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나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해줘"
        2011년 06월 09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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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2008년 2월 2일 레디앙 기고문("일심회 관련자 징계 없이 당원확대 불가능")을 통해서,

    당원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이 징계를 안 받고 있는 당이라면 저 혼자는 있을 수 있어도 더이상 당원가입을 남에게 권유할 수 없겠다.

    남한의 진보정당은 설령 남한에 외적이 쳐들어와도 우파처럼 핵무장을 주장하기 보다는, 좌파다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 할 터인데, 아무리 북핵이 조선노동당 입장에서야 자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째서 남한의 진보정당이 마 조선노동당 외교부처럼 북핵을 옹호하느냐.

    라고 이야기한 바 있었습니다.

    하여 당시 저는 비대위가 일심회 사건을 ‘편향된 친북행위’라고 규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당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훼손한 (해당)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반핵 당원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식민지에서 독립투쟁을 할지언정 지구를 원숭이들의 혹성으로 만들수는 없다고 하며, ‘반핵 당원교육’ 후에도 (반제국주의 투쟁을 빌미로) 북한 핵을 옹호하는 당원에게는 탈당계를 교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대위도 사퇴하는 마당에 당연히도 제 주장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고, 약 3주 후에 결국 제가 탈당했습니다.

    3년이 좀 넘게 지났습니다. 한국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열린 지난 4월의 진보신당 유럽당원 모임의 총회에서, 3년 전 탈당할 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세상 속에서 걸어다니며 숨을 쉬고 있는 당원들의 2세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즈음 민주노동당 내의 일부 세력(?)은 일심회 문제를 ‘해당 행위’ 보는 것에 일정하게 동의한다고 들었습니다. 핵문제 역시 아래에 제가 했던 주장에 매우 근접해 와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3대세습’은 (아직 확정도 되지 않았기에) 큰 관심이 없으며, 3대째의 권력승계가 그 자체만으로 절대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재용을 비판하는 이유는 탈세를 통해서 경영권을 승계받기 때문인데, 세금 낼 거 다 내고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그 내용의 적절성을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절차나 형식상으로는 할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절대악이라고 할 수 없으며) 내용과 성격이나 절차 모두 확정되지 않은 이상, 이북의 경우 역시 굳이 ‘통합’에서 쟁점화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문에서 ‘권력승계’ 문제 가지고 시비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북에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혹은 한 순번 돌려 권력승계를 해서 (미국의 부시 부자의 경우나, 상상하기는 싫지만 2013년 박근혜가 몇십년만에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을 경우 처럼) 이 문제가 세습이네 아니네 뭐라 하기가 너저분해질 경우, 그걸 가지고 “비판적인 의견도 존중하네”마네 하며 논술과 문학비평으로 난리를 쳤던 우린 뭐가 되는 건가요.

    그리고 ‘새로운 계급 주체의 형성’이나 ‘녹색도 진부하다’는 어려운 논리로 진로를 판단하기엔 개인적으로 고민이 부족합니다. 표현을 어찌하든, 당장 한국사회의 개선을 위해서 강령의 수위를 낮추되 실천의 폭을 넓히는 ‘수권전략’도 의미가 있겠지만, ‘지향’을 간직하며 미래를 바라볼 힘을 주는 ‘등대전략’도 의미가 있겠는데, 과연 무슨 기준으로 어디에 힘을 보태야 저 개인이나 동지들이 행복할지 현재로선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핵과 일심회 건에 대한 입장이 변했다는 ‘들리는 소문’만으로는, 민주노동당에 ‘복당’하든 그들과 ‘신설 합당’을 하든,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일심회의 당사자가 새로운 정당에 참여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입장으로 참여를 하는 것인지, 그를 비롯하여 ‘비대위’ 당시 그를 옹호했던 이들의 입장을 들어야겠습니다.

    혹은 당시 그를 옹호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당시 그를 옹호했던 이들’을 옹호하는 이들의 입장이라도 듣고 싶습니다. 합의문의 문구가 맘에 안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로 하여금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게 했던 제일 큰 두 가지 문제 중 하나가 여전히 합의문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주변에도 가입을 권하고 싶은 정당에 가고(혹은 있고) 싶지, 혼자 입당하고 말 정당에는 가고/있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핵문제입니다. 사실 핵무장을 옹호했던 이용대 전 정책위원장이나 그에 동조하는 분들이 요즈음의 북핵 문제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별로 변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그들의 사상의 자유도 저는 존중을 합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합의문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종교의 자유도 존중하거니와, 그들이 제 머릿속의 사상을 강제로 고칠 수 없는 것 처럼 저도 그들의 머릿속의 사상을 강제로 고칠 수는 없으니 존중하지 않으면 어쩔 것입니까.

    제가 궁금한 것은, 3년 전 일심회 문제로 비대위가 퇴장하는 바람에 결국 표결도 못해본, 그때나 지금이나의 민주노동당이라는 ‘공당’의 북한 핵무장에 대한 공식 입장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혹시라도 권력승계 문제는 ‘수령’과 관련된 일이라서 감히 문제 제기를 못하는 것이 남한내 ‘일부 세력’의 사상이라 할지언정, 저는 그들의 사상을 존중하겠으며, ‘커밍아웃’을 강요하지도 않거니와, 그 때문에 공권력의 탄압을 받는다면 엄호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사상이나 종교가 다른 ‘일부세력’이 아니라 제가 속한 당이라면, 저는 그 당이 어떤 입장을, 되도록이면 저의 입장과 일치하는 입장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체제 역시 6.15선언의 정신 이전에 이미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해서도 저는 인정을 하기에, 북진통일이나 흡수통일을 주장할 능력도, 의사도 없습니다. 하지만 ‘핵무기’는 체제 인정과 별개로, 이미 동북아 차원의 외교의 문제입니다. 북의 체제를 인정한다고 해서 북한이 서울에 대포를 쏘는 것까지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곧 대포를 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합의문에는

    "북한에 대한 미국과 남한의 가중되는 압박과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 상태를 극복하고, 항구적인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체를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종속적 한미동맹체제의 해체,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남한의 선제적 군비동결과 남북상호 군비축소, 동북아 다자안보체제의 구축 등을 적극 추진한다."

    라고 나온 바, 제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했던 문제중 두 번째 문제는 어느 정도 언급은 되었고 원론적인 차원이나마 바람직한 방향이 제시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 이를테면 ‘권력승계’ 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볼 때,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덕에 한반도 (상호) 비핵화의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핵무기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조선노동당의 외교부’같은 자세를 여전히 못버리고 있는 것 아닌지요.

    ‘조선노동당의 외교부’가 꼭 나쁘다는 ‘반북주의’의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들은, (그리고 그런 당신들과 같이 당을 하게 될지도 모를) 우리들은 남한 사회에서 남한 민중을 상대로 활동하는 남한의 진보정당 당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연석회의나, 합의문 도출 후 연석회의가 해소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진보의 합창’ 단원들의 해석도 궁금합니다. 아, 그러나 어찌해야 하나요.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저의 궁금증이 전달이 될까요.

    <민중의 소리>와 <레디앙>에 투고하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자유게시판에 올려보긴 하겠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앞으로 한 식구가 될 지도 모르는 다른 당 사람들과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나요? 합의문이 나오기도 전에 양당의 지역조직들의 당직자들이 마치 합당이나 된 것 같이 우애롭게 합동으로 회식을 한 사진을 보는 저나, 연석회의의 과정에서 다른 당원들이 느끼셨을 이 쓸쓸한 기분은, 그냥 고급 정보를 미리 못들은 것에 대해서 유아적인 투정을 부리는 그런 미숙한 어리광인가요?

    뭐 어쨌든, 다른 당의 ‘일개’ 당원의 질의에 성실히 대답하실 의무는 어느 당의 그 누구에게도 없으시겠지만, 어찌되었든 민주노동당의 당 대회는 국민들에게 모종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자리일 것이라 여기고, 혹시라도 미래에 같은 식구가 될 사람이 자신에겐 중요하다고 하는 이 두 가지 의문이 풀릴 뭔가가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합의문에 만족하든 만족하지 않든, 합의문은 문서 조각일 뿐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실천이겠지요. 선거 때만 아니면 무상교육이나 노동운동이나 어느 현장에서나 사실 항상 만나다시피하는 사회당과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니, 같이 할 일이 많은 사이 입니다. 만나면 반가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같이 사업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 실천 속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합당을 하든 말든 어차피 필요한 일이겠습니다.

    그러나 합당을 하려면 좀 더 서로를 알아야겠지요. 꼭 당장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실천 속에서 신뢰가 쌓이신 다음에는, 그리고 앞으로 합당을 안 할 거라면 모르되, 합당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당원 정보 보호’와 ‘핵 무기’에 대해서 서로 입장을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위의 마지막 말은, (제가 당운동을 계속 한다는 전제에서) 미래의 저와 같은 당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진보신당에 있을지 다른 어느 당에 있을지, 아니면 현재는 어느 당에도 없을지 모르겠기에, 당 어느 당에 속하신 (혹은 속하지 않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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