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판 청년일자리 만들기 '대학생 村官'
        2011년 06월 07일 01: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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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6월이면 대학 입시철이고 7월부터는 졸업시즌이 시작된다. 올해도 중국 대학교들은 많은 대학생들을 사회에 배출할 것이다. 작년 640만 명에 이어 올해는 680만 명 정도가 사회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999년부터 매년 대학 정원을 큰 폭으로 증원한 결과 당시 83만 명이던 졸업생 수가 이제는 700만 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올해 대학졸업생 680만명

    이 많은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사회에 나오게 되면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일지라도 아무래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에서 밀려드는 농민공과 함께 중국 대학생들은 이곳 ‘취업난’ 을 구성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최근 농민공의 사정은 바뀌었다. 이들의 경우 오히려 일부 업종에선 노동력공급이 딸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촌관에 선발된 중국 대학생들. 

    10명의 졸업생 중 7~8명은 취업을 한다고 하니 아직까진 한국보단 사정이 낳아 보이지만, 그래도 정부는 이들 젊은 지식층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만 장차 사회문제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청년일자리 창출’ 구상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대학생 촌관’ 제도가 탄생한 배경 중의 하나이다.

    ‘대학생 촌관’ 제도는 2005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신문에 보도되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중서부 몇 개 도시에서부터 시험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동안 꾸준히 확대되더니 지금은 북경을 비롯한 웬만한 대도시와 대부분의 성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한마디로 재학 중인 대학생이나 갓 졸업한 대학생을 상대로 농촌의 촌이나 중서부의 개발이 낙후된 지역에 일정 기간 파견  근무토록 하는 것이다.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학 소재지인 시 정부나 성 정부와 정식계약을 맺게 되는데 계약기간은 보통 1~3년이다. 이 기간 본인이 원하고 계약 당사자인 정부가 동의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시행한 이래 대략 20만 명이 거쳐간 걸 보면 전국적으로 볼 때 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청년 취업과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물론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중국 정부가 단순히 대학생 취업문제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최근 ‘사회주의 신농촌건설’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농촌에 고급 인력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간 도시화가 추진되면서 중국 농촌은 계속해서 동부 연안 대도시에 자신의 젊고 유능한 인력들을 유출시키기만 하여왔다. 이제 ‘대학생 촌관’ 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나마 일부 지식 인력을 농촌에 보충시키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고대에는 지방의 향촌 지식인들이 학문을 닦아 장원급제를 하게 되면 황제가 있는 중앙 정치무대로 올라와서 평소 품은 뜻을 펼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 은퇴해서 다시 고향에 내려가서 그 동안 닦은 연륜을 바탕으로 지방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일종의 인재유동 기제가 있었기에 고대 중국의 중앙과 지방은 일정한 사회문화적인 균등 발전의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 촌관’은 그 같은 취지를 살리려는 현대판 제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실제 대학생 촌관들의 농촌에 대한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가끔씩 CCTV ‘초점방탐’과 같은 프로에 이들 중 비교적 성공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청화대 전자공학과 어느 학생이 향진(鄕鎭:우리나라 면ㆍ읍 단위에 해당)정부나 당위원회의 보조로 파견되어 자신의 컴퓨터 프로그램 전공을 살려서 그곳 당정 관련 자료들을 전산화 하는데 성공한 일, 농업을 전공한 학생이 촌민들과 함께 그 지역 특산품목을 계발하여 마을 소득을 높인 일 등이다.

    "기층에 내려가 단련하자"

    사실 이 정도의 성공은 작은 것 같지만 필자가 보기엔 결코 얕잡아 볼 수만은 없다. 이제껏 사회를 정식으로 접해보지 않은 젊은이들이 대학에서 책으로만 배운 지식으로 사회에 나와 바로 공헌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마을에 파견되고 나면 주변의 환경이 도시와는 전혀 다르고 낯설기 마련이다. 시골의 울퉁불퉁한 마을길 하며, 나이 드신 노인네와 아주머니들만 주로 모여 살고 문화시설도 낙후된 그런 환경에서 1년 이상 적응해 내는 것만 해도 이들에겐 적지 않은 도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작년 사천성에 급우들과 함께 조사활동 나갔을 때 그곳 현(县, 우리나라 군 단위 해당)정부의 관련 책임자에게 실제 현황이 어떤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자기 현에도 약 30여명 정도의 대학생 촌관이 있는데, 사실 TV에 소개되는 이들의 성공 사례는 백 명이면 몇 명 있을까 말까하는 비교적 예외에 속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오히려 향진 정부나 당위원회에서 이들을 거두면서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고, 이들에게 당장 어떤 ‘공헌’을 기대하긴 무리라고 한다. 이것은 필자의 예상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요즘에는 젊은이들에게 "기층에 내려가서 단련하자!"를 더욱 소리 높여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원래 향후 5년간 10만 명을 모집하려 했던 것을 그 두 배인 20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발표도 하였다.

    여기서 필자는 중국 정부의 진정한 전략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최근 시진핑(중국공산당 9인의 정치국상무위원 중 한사람)이 앞으로 기층 단위에서 쌓은 경력을 당정 인사고과 점수에 정식 반영하겠다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중국 농촌 지도력의 변화 조짐

    이러한 중국 집권당의 일관된 의지와 호소가 점차 젊은이들에게도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일까? 최근 들어 명문대 학생들의 대학생 촌관 지원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들의 현지 활동이 TV에 소개되는 빈도도 잦아지는 것 같다.

    이 점은 필자가 2005년 인민대 본과에 재학할 당시 주변 급우들과 이 제도를 처음 화제로 삼았을 때 그들이 보였던 냉담한 반응과는 분명 달라진 분위기이다. 현재 전국 60만 개 촌 중에서 대학생 촌관 출신이 촌 위원회(촌의 자치행정기구)와 촌 당지부의 지도부에 들어간 비율이 이미 24.1%에 이르고 있다는 통계는 앞으로 중국 농촌을 바꿀 지도력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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