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오해 또는 이해 & 대안
    2011년 06월 07일 1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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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에 실린 나의 글 “ 최종합의문, 3-2항을 말한다"에서 나는 연석회의 대표자회의의 ‘최종합의문 3-2항’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진보대통합의 대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애초의 입장에서 서로 50%, 50%씩 양보한 용기 있는 타협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결론적으로 “진정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당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준하님이 댓글을 통해 당내 민주주의가 과연 “자주파의 비민주적인 운동방식을 넘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와 이 문제에 대해 글 한 편을 써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장규 주장에 대해

이 글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런데 <레디앙>에 실린, 남종석님의 견해를 반박하는 이장규님의 글을 읽어보니 당내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되는 주장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남종석님과 이장규님의 논쟁에 직접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이 이장규님의 주장과 관련되는 부분들이 많아 이장규님의 주장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는 방식으로 내 의견을 개진해 보려고 한다. 

이장규님은 ①합의문에 패권주의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②진보신당이 제출한, 당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인 방안을 다룬 ‘부속합의서(2)안’이 연석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채 각 당의 통합논의 이후에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는 점 ③과거의 패권주의 등 비조직적 행위에 대한 공동의 평가와 반성을 위한 ‘(가칭) 성찰과 화해를 위한 특별위원회’ 조항도 통째로 삭제된 점 ④뒤늦게 패권주의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해본들, 이미 통합 결정이 난 이후에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할 리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합의안이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안”이라고 단정한다.

내가 보기엔, ①, ②, ③은 옳지만, ④는 옳지 않다. 그리고 합의안이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무력화시킨 안”이라는 그의 결론적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합의문에 패권주의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주장은 옳지만 합의문은 분명 ‘패권주의의 극복’을 당내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가장 우선적인 과제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점은 당내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원칙을 밝히고 있는 합의문 4항에서 ‘패권주의 극복’만을 언급하고 있는 점, 4항 내용을 조금 구체화시킨 4-1항에서 “분파주의와 패권주의를 극복하고”라는 민주노동당의 안을 채택하지 않고, 언급 순위를 변경시켜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극복하고”라고 언급하고 있는 점(이 부분을 매우 사소한 문제라고 볼지 몰라도 연석회의에서는 첨예한 신경전을 불러일으킨 문제이다), “통일단결의 관점에서”라는 지적을 제외한다면 4-1항에서 지적하고 있는 ‘다수의 소수 배려’, ‘다수의 공직 및 당직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에서의 1인 1표제’, ‘일정 시기까지 공동대표제 등 당 조직의 공동운영’, ‘합의제 존중의 원칙’ 등이 모두 패권주의의 극복과 관련되는 언급이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패권주의 극복, 무력화시킨 안 아니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보아 합의안은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무력화시킨 안’이라기보다는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부속합의를 통해 강구하자고 합의한 안’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나는 나의 이런 해석을 연석회의에 참가한 모든 단체대표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회의석상에서 패권주의와 분파주의 문제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돌아가면서 물었을 때, 이른바 NL계로 분류된 단체들의 대표 중 많은 분들도 ‘패권주의 극복’을 우선적 과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둘째, ‘(가칭)성찰과 화해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안이 빠진 것은 그런 특위가 설치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설치 목적인 성찰과 화해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역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성찰과 화해는 그런 특위를 설치하지 않고 당내 공론장의 형성이나 진솔한 내부 토론회의 조직과 같은 다른 방식의 조직화 등을 통해 확보해 나가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다른 참석자들의 주장에 진보신당 대표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성찰과 화해의 필요성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특위 설치와는 다른 방식의 강구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모두 동의한 것이다. 사회당 역시 특위 설치안에 대해 별달리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셋째, 진보신당이 제출한, 당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주로 다룬 ‘부속합의서(2)안’이 연석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채 각 당의 통합논의 이후에 논의하는 것으로 정리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민주적 운영방안 통합 이후 논의로 된 사연

그 안이 패권주의 극복 등 당내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방안이 무엇인가에 관한 안이므로 대표자회의에 앞서 집행책임자회의에서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했다는 점, 그 안이 원래 마지막 대표자회의로 잡은 5월 26일 직전에 나와 다른 원칙적인 문제들에 대한 합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책임자회의 등에서 그 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5월 31일 회의에서도 합의문 본문에 대한 합의 여부가 최종 순간까지 문제되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추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물론, “부속합의서(2)의 내용에 합의할 때까지 최종합의문 서명을 미루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겠는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연석회의의 참석자들은 물론 다른 모든 관계자들 역시 5월 31일 회의(와 속개회의)에서 어떤 결말을 보지 못하면 합의에 찬성한 사람이든 아니든 진보대통합의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기회란 찾아 왔을 때 붙들지 못하면 곧장 사라지고 마는 법이다. 그러므로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최종 합의에 서명할 기회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왔는데, 최종합의문 서명을 미루는 것은 자살골을 두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런 절박감으로 인해 합의문 본문에 ‘당 조직의 공동운영’이라는 구절을 첨가해 부속합의서 마련의 원칙을 정하고 최종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다. (물론 이 판단은 잘못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시는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진정성 여부는 곧 판명날 것

넷째, 미안한 지적이긴 하지만, 진보신당이 제출한 부속합의서(2)안은 당원의 직접민주주의적 참여의 보장, 정책집단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대의원 대회 2/3 이상 찬성을 요하는 주요 의결사항의 규정 등에서 미흡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고, 이 점에서 새로운 안이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로 인해 나 역시 부속합의서(2) 내용에 대한 논의를 추후로 미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그 논의를 추후로 미루는 데에 찬성했다.

다섯째, 이장규님은 “뒤늦게 패권주의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해본들, 이미 통합 결정이 난 이후에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할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원천적인 불신감의 표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역시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의 제시 없이는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합의안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부속합의서(1)’을 포함한 최종합의문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방식 등에 대해 6월 말을 전후로 각 단위 의결 절차를 마친”다고 할지라도 부속합의서(2)가 “의결기구 또는 수임기구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통합진보정당의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금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점에서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의 약속은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성을 지닌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곧 판정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있을 회의에서 ‘당 조직의 공동운영’ 방안 등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는 치열한 접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나는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도 대외적으로 최소 수준일지라도 자신들도 패권주의의 극복에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의 제도적 방안의 강구에는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제도적 보완 플러스 알파

이 점을 그렇게 믿기 어렵다면, 진보신당이 최종합의안 승인 여부를 결정할 당 대회를 개최하기 전에 양당 회의나 (사회당이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경우 최종합의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3당 회의를 열거나, 연석회의 집행책임자회의를 열어 제도적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면 될 것이다. 나는 그 경우 적어도 세부적인 합의는 아닐지라도 큰 틀에서의 합의는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까지의 나의 주장은 합의안이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무력화시킨 안”이라는 이장규 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이장규 님은 글에서 실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북한문제나 패권문제가 아닌 운동의 혁신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상론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혁신의 과제를 나 역시 중요시 여긴다는 점, 그러나 이장규님과는 달리 혁신을 통합진보정당 외부에서가 아니라 그 내부에서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다는 점, 그런 혁신의 정신이 합의안 본문은 물론 20대 주요 정책과제에도 스며들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싶다.)

그렇지만, 패권주의의 극복 등이 제도적 장치의 강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어떤 것들에 의해 보완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 기존의 정당인들 중 NL-비NL 대립구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정파를 초월해 협력하려는 당원들이 증대돼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도 ‘진보의 합창’에 참여하는 정당인들이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참여하지 않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년들 및 진보적 지식인들이 대거 당원으로 참여해야 하고, 이들이 정파조직들과 더불어 당의 또 하나의 중추를 이룰 수 있을 수준으로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이들은 기존의 대립구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떠맡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파 내부의 협소한 협의를 넘어서는 공론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공론장의 형성만이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정파적 견해를 넘어서 진보정치운동 전체의 발전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줄 것이다.

넷째, 대중의 현실적인 고통에 적극 동참하고자 하고, 무엇보다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복무하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는 당원들이 증대해야 한다. 이들만이 소모적 이념적 논쟁을 불식시키고 진보정치세력을 참으로 ‘대중의 진정한 벗’으로 만드는 데에 가장 잘 기여할 것이다.

다섯째, 장준하님은 내게 당내 민주주의가 “자주파의 비민주적인 운동방식을 넘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 왔지만, 나는 정도와 집요함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비NL파 역시 적지 않게 패권을 추구했고, 패권경쟁에서 자주파에 밀렸다고 판단한다.

나도 회의감 들 때 많지만…

이 점에서 비NL파 역시 반성할 점이 많다. NL파가 다수파였기 때문에 당연히 일차적으로 NL파의 패권주의가 문제되어야 하지만, 분파주의 형태로 나타나는 소수파의 패권주의, 그 극단적인 수준의 행태들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내에서 이런 상호 반성과 이에 기초한 화해를 상시적으로 조직해 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전에 한 당에서 지내다가 이후 분열되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이 핵심고리인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건설은 또 하나의 실험임에 틀림없다. 비록 연석회의에서의 논의의 성과로 최종합의문이 도출되었다고 하지만, 이 실험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필자

반대와 저항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목소리 중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현재 잘못된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라고 믿으며, 이 기회를 진보세력의 약진의 기회가 되도록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물론 통합에 실패할 가능성은 열려 있고, 외연의 확대 등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제1의 진보통합 정신을 흩뜨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그런 실패와 왜곡에 맞서 통합의 정신을 지키는 진보대통합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이는 ‘불가능한 꿈(the impossible dream)’을 실현시키려는 무모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은 그 꿈을 현실화시키고 싶다. 아울러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에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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