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 제로 공장'이 늘고 있다
        2011년 06월 02일 09: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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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가 최근 발표한 <2011 금속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현장에 정규직은 없고, 사내하청 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정규직 0명 공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STX그룹 등 재벌들이 ‘야만의 무정규직 공장’을 늘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현대 재벌 ‘무정규직 공장’ 확산 선봉

    금속노조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아차 모닝공장,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현대모비스 8개 공장, 현대위아 3개 공장, 현대하이스코 울산공장 등이 정규직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차 모닝공장의 생산공정에는 17개 사내하청업체에 속한 9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닝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 14개 사내하청업체 850명이 일하던 것에 비해 100여명이 늘어났다. 기아차의 순이익과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으나,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도 사실상의 비정규직 공장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현재 2700여명이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업체에 속해 연봉 250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2009년 660여명이던 사내하청 노동자는 2년 사이에 4배로 늘어났다.

    국내 1위이자 세계 10위의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전체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58.32%로 자동차산업 중에서 1위였다. 전국 12개 공장 중에서 8개 공장이 정규직은 관리직만 있고, 모든 생산공정이 사내하청으로 운영되는 ‘정규직 0명 공장’이었다.

    12개 공장 중에서 울산물류, 광주, 창원, 진천 등 4개 공장을 제외한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74%~95%를 차지해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나타났다. 특히 울산, 이화, 아산, 서산공장 등은 정규직은 관리직이고, 사실상 생산 공정은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주요 비정규 공장

     구 분  정 규 직  하청업체  사내하청노동자

    생산직대비

    사내하청비율

    기아차 모닝공장  관리직(150)   17    950    100%
    STX 중공업  사무관리직(506)   26    1,840    100%
    현대중공업 군산        2,700    100%
    현대하이스코 울산        300    100%

    현대모비스·현대위아 생산직 10명 중 6명이 사내하청

    현대모비스가 인수한 정규직 중심의 공장 창원(카스코), 진천(기아) 공장과 울산물류센타, 광주물류센타를 제외한 8개 공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87.38%였다. 이는 100명 중 정규직은 13명, 비정규직은 87명이라는 뜻으로, 소수의 정규직이 관리하는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것이다.

    매출액 국내 2위이고,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역시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창원공장을 제외하고, 반월, 포승, 광주공장이 모두 사내하청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었다. 현대위아의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비율은 57.49%로 현대모비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생산직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인 것이다.

    현대위아의 생산직 노동자수는 1018명으로 창원공장에 850명이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 168명은 포승, 광주, 반월, 서산공장에 파견되어 있다. 최근 현대차는 변속기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부품을 현대위아로 넘겨 생산하고 있는데, 그 공장들이 주로 비정규직으로만 운영되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비정규직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 소속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고용 현황을 비교해 보면 같은 자동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또는 순이익 대비 종업원 현황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매출액 10억 대비 종업원이 0.45명으로 현대와 기아차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생산력이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생산공정에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다른 부품사에 비해 그룹사이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나 특혜가 주어진 이유로 분석할 수 있다.

    반면 케피코, 대원강업, 에코플라스틱, 캄코, 유성기업, 한국로버트보쉬, 동원금속 등 7개 사업장은 생산현장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매출과 순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노동부의 직무유기

    국민의 세금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내하청이 10년 넘게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서야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정확한 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또 정부와 일부 언론은 ‘무정규직 공장’에 대해 "돈을 잘 버는" 성공하는 회사로 칭찬하는 등 노동시장이 왜곡과 저임 장시간 노동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외면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의 경우 이 같은 파행적 고용형태에 대해 규제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직업안정법을 개악해 ‘사람 장사’를 합법화하고, 파견업종을 제조업까지 확대해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려는 ‘국가고용전략 2020’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무정규직 공장’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신규채용 확대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노동부가 전 사업장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무정규직 공장이 주로 금속사업장에서 많이 생기고 있는 만큼 금속노조도 백수 400만 시대에 일자리 문제를 전면에 내걸면서 싸우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채용 확대, 1사1조직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규직 0명 공장’과 같은 나쁜 일자리를 추방하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확산시키는 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한편, 지방 자치단체를 통해 비정규직 공장을 규제를 촉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이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만들어내도록 준비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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