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 거품, 효린에게 밀렸다?
        2011년 06월 08일 08: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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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후의 명곡2>에서 아이유가 효린에게 졌다. 그러자 아이유의 거품 실력이 드러났다며 그녀를 비웃는 이야기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에 효린은 진짜 실력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런 걸까? <불후의 명곡2>로 아이유가 사실은 2류 가수에 불과했다는, 감춰졌던 진실이 폭로된 걸까? 이젠 효린이 최고이고 아이유는 그 밑인가? 물론 아니다. 이번 <불후의 명곡2>가 폭로한 것은 아이유의 거품이 아니라, 서바이벌 경쟁의 본질이었다.

       
      ▲’불후의 명곡2′ 화면. 

     

    아이유와 효린은 그 개성이 현저히 다르다. 효린은 전형적인 열창형 가수로 큰 홀을 가득 채우는 발성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아이유는 감성을 실어 속삭이듯 노래하는 것에 강점을 보이는 가수다. 서로의 특징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누군가는 효린형의 가수를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이유형의 가수를 좋아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개성 사이에 우열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다.

    그렇다면 <불후의 명곡2>가 폭로한 진실은 무엇인가? 서바이벌 경쟁구조가 바로 그런 바보짓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런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을 한 무대에 세워 평가를 받게 하고, 우열을 가린다는 황당한 바보놀음 말이다. <불후의 명곡2>로 인한 아이유 평가절하가 그 증거다.

    서열 경쟁은 획일화를 낳는다

    우열을 가리기 위해선 무언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이 단 하나여야 한다. 생각해보라. 기준이 여러 개라면 어떻게 객관적으로 우열을 가리겠나? 예컨대 기준이 두 개라고 치자. 한 사람은 ‘가’ 기준에서 앞선다. 또 다른 사람은 ‘나’ 기준에서 앞선다. 둘 중에 누가 1등인가? 누가 탈락자인가? 정할 수 없다. 우열은 오직 기준이 단 하나일 때만 가릴 수 있는 것이다.

    즉,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2>같은 경쟁 서열화 체제는 근본적으로 단 하나의 기준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서열화한다는 폭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단 하나의 기준이란 청자의 감동이고, 그 감동은 대체로 열창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서바이벌 경쟁에 나선 가수들은 자꾸만 열창을 하게 되고, 이번에 <불후의 명곡2> 초반에 아이유도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는 열창을 한 것이다. 하지만 열창은 효린의 ‘구역’이였기 때문에 남의 땅에 떠밀려들어간 아이유만 뻘쭘해졌다.

    이것을 보고 아이유의 거품이 터졌다며 비웃을 것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싸잡아 열창의 나라로 보내버리는 경쟁구조의 본질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걸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문제를 알고는 보자

    요즘 뒤늦게나마 <나는 가수다> 열창 서커스 대행진에 비판이 쏟아지고 가수들도 스스로 피로해짐에 따라 최근 중간평가에선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변칙적인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경쟁구조는 반드시 경쟁의 격화와 가치의 획일화를 초래하게 되어있다. 출연자들이 아니면 시청자들에게서 그런 흐름이 나타난다. 근본적으로 반문화적인 것이다.

    아이유가 효린을 눌렀나, 아니면 효린이 아이유를 눌렀나 하는 식으로 둘 사이에 등수를 매기는 사고방식은 앞에서 말했듯이 폭력에 불과하다. 서로 전혀 다른 두 개의 개성을 하나의 가치에 구겨 넣어 재단하는 폭력. 서열화 경쟁은 이렇게 시청자들이 폭력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고 이미 현실화되었다.

    한국의 정치권, 교육전문가들이 이런 진리를 몰랐기 때문에 10년 이상 다양성 교육을 하겠다며 온갖 개혁이 진행됐지만 우리 교육현실이 여전히 ‘개판 5분전’이다. 지식사회를 맞이해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자율적 교육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다양성과 경쟁이 서로 상극이란 것을 간과했다. 입시경쟁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심지어 고교입시 등 경쟁구조를 더 강화해가면서 다양성 개혁을 했기 때문에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경쟁구조의 파괴력은 그렇게 무섭다.

    이렇게 다양성 잡아먹는 하마인 경쟁구조를 대중음악 부문에 더 강화하겠다는 게 <나는 가수다>이고 그 아류가 <불후의 명곡2>다. 물론 지금처럼 황폐한 상황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노래를 듣게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키스 앤 크라이>에서 가수가 스케이트 연습을 5시간씩 하고, <1박 2일>에서 복불복 여행이나 다니는 것보다야 어쨌든 노래로 대중과 만나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낫다. 나도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들 좋아한다.

    하지만 그 그림자도 반드시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불후의 명곡2>를 보고 아이유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이런 구조에 담긴 근본적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유가 효린에게 밀렸다며 비웃는 것이 문화적 폭력임을, 바로 그런 폭력을 경쟁구조 프로그램이 조장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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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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