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심있는 검사여, '거악'에 맞서 파업하라
        2011년 06월 08일 11:1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안에 대해 검찰이 사상 초유의 자발적인 파업을 벌였다. 검찰총장이 “중수부는 일반인과 서민이 아닌 거악과 비리 척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반발하고, 침묵하던 청와대마저 나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검사는 국가공무원이며,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노동자가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신성한 권리다. 검찰이 국회의 중수부 폐지에 반대해 파업을 하든, 청와대의 노무현 전 대통령 강압 수사 외압에 반대해 파업을 하든 ‘노동력 제공 거부’는 헌법에 따른 행위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목적·절차·수단이 모두 불법인 파업”이라고 했고, 한 언론은 “검사들이 일시 ‘파업’에 돌입한 초유의 사태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과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일깨워준다”며 검찰의 파업을 비난했다.

    그러나 불법파업이라는 주장은 검찰이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늘 써먹던 논리일 뿐이고, 실정법에 위배될 수는 있겠지만,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검찰 개혁과 검찰 파업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중앙수사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검찰의 개혁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 당사자인 검찰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논의하면 될 일이다.

    검찰파업이 불법파업이라고?

    2001년 2월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투쟁을 위한 ‘김우중 체포 결사대’의 일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갔다. 우리는 프랑스 판사노조를 방문해 사무총장을 만났다. 판사노조가 있다는 사실도, 판사도 당연히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무총장의 얘기도, 우리의 연대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도 모두 노동 후진국에서 온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우리 일곱 명의 판사들이 무려 10,600건의 사건을 다뤄야 한다.”

    프랑스 판사노조(USM)는 사르코지의 인력과 예산삭감에 맞서 급기야 올해 2월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월에는 이탈리아 판사들이, 2009년 2월엔 스페인 판사들이 파업을 했다. 프랑스에서도 판사와 경찰의 파업은 실정법 위반이지만, 파업으로 감옥에 갇힌 판사는 아무도 없으며, 국민들도 판사들의 노동력 제공 거부를 비난하지 않는다.

    한국의 검찰, 판사, 소방관, 경찰관들도 노동선진국인 유럽처럼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을 위해 집회에 동참할 것이다.

    재벌과 정권의 충견 검찰

    그러나 한국의 검찰들은 지금까지 재벌과 정권의 시녀였고, 국민들은 그들을 ‘견찰’이라고 불렀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11월 15일부터 25일간 공장 점거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검찰은 울산 18명, 전주 5명, 아산 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해 수배자로 만들었다. 검찰은 노동자들이 자진출두했지만 10여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지난 10년간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하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착취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 그의 아들 정의선과 윤여철 부회장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며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23일 창원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파견으로 기소된 닉라일리 전 GM대우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해 검찰의 직무유기위 직권남용을 분명히 보여줬다.

    검찰은 재벌과 살아있는 정권의 역사적 범죄 행위는 눈 감고, 노동자 서민과 죽은 권력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잔인한 수사를 벌였다. 이명박 정부 이후로만 미네르바, 문화방송 피디수첩,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 최근의 쥐벽서까지 검찰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다행히 양심있는 판사들이 무죄를 선고해 양심수들이 일부 풀려났지만, 헌법에 따른 노동자들의 노동력 제공 거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혹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도 기아차 비정규직 김수억, 쌍용차 한상균과 금속노조 김혁 국장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유로 2년 넘게 감옥에 갇혀있다.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최병승은 수배중이다.

    양심있는 평검사가 나서야

    전국의 모든 양심있는 검찰은 파업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과 재벌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수사에 나섰던 모든 노동사건, 양심사건의 수사에 대한 노동력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외압으로 무고하게 감옥에 가두었던 잘못을 양심선언하고, 정권과 재벌이라는 ‘거악’들에 맞서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검사들이 중요하다. ‘거악’의 시녀 노릇을 했던 검찰총장과 검사장, 주요 검찰 지휘관들이 아닌 평검사들이 일손을 놓고 노동사건과 양심수 사건에 대해 수사를 중지해야 한다.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다면 더 좋다.

    수사권 독립이 아니라 인력 충원과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싸워도 좋다. 외압에 의한 강압 수사와 휴일도 없는 무리한 수사는 결국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디 검사 뿐이랴, 판사들도 나서자. 재벌과 권력의 압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난하고 죄없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감옥에 가두웠던 어두운 역사를 반성하고,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을 벌이자. 사건 폭증과 물가폭등에 맞서 인력충원과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전국의 양심있는 검사들이여, 일어나 싸우자.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