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스 변혁좌파 그룹에 들어가다"
        2011년 06월 08일 06: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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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일 페루에서 열린 대선에서 ‘페루승리당’의 오얀따 우말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우말라는 원주민 운동 지도자로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후보를 이긴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페루 국민은 과거와 현재 중에서 현재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게이코를 택했다면 페루는 또 다시 ‘신자유주의 포퓰리즘’ 체제에 들어갔을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승리

    이번 우말라의 승리는 역사적이다. 약 40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두 후보의 표차는 근소했다. 우말라를 지지한 표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 원주민들, 농민들, 노동자들, 주부들이라고 한다. 워싱톤이 우말라의 당선을 막기 위해 재정적, 정치적, 선전 홍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도인 리마에서는 ‘강한페루당’의 게이코가 승리했다.

    당선자인 우말라는 5년의 임기 동안 부패 문제 외에 국민 의료(건강)권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로 인한 경제 문제와 싸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 일 것이다.

       
      ▲개표 결과를 중계하는 TV. 

    그러나 페루에서 반신자유주의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아주 크고 다양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9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신자유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반헤게모니적 대안적 사회운동이 강력하게 부상하면서 퍼진 정치, 사회적 변혁의 흐름에 상당한 힘을 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페루는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함께 과거 안데스의 잉카 제국의 후예이다. 그래서 원주민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페루가 베네수엘라가 중심이 된 ALBA(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와 UNASUR(남아메리카국가연합) 등의 축에 맞서 미국이 공을 들인 태평양 연안 축의 국가들의 가운데에 위치한 나라라는 점이다.

    가난, 불평등 해소 최대 과제

    페루의 정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였다. 알란 가르시아-후지모리- 다시, 알란 가르시아로 이어지면서 무조건적으로 글로벌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체제를 추종하면서 친민중적인 수사와 선동으로 권력을 유지해왔다. 차베스의 급진 민주주의적 포퓰리즘의 궤도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다. 부정부패가 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편, 페루 민중의 인식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현재의 집권당인 APRA(남미혁명인민동맹)는 후보도 내지 못할 정도로 정당성을 잃고 있다. 현재, 페루 기득권층의 불안을 반영하듯 주가는 6% 하락했다. 그리고 언론이 헤게모니 투쟁의 선두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페루 기득권층을 상징하며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을 해온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는 우말라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페루의 가장 큰 문제는 비록 거시지표상으로 안정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을 줄이지 못하고 경제,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페루 대중 대부분의 더 큰 사회 복지와 더 나은 삶의 질 확보는 실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추종하는 한 해결이 불가능하다. 성장의 효과가 아래로 누출된다는 소위 ‘트리클 다운’ 담론은 미신이므로 아주 강력한 개혁의지를 집권세력이 가지지 못하는 한 자본축적의 논리가 지속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추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치의 개혁에 대한 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국과 페루는 2009년 2월부터 FTA가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말라가 2006년부터 미국과 FTA에 대해 강력한 비판자였으므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009년 발효된 페루-미국 FTA

    FTA 비판자들은 페루의 노동권의 약화와 자연 생태계의 악화, 소농의 생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은 원주민 운동조직으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목재, 광산 개발 등을 위해 해외 투자 자본이 엄청난 규모의 숲을 침해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우말라 집권세력이 연립정부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과 같은 급진개혁을 정식으로 추구하려고 할 경우 내부 진통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전통적 소수의 지배 세력과 다국적기업들의 저항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에서 볼 때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보여주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취약성과 함께 우말라까지도 전임 집권자들처럼 말로는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친신자유주의적 정책 방향을 추진할 경우 멀지않은 시간 안에 분명한 정치적 실패를 겪을 것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필자가 이 짧은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페루의 기층 대중의 사회 운동적 힘의 위력이다.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90년대에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기 전에 이미 70년대 말 부터 기층 대중의 자발적인 조합운동이 뚜렷했던 나라가 페루다.

    예를 들어, 1979년에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약 50명의 저소득층 가구여성들에 의해 조합형식으로 대중식당이 운영되기 시작한다. 1982년에는 이미 이런 조직이 약 1,500개 이상이 생겨났고, 약 10만 가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6000개 이상의 ‘우유잔 위원회'(조합)가 생겨났다. 가난한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되고 절망하지 않고 힘든 상황에서도 무엇인가 같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기층 대중의 사회적 힘 강해

    이는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쉽게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체제의 변혁적 추진력은 이들 기층대중의 조합운동 또는 ‘사회경제’(3명에서 15명 규모의 작은 제빵공장, 세탁소, 목공소 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정통 맑시즘, 헤게모니 등의 단어들을 둘러싼 담론 투쟁은 엘리트 지식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인식론적 수준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진보적 해방을 견인하는 담론인 근대성/(탈)식민성 기획(현재의 모든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만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포함하는 근대성의 합리주의 인식론 자체에 차별성, 폭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의 핵심적인 학자가 아니발 끼하노인데 그는 페루의 사회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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