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천국? 지옥은 어디?
        2011년 06월 09일 10: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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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7일 재벌닷컴이 1,493개 상장사의 종업원 수와 임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울산광역시 소재 22개 회사 37,293명의 평균연봉이 6,645만원으로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전국 평균 임금 5,408만원 비해 1,000만 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은 충청북도 38개 상장사 직원 평균 임금이 3,383만원으로 전국 꼴찌였다고 밝혔다. 충청북도 노동자들의 임금이 울산 노동자들의 절반인 셈이다. 울산 노동자들의 근속연수도 16.8년으로 전국 평균 10.4년보다 6.4년 높았다.

    <연합뉴스>는 “울산 지역 노동자들의 급여와 고용 안정 수준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동자 천국’이라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우량한 대기업 사업장이 밀집해있고 노동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울산=민주노조+장시간노동+대기업

    재벌닷컴의 조사는 상장사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본사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 있는 현대자동차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정밀화학 등 대기업들이 울산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임금이 상당히 높다.

    울산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대기업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업장에 민주노조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부품회사인 덕양산업, 세종기업, 한국프랜지 등은 모두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으로 매년 임금인상으로 평균 연봉이 대기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자동차 부품사들이 밀집한 울산은 사무직 노동자들과 달리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로 인한 밤샘근무, 매일 2시간 이상의 잔업, 휴일 특근 근무라는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온 것이다. 근속연수가 오래 되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울산은 지불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노동조합이 활발한 회사가 집중되어 있고, 장시간 노동을 통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되어 있는 것이다.

    울산이 비교적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라면, 노동자들이 살기 힘든 노동 지옥은 어디일까? 기아자동차 모닝공장이 들어서있는 서산은 노동자 천국이 아니다.

    기아차 모닝공장에는 17개 사내하청업체 95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평균 연봉은 2,500만원도 되지 않는다. 기아차 모닝공장은 기아차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니고, 동희오토 정규직도 아닌, 동희오토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정규직 0명 공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지옥

    국내 1위, 세계 10위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 서산공장도 전체 111명의 노동자 중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104명(94%)인 비정규직 공장이다. 자동차 완성차와 부품사가 즐비한 충남 서산이 울산처럼 고임금과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도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 평택도 마찬가지다. 금속노조 소속인 만도 평택공장, 한라공조 평택공장 등은 비정규직이 전혀 없고, 임금 수준이 높은 회사다. 그러나 현대모비스 포승공장은 97명의 노동자 중 88명(90%)이 사내하청이고, 현대위아 포승공장도 342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들어선 군산은 어떨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생산현장에 정규직 노동자는 관리자들뿐이고, 생산현장은 2,7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평균 연봉은 2,5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대우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KM&I 군산공장도 비정규직 공장이다.

    천안과 아산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들은 임금과 고용안정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현대모비스 아산과 천안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80~90%에 이른다.

    재벌닷컴은 16개 광역시도를 분석했고, 사업장의 주소지가 아니라 본사 주소지를 분석했기 때문에 서산, 평택, 군산, 아산, 천안의 임금 수준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평균 연봉 2,5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즐비한 ‘정규직 0명 공장’의 도시가 5,400만원이 넘는 전국 평균 연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간다운 공장을 만들기 위해

    울산의 노동자들처럼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당연히 노동조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민주노조를 만들어 회사의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는 사용자들과 맞서 싸울 때 ‘천국’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기아차 모닝공장의 민주노조 건설 투쟁의 사례에서 보듯이 비정규직 공장에서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결의와 함께 정규직노조의 절대적인 지지와 연대가 절실하다.

    야만적인 공장인 ‘정규직 0명 공장’을 없애고,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연대와 함께 사회운동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지방정부가 나서도록 만들어 비정규직 공장을 강력히 규제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며,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노동의 천국은 없다. 돈과 이윤을 인간의 노동과 생명보다 중요시하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결코 노동의 천국은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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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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