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파의 '독자적' 지도부 꾸려야할 때"
        2011년 06월 09일 10:3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이번 주 <시사인>이 와 있었다. 나는 <시사인>을 볼 때마다 굽시니스트의 만화를 먼저 펼쳐보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조건반사적으로 이 주간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수업’을 패러디한 ‘진보신당의 마지막 수업’ 편을 내보였는데 독일과 전쟁에서 진 프랑스가 알자스·로렌 지방을 독일에 넘기고 그 지방 아이들이 독일어 수업을 받는 것처럼 이 당 역시 민노당으로 넘어가며 민노당의 수업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제 각자의 길을 갈 때다

    특히 재밌는 장면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서로를 끌어안는데 그러면서 진보신당이 민노당을 안은 채 한손으로 당권에 손을 뻗자 민노당이 그것을 발에 걸고 뒤로 길게 빼는 그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간만에 참 많이 웃었다. 역시 굽시니스트, 당신의 날카로운 풍자에 감탄한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아니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어제까지만 해도 동지이며 친구였던 우리가 서로를 적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가 살아남았으면 좋겠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한쪽이 도태될 수밖에 없거니와 또는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는 가게 될 것이다. 마치 2008년에 있었던 분당 상황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그 타이타닉 운운하면서 한쪽은 나오라고 소리칠 것이며, 다른 한쪽은 남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만약 이 당이 타이타닉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곳에서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나갈 필요는 없다. 확률은 반반일 수도 있고 80:20일 수도, 20:80일 수도, 0:100일 수도, 또는 전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만약 그도 저도 아니라면 통합파로서 당신은 당을 타이타닉으로 만들어야 빠져나올 수 있다며 일부러 없는 구멍을 만들거나 뚫린 구멍을 더 벌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독자파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연지사로 당원들과 함께 구멍을 막거나, 아니면 없는 구멍을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통합파들의 입을 막거나, 그들보다 더 큰 설득력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내거나 하는 일들일 것이다.

    독자파, 논쟁보다 현안에 대한 대안 제기해야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자면 독자파는 이제 독자적인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그들에게는 있으나 우리들에게 없는 것은 만들어야 하며, 또는 우리에게 있으나 그들에게 없는 것이 있다면 그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어찌됐든 지금부터 우리는 결승선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고 점프를 해야 하며 장대를 치켜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해야 할 일 있다. 통합파와 논쟁보다는 현안과 이슈에 대해서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만의 견해나 어떤 방안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대한민국 내에 없다고 본다.

    진보정치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반대로 누군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낼 수 있다면 등록금 문제나 교육문제 뿐만 아니라 이 땅의 계급모순을 한 절반 이상은 해결할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등록금문제는 단순히 등록금이 비싸니 가격을 낮추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나 대학 자체가 한국사회 계급구조를 재생산하는 공간이다보니 등록금 문제 하나만 가지고 손을 담근다고 하더라도 담그는 순간부터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직면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 해결은 결국 우리 사회의 교육구조 자체를 완전히 뜯어내고 새로 만들어 가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대학국유화를 주장하고 그것을 포함한 일련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재원을 지속적으로 뽑아낼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삼성 같은 대기업을 국가가 소유하는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녹색’의 노동 소외효과 우려

    여기까지 하고 이제 남은 얘기를 좀 해보자. 최근의 ‘녹색사회당’ 제안을 보며 느끼는 것은 이것으로 우리가 어떤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오히려 통합파들에게 반박할 여지를 주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솔직히 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유보적이며 특히 엊그제 유성기업 파업 과 관련해서 7000만원을 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그의 언급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프레임 대결로 보는데 보수언론이 늘 써먹듯 이번에도 나온 ‘연봉 7000만원 귀족노조’ 따위 주장에 우리의 반응은 대체로 수세적이다. 그 때문에 이 프레임 전쟁에서 영원히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오히려 "노동자가 7000만원 받으면 안되는가."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쳐야 그들의 프레임을 깰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보쪽에서부터 그걸 안 좋게(?) 생각하는 반응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과 연관해서 얼마 전에 시끄러웠던 자녀 세습문제가 있는데 나는 이것을 솔직히 말하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노동자 계급을 세습한다는 것은 인식의 변화라고 본다. 근데 우리의 생각은 그저 정규직이 정규직 세습하는 걸로 딱 그 정도 인식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자리가 과연 공정하게 배분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물론 현대 비정규직의 투쟁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인해 조직 이기주의로 욕을 먹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김현우 당원의 말 한마디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맨 앞으로 내세우려 하는 ‘녹색’이라는 말이 잘못하면 우리를 노동계 전반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한다. 나는 감히 제안하건데 만약 우리가 좀 더 이길 수 있는 길을 가려면 노선을 사회주의 하나로 잡고 가야 하며 대신 또 다른 영역에서 녹색당이 창당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사회주의에 녹색을 접붙이기 하는 순간 우리는 진보신당 이후 두 번째로 그 ‘애매모호함’이라는 함정에 빠질게 분명하다.

    어찌됐건 나는 독자파가 더 많이, 더 오래 살아남아서 부디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제 앞가림에만 급급한 우리 불쌍한 지도자들을 명예롭게 은퇴시켜 주기 바란다. 한편으로는 순회토론회에 나가서 참 고생많고 애쓰시는 우리의 지도자들을 위하여 산뜻하게 날계란 펀치를 안겨주는 소소한 환영식도 좀 해드렸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