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당 문제, 통합 걸림돌 돼선 안돼"
        2011년 06월 09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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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일,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 소식에 들떠 서둘러 나온 아침. 통합 협상을 위해 노심초사 발로 뛰던, 그래서 저보다 더욱 흥분해야 마땅할 한 후배가 오히려 이런 말을 저에게 던집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 길은 스무 개 쯤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일인데 이제야 한 고개를 넘었다. 이 한 고개를 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열아홉 고개를 어떻게 넘어야 하나?”

    이제 첫 번째 고개 넘어

    그럼에도 우리는 첫 고개를 잘 넘은 것이 앞으로는 후퇴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관문을 넘은 것이라는 점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양당 모두 최대 의사결정 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두 번째 고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고개보다 결코 쉽지는 않은 길입니다. 소위 3대 쟁점으로 불리는 문제들은 진보양당 어디에도 흡족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합의를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며칠 전 있었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선 몇 분의 중앙위원들께서 합의문이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운동가의 양심을 걸고 과연 우리는 원칙을 지키고 떳떳했는가?’를 물어왔습니다. 물론 저에게 ‘운동가의 양심’이라는 묵직한 단어로 너 자신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면,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용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있어 물어야 할 일차적 잣대는 ‘과연 민중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 책임과 실력이 있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는가?’이어야 합니다.

    까마득하게 높은 타워크레인 위에서 한겨울부터 무더운 여름까지 계속되고 있는 외로운 농성, 아직도 생계의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모두 짊어진 채 치유되고 있지 못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기말고사를 앞둔 불안한 마음에도 광화문 길바닥에서 제발 등록금 좀 내리라고 촛불을 들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 우리 국민을 먹여 살렸지만 국가로부터 폐기 처분을 당하는 신세에 놓인 허탈한 농민들. 운동가의 양심과 책무를 묻는다면 이들이 닥친 기막힌 현실에 답을 주고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운동가의 양심과 민중의 삶

    투쟁의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 함께 울어주고, 호소하고, 농성하는 것만으로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웠던 현실을 바꾸는 일, 그것은 변함없이 그들의 편에서 제도를 바꾸고 나아가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정치가 바로 서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진보정당을 하는 이유이자,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쳐 있는 진보정치의 현실은 냉혹했고, 그 원인은 분열이었습니다. 그 거대한 공명이 진보정치에게 분열을 치유하고 더 큰 통합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합의문을 이끌어 내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분열의 방치는 양심의 위배요, 통합의 원칙은 어떠한 명분이나 실리와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틀 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안이 있었습니다. 사실 새로운 진보정당의 확장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국민참여당의 진로와 행보는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안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유시민 대표가 항상 주장해왔던 100년 가는 좋은 정당을 만드는 그 창대한 꿈은 잘 읽혀지지가 않습니다.

    “대의와 명분으로만 타 야당을 설득할 수 없고, 협력적 연대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 소수화되어가는 국민참여당의 처지와 정치적 활로를 어떻게 개척할지 몰두하고 있는 반면, 진보정치로 합류하고자 하는 변화의 메시지는 찾기 힘듭니다.

    이미 합의를 이룬 진보진영 연석회의의 주체들에게 국민참여당의 합류가 어떤 전제 조건을 갖고 있는지 유시민 대표가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숙제를 먼저 푸는 것이 순서입니다.

    유시민 대표가 짐짓 외면하는 것

    지난 8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이정희 대표 개회사는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으며 통합을 향한 진정과 각오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이정희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그에 화답하듯 잇따른 유시민 대표의 제안문은 두 번째 고개 길을 어렵게 넘으려는 진보진영 모두에게 무겁고 두려운 그림자를 안겨주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진보양당이 당원의 총의를 모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그림을 완성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양 진보정당이 연석회의 합의문의 승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모든 관심과 논쟁의 초점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로 뒤바꿔 놓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우려입니다.

    우려와 의혹이 점점 커진다면 양당의 결정이 어려운 조건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이번 합의의 일등공신이었던 민주노총과 전농, 전여농, 그리고 수많은 시민단체의 마음을 모으고 그에 기초해서 새정당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 봅니다.

       
      ▲필자.

    지난 6월 3일 ‘진보의 합창’ 출범대회에 참여한 500여 명의 진보양당 당원들과 시민사회 회원들은 당 분열 이후 몇 년 만에 서로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시지 않은 마음의 불신과 가시가 분명 남아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분열의 혹독한 시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당 발전의 시너지로 만들 수 있는 공존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순간, 당 안에서 가진 권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도 알았습니다.

    아직 다 해결되지 못했다면 가시를 품은 채로 끌어안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남아있는 가시 때문에 설혹 조금 아프더라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노동자, 농민, 그리고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다는 미래 세대들에게 서로 부둥켜 안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들이 보내는 기대와 지지로 인해 상처는 아물고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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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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