독자파와 통합파들이 모두 자기 쪽 전국위원들에게 동의안에 대해서 "손을 들어주지 말라."고 주문하는 광경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표결의 해석은 양쪽에서 입맛에 맞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게 됐다. 독자파로서는 이번 표결을 ‘부동의’라고 해석할 것이고, 통합파는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은 안건이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전국위원회(사진=정상근 기자) 

실제로 독자파 전국위원 측은 “결국은 전국위원회에서 최종합의안을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통합파 전국위원 측은 “애초에 안건자체에 성립이 안되었고, 대부분이 기권했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진보신당 전국위원들은 일반 국민은 물론 당원들 입장에서도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기 불가능한 그들만의 ‘수준 높고, 재미 있는 정치’를 보여준 셈이 됐다.  

동의안을 제출한 김준수 전국위원은 “최선을 다한 협상이라고 했으나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며 “이 중차대한 문제는 대의원대회에서 토론이 필요하지만 전국위원회에서도 나름의 정치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위 정치적 판단 필요" vs "사실상 속임수"

독자파 전국위원들은 “새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를 전국위 산하에 두었고 연석회의 협상도 전국위가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은 전국위원회에서 최종합의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며 “그런데 애초에 승인의 건이 빠지고 보고 형태로만 올라와 있는 만큼 최종합의안에 동의하는지를 전국위원들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합파 쪽 전국위원들은 “전국위원회가 정치적 판단을 내리려면 최종합의안을 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맞지, 동의 여부를 왜 묻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통합파 쪽의 이봉화 전국위원은 “발의자가 찬성하지 않는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의 속임수”라고 비판했고, 고영호 전국위원은 “안건 제목은 동의 여부인데 내용은 부결시키자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위원회에서는 또 연석회의 협상 결과 보고 과정에서 최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에게 드리는 편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전국위원은 조승수 대표에게 “혼란스러워 하는 당원들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이정희 대표의 편지에 대한 답변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조승수 대표는 “나는 최종합의안에 대한 왜곡을 한 적이 없다”며 “이 문제를 보면서 합의안 도출 이후 민주노동당 내부의 충격도 심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요일에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의 회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연석회의 참여 단위들이 이 대표 행보에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서 이 문제를 예각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이정희 대표 행동 대단히 부적절"

노회찬 새진추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정희 대표가)대단히 적절치 못한 방식, 내용, 시점에 글을 발표했다.”며 “민주노동당 주요 간부도 당 내에서 당 대표 서한이 매우 부적절하고 그 의도를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의도가 없었다면 부적절한 실수이고, 만약 어떠한 의도가 있다면 우리가 그 의도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독자파 측 전국위원은 “우리와 통합을 하기 싫다는 집단을, 이런 부족한 최종합의안을 가지고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며 통과시키는 것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비판했고, 노 위원장은 “진보정당은 지금 변혁기에 들어섰으며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존속하기도 어렵다.”며 “민주노동당 일부가 통합을 무산시키고 다른 길로 접어들면 우리가 가는 길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국위원은 조승수 대표와 노회찬 위원장에게 합의문 통과 여부와 거취 문제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을 했으며, 이에 대해 조승수 대표는 “진보신당 깃발이 있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있을 사람”이지만 “나의 결단으로 최종합의안에 서명했고, 이를 통과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노회찬 위원장은 “당연히 여기까지 왔는데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지만 우리의 지지자들과도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진보진영과)함께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최종합의안을 결렬시키면 어떻게 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위에서는 ‘임시 당대회 안건발의 및 소집’ 안건을 심의하고, 오는 26일 송파구 구민회관에서 임시 당대회를 소집키로 했다. 전국위는 이 안건의 세부안인 ‘최종합의문 승인의 건’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결의안 채택의 건’, ‘임시 당대회 소집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조승수 "진보의 독자적 성장이 중요"

이에 앞서 조승수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어려운 과정 끝에 합의에는 동의했지만 스스로도 대단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과정과 내용이었다.”며 “그러나 이 논의가 여러 상대가 있는 논의이기에 사람의 문제가 아닌 노선과 방향,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해왔고,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당 대표로서 개인의 유불리 문제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권 단일정당론이 진보세력 전반에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는 상황은 진보의 독자적 성장과 발전을 주장한 우리로서는 대단히 위협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결정하고 결의한 내용들이 진보의 독자적 성장 발전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느냐로, 새 진보정당은 한국사회의 운명을 자유주의 개혁세력에 위탁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성장 발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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