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분열 기정사실? 난 '쿨'할 수 없다
    당원 의견 듣지 않고 갈라놓지 말라"
        2011년 06월 10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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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난 일주일간 당의 독자파, 통합파의 주요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결과는 이렇습니다. 독자파는 당연히 합의문에 반대하고, 통합파는 합의문에 찬성했습니다. 양쪽 입장은 비교적 논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반감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서로 상대방 주장의 이면에 숨겨져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꿍꿍이’를 오직 정치공학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자파나 통합파는 이제 모두 ‘쿨’해져 있었습니다. 어차피 헤어질 것 쿨하게 헤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반은 맞는 말이고, 또 어느 정도는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상황에서 도저히 쿨할 수 없습니다.

    당 분열 기정사실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많은 분들이 당 대회 결과가 어떻게 나든 헤어질 게 뻔하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3월 27일 당 대회 때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이번 당 대회에서 합의문이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독자파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 상황에서 안건이 부결되면 통합파가 대부분 당을 나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통합파 역시, 다 생각이 똑같은 건 아니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번 합의문이 당 대회에서 부결될 것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생각 하에 당대회 이외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분들은 당원총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독자파 중 또 일부는 당대회에서 합의문이 부결되는 것이 통합파를 당에서 나가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당원총투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또 고민 중이십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갈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원총투표 요건을 2/3로 하는 것이 맞다, 과반으로 하는 게 맞다는 등의 논란도 앞으로는 점차 커질 것 같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별로 비난받거나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식 말고 다른 방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이 서로의 불신을 더욱 키워가고 있고 합의문 부결과 당의 분열이라는 예정된 상황을 전혀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모두 다 알고 있고, 그런 상황을 당 밖의 누군가는 바라고 있는 데다 즐기기까지 하는 상황. 그걸 다 알면서도 예정된 결론을 향해 그저 앞으로만 내달리는 상황이 전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활동가들은 몸이 무거워야 합니다. 통합파에 속해 있든 독자파에 속해 있든 이 분들이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전 구로당협 위원장입니다. 이대로라면 구로당협은 반으로 쪼개질 겁니다. 그런데 우리 당협에 있는 통합파 활동가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입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저와 함께 지역 주민을 진보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비정규직을 만나기 위해 함께 일해 왔습니다. 이런 판국에도 ‘민중의 집’ 만들어 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쿨하게 갈라놓자구요?

    서울시당에서 서울지역 당협이 상근자들을 두도록 상근자 기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화를 받은 당원의 20% 가까이가 상근자 기금으로 5천 원씩, 1만 원씩 더 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는 이런 당원들에게 제대로 묻지도 않고, 이런 당원들을 반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갈라놓는 짓을 그렇게 흔쾌하고 쿨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고 제가 미리 내린 결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하는 머리싸움 같은 것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저에게 당원들이 어떻게 가라고 속 시원하게 애기해주기 전까지 전 이 상황에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당 활동가들, 특히 자신과 함께 해온 당원과 주민이 있는 활동가들은 그렇게 쉽게 몸을 움직이면 안 됩니다.

    게다가 말이죠, 독자파 통합파의 주된 활동가들 면면을 생각해 보시면, 지금 기분이야 짜증이 더 나겠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분들 모두 지난 10년, 20년, 30년 동안 노동운동, 사회운동, 시민운동, 소수자 운동 등을 거쳐서 지금 이곳에서 함께 진보정당 운동을 일궈온 분들입니다.

    어디 가면 이런 당원들, 이런 활동가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독자파, 통합파의 고집스러운 주장은 다른 쪽에서 보면 좀 밉기도 하지만, 이분들의 진정성과 운동에 대한 신념을 존중하지 않으면 대체 우리는 누굴 존중해야 합니까?

    전투기는 버리더라도 조종사는 살리는 게 상식입니다. 떠날 사람 떠나고 남는 사람들끼리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최후까지 찾아봐야 합니다.

    유리한 구상 말고, 자기에게 불리한 구상을 던지고 돌파하십시오. 독자파와 통합파 모두에게 요구를 좀 하겠습니다. 상대편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조금 과감한 주장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정공법으로 그 상황을 돌파해서 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십시오.

    지금부터는 이런 주장의 예시입니다. 꼭 이렇게 하자는 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제가 만약 독자파면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이번 합의문이 포함된 당대회 안건 발의의 건을 흔쾌하게 통과시킬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일이므로 전국위원회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안건을 가결시키게 되면 독자파가 아닌 사람들은 독자파의 진정성을 아주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할 지도 모릅니다.

    당원 총투표를 하자고 독자파가 먼저 주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의원 대회 부결 이후 당 분열이 뻔하다면 통합파가 받아들일 만한 주장을 독자파가 먼저 할 수 있습니다.

    통합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원 총투표를 하되 가결 기준을 2/3로 하자고 통합파가 주장해야 합니다. 언젠가 여론 조사를 했을 때 ‘통합’에 찬성하는 당원이 60%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3가 되려면 10%쯤 더 필요합니다. 당을 해산하고 다른 당을 만들자는 입장에서 이 10%는 통합파가 노력해서 얻어야 할 몫입니다.

    이건 독자파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파가 만약 당원 총투표를 제안할 거면 가결 기준을 과반으로 하자고 하십시오. 역시 지난 번 여론 조사 대로라면 통합에 찬성하지 않는 당원은 40%정도입니다. 진보신당은 매우 소중한 당입니다. 이런 당을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당원 40%는 좀 적은 숫자입니다. 나머지 10%를 독자파가 설득해 보겠다고 하는 결기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당의 주요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을 내걸고 그걸 돌파해서 당원들과 활동가들의 신망을 쟁취하십시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자였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서슴없이 몸을 던지고 이를 돌파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진보신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절대 못 따라갑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나타났다 사라진 수 천 명의 평범한 국회의원들 가운데 한 명, 딱 그 수준일 뿐입니다.

    진보정치대통합 연석회의가 아니라 진보신당 대통합 연석회의가 필요하다. 당원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독자파와 통합파 사이의 불신이 너무 커서 이 두 진영이 알아서 만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의 분열을 막고, 대립 일로가 아니라 합리적 방안을 통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독자든 통합이든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동의하는 당원들이 모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모임은 아마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필자.

    첫째, 독자파, 통합파, 당의 주요 정치인들을 만나서 합리적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합시다.
    둘째, 전국위원회, 당대회, 당원 총투표뿐만 아니라 그걸 뛰어 넘는 다른 방안들도 창조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셋째, 필요하다면 진보신당 대통합 연석회의를 제안합시다. 도저히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사람들을 모아서 속에 있는 얘기 다 꺼내놓고 얘기하도록 만들어 봅시다.

    이 모임이 잘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서 당의 분열을 막을 수도 있고, 통합파와 독자파의 강경한 태도 속에서 아무런 의미 있는 제안도 하지 못한 체 흐지부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라도 움직여야겠습니다. 제 제안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6월10일(금) 저녁 7시까지 중앙당으로 모여 주십시오. 단 한명이 오시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그 분과 토론하겠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으시면 저 혼자라도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중앙당에서 혼자 단식이라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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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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