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함께 하는 것이 진보"
    2011년 06월 08일 04: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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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신당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장은 8일 당 게시판을 통해 연석회의 최종합의안 도출 과정을 설명하며 “당 대회가 결의한,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상에는 못 미치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을 함께 할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되었다는 판단 하에 협상을 마무리하였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의 이번 입장 발표는 연석회의 합의문 채택 이후 처음이다. 

노 위원장은 “진보정치세력은 지금 하나가 되어야 하며 강력한 진보정당의 출현을 기다리는 노동자 서민의 요구 또한 같다”며 “물은 흐를수록 낮은 곳을 향하고 그 과정에서 멈추지 않으며 여러 강물이 모여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바다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지금은 함께 하는 것이 진보”라며 “진보신당을 만들 때의 초심으로 새 진보정당의 길로 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노회찬 위원장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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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원동지들께

창당 이래 가장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어제 진보적인 교수단체 세 곳의 대표자들이 찾아오셨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우희종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강남훈 교수,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조돈문 교수 등 세분의 요청으로 조승수 대표와 새진추 위원장과의 간담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수단체 대표자들은 최근의 통합논의 과정에 대해 격려하면서 이번 연석회의 합의에 따라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학계 3단체 대표자와 많은 교수, 연구자들이 바로 입당하겠다며 약속하고 북한문제와 패권주의 문제가 앞으로 건설될 새로운 진보정당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학계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혔습니다. 직접 표명하진 않았지만 진보신당의 진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함께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6월 1일 연석회의 합의문 발표 이후 다양한 관점에서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의 각급조직에서 마련한 토론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과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해, 당의 진로에 대해 가열찬 토론과 진지한 고민을 기대합니다.

6.1 합의문의 의미

5월 31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스무시간 동안 마지막 협상이 2+2 정당간 협상과 연석회의를 반복해가며 이루어졌습니다. 이 날 협상의 출발점은 5월 26,7일 열렸던 연석회의의 결과물인 ‘5차 연석회의 (최종)합의문(검토안)’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최종)합의문(검토안)은 이미 5월 29일 진보신당 3차 전국위원회에도 보고되었던 내용입니다.

(최종)합의문(검토안)에 명기된 미합의쟁점은 대안사회, 북한문제, 패권문제 등 세 가지였습니다. 대안사회 조항은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진보신당의 제안이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패권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속합의문2의 기본정신을 살리되, 향후 치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3차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대로 부속합의문2를 차후 검토사안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본문에 들어 있던 ‘(가칭)성찰과 화해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진보신당이 5월26일 연석회에 처음 제기한 만큼 타조직 역시 내부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구체성의 수준도 감안하여 패권관련 부속합의문2에서 차후 함께 다루는데 합의하였습니다.

향후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하는 노동, 생태, 시민 영역의 단체 개인들에게 당직, 공직 40%를 보장하여 새진보정당에서 기존 진보정당의 기득권을 최소화 하자는 조승수대표에 즉석제안에 대해서는 정신을 받아들이되 구체적 수치는 이후 협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결국 남은 문제는 북의 권력승계 관련 구절이었고 20여 시간의 대부분이 이 문제 논의에 집중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시종일관 이는 북 체제에 대한 비판이므로 내정간섭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였고 진보신당은 실존하는 존재이자 대화의 상대로서 체제는 존중하되 체제내부의 문제에 대한 비판 역시 가능하다는 뜻으로 맞섰습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밤 12시경 연석회의 참가조직 중 정당을 제외한 모든 단체가 합의하여 어렵사리 중재안을 마련하였지만 진보신당은 이를 거부하는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양측 주장이 병기되는 방식이었는데 ‘권력승계는 북한주민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규정이 사실상 ‘비판불가’의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협상은 ‘비판불가’를 뜻하는 조항을 제거하고 ‘비판해야한다는 견해를 존중’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체 협상과정에서 우리는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이 과거의 쓰라린 경험 속에서 한 단계 전진하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정세인식, 선거연대문제, 패권주의 극복방식 등에 관해 상당한 의견일치를 확인했으며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진보정당이 남북 어느 곳으로부터도 자주적인 정당이며 진보적 가치에 위배될 경우 비판 할 것은 비판할 수 있다는 의견 접근을 보았습니다.

다만 3대 세습 문제 등에 대해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새진추위원장으로서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확인하고 있는 차이는 협상으로 좁혀질 것이 아니며 앞으로의 활동과정에서 수많은 토론과 국민여론의 수렴 그리고 정세의 변동 등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3.27당대회가 결의한,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상에는 못미치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을 함께 할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되었다는 판단 하에 협상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마지막 가합의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를 흠결로 지적할 수 있지만 양당 가합의 후 각각 당 의논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진보신당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바로 연석회의로 회부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진보정당은 진보정당 내에 있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견해를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데 무능력 했고 일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현실의 계급적 고통을 해결하는 것보다 관념 속의 계급주의를 실현하는데 더 골몰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급계층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당을 재단하였습니다. 박해에 굴하고 있지 않다는 선민의식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엘리트주의는 진보정당을 대중의 바다에서 뭍으로 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우리 역시 엔엘이니 피디니 하는 낡디 낡은 운동권적 정파논리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3월 진보신당의 창당은 단순히 분당의 결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보정당운동의 혁신만이 나아갈 길이라는 몸부림의 결과가 바로 진보신당입니다. 지난 3년간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이 다 실현되지 못했다고 하여 지금 포기할 순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판단은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을 대중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구현하는 길이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합의문도 그 자체로서 진보의 미래를 보장해주진 못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진보정당 내에서 진보신당 창당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정당은 정치를 통해 커나가고 정치를 통해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정파 사이의 편협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급계층의 동의를 얻어 가는 과정이 정치입니다. 모든 운동도 국민과 소통하고 받아들여질 때 정치가 됩니다. 혁명이란 것도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는 정치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역사와 시대는 진보정치,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치, 모든 진보세력들이 함께 하는 정치를 엄중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골방에서의 독야청청은 이미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의 득실만을 계산한다면 우리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많은 동지들도 선거에서의 실리만 생각한다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 집권에 이를 수 있다는 우리의 꿈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진보신당의 창당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더 큰 시간,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도 진보정치세력은 지금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강력한 진보정당의 출현을 기다리는 노동자 서민의 요구 또한 같습니다.

물은 흐를수록 낮은 곳을 향합니다. 그 과정에서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큰 산을 만나면 휘감아 돌아가고 큰 바위를 만나면 둘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하고 언덕을 만나면 채워서라도 넘어가고 낭떠러지를 만나면 폭포가 되어 떨어져 다시 흐릅니다.

그리하여 여러 강물이 모여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바다를 만들어 냅니다. 지금은 함께 하는 것이 진보입니다. 동지들!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민중의 바다로 나아갑시다. 진보신당을 만들 때의 그 초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의 길로 나아갑시다.

2011년 6월 8일 노회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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